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Cohere(코히어)가 5억 달러(약 6,80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기업 가치를 68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라운드는 Radical Ventures와 Inovia Capital이 공동 주도했으며, AMD 벤처스·엔비디아·캐나다 연기금투자위원회(PSP Investments)·세일즈포스 벤처스를 포함한 기존 주요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히어는 치열해지는 AI 시장에서 기업용 특화 모델을 무기로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시장 전반에 자금이 몰리며 빅테크와 사모펀드가 혁신적 AI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투자는 코히어가 2023년 6월 시리즈 C에서 27억 달러 평가를 받은 이후 1년여 만에 진행된 대형 라운드다. 라디컬 벤처스와 이노비아 캐피털은 2021년부터 코히어를 지원해온 초기 투자자로, 이번에도 리드 투자자로 참여해 신뢰를 재확인했다. AMD와 엔비디아는 반도체·GPU 생태계에서 코히어의 모델 학습과 배포를 지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용 특화 모델이란, 소매·금융·헬스케어·정부 등 각 산업의 업무 흐름과 보안 요건을 반영해 학습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의미한다. 이는 오픈AI의 ‘GPT’, 메타의 ‘Llama’처럼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파운데이션 모델(범용 기초모델)과 달리 각 고객사 시스템에 맞춘 맞춤형 도메인 모델로, 데이터 주권·보안·응답 정확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번 자금은 글로벌 거점을 확장하고, 최근 공개한 ‘커맨드 비전(Command Vision)’ 등 다중 모달리티 모델을 확대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나아가 엔터프라이즈 환경에 최적화된 안전한 AI를 꾸준히 구축하겠다.” — 공동창업자 닉 프로스트(Nick Frosst)
자금 유치와 동시에 메타 최고 AI 연구 부사장을 지낸 조엘 피노(Joelle Pineau)를 최고 AI 책임자(Chief AI Officer)로, 우버·실드 AI 출신 프랑수아 채드윅(Francois Chadwick)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피노는 2016년 메타 합류 후 2023년부터 ‘메타 기초 AI 연구팀(FAIR)’을 이끌어온 중량급 연구자다.
피노는 올해 5월 메타를 떠난 직후 코히어행을 택했다. 업계에선 연구 중심 조직인 FAIR를 이끈 경험이 코히어의 모델 고도화와 인재 확보에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채드윅은 우버 상장(2019년) 과정에서 재무를 총괄한 경험과 스타트업 IPO 전략 수립에 정통해, 향후 코히어의 상장 준비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코히어는 올해 1월 ‘North’라는 ChatGPT형 어시스턴트를 출시했다. North는 대규모 문서를 요약하고, 복잡한 보고서 작성을 돕는 지식 노동 특화 기능을 앞세워 기업용 생성형 AI 시장에 진입했다.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온프레미스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사는 신규 자금을 에이전틱 AI(agentic AI)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이전틱 AI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추론·행동을 반복하는 차세대 기술로, 기업·정부 조직의 의사결정 효율화와 운영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라운드는 생성형 AI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 붐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사됐다. 로이터는 “사모펀드와 빅테크가 혁신적 AI 제품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자금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4~2025년 글로벌 VC·PE의 AI 부문 투자액은 누적 7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1.
■ 용어 설명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돼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언어·멀티모달 모델. GPT·Llama 등이 대표 사례다.
에이전틱 AI(Agentic AI) : 목표 지향적 추론·행동을 스스로 반복해 인간 대신 과업을 완성하는 AI. ‘에이전트형 AI’로도 불린다.
다중 모달리티(Multi-Modality) :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복수의 데이터 형태(모달)를 동시에 이해·생성하는 AI 기술이다.
■ 시장·산업적 시사점
코히어의 기업가치가 1년 사이 2.5배 이상 급등했다는 점은 엔터프라이즈 특화 모델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준다. 국내 대기업·금융사 역시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중시하는 추세이므로, 코히어형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레퍼런스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규제가 엄격한 공공·금융 부문에서 내부망 기반 생성형 AI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만큼, ‘한국판 코히어’ 출현 여부가 주목된다.
1) 출처: CB인사이트, 2025년 7월 글로벌 VC·PE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