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발 ― 세계 금융 시장에서 ‘빅 쇼트’로 이름을 알린 마이클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포트폴리오를 공격적(매수) 성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중(對中) 관세 부과를 검토하던 시점의 공매도 포지션과 대조적인 행보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버리는 다양한 섹터·국가에 걸쳐 주가 상승 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s)을 대거 매수했다. 콜옵션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기초자산 가격 상승이 발생할 때 투자자가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강세(불 마켓) 투자 전략으로 간주된다.
버리가 매수한 종목은 중국 대형 플랫폼 알리바바(Alibaba Group Holding Ltd.)와 징둥닷컴(JD.com Inc.),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홀딩, 그리고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화장품사 에스티로더(Estée Lauder Companies Inc.), 스포츠웨어 업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Lululemon Athletica Inc.), 빅테크 대표주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Inc.), 바이오 기업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 Inc.), 헬스케어 보험 대기업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 Inc.), 의류 브랜드 VF 코퍼레이션(VF Corp.) 등이다.
또한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현물 주식(long-only) 포지션으로 브루커(Bruker Corp.), 에스티로더, 룰루레몬, 리제네론, 유나이티드헬스 등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옵션 포지션과 별도로 실제 주식 자체를 들고 있는 형태로, 버리가 여전히 해당 기업들의 기초 체력과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2분기 포트폴리오는 1분기 초 버리가 취했던 알리바바·바이두·징둥·핀둬둬 공매도(풋옵션)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당시 버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선언을 전후해 중국 기업 수출 둔화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4월 8일 S&P500 지수가 1년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가, 미중 무역 협상 기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각되자 6월 들어 S&P500·나스닥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로 복귀했다. 구체적으로 2분기 동안 S&P500은 10.57%, 나스닥은 17.75%의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1년여 만에 가장 강력한 분기 수익률을 달성했다.
“현 시점에서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으며, 버리의 포지션 전환 역시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버리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를 예견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배경 때문에, 그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월가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중국 기술 대형주를 다시 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도한 중국 리스크 프라이싱이 이미 끝났고, 저가 매수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 신고서(form 13F)는 분기 종료 이후 최대 45일 지연 공개가 가능하므로, 버리의 현재 실시간 보유 비중이나 옵션 만기·행사가격 등 세부 정보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단순 ‘미러링 전략’이 아닌, 개별 기업 펀더멘털과 거시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문용어 해설: ‘콜옵션(Call Option)’은 특정 자산(주식 등)을 미래의 일정 시점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만기일 이전에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을 웃돌면, 옵션 보유자는 주식을 싸게 사서 바로 팔거나, 프리미엄 차익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옵션 가치를 상실해 손실이 제한되는 비대칭 구조가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버리의 포지션 변화는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 및 글로벌 기술·헬스케어 섹터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과거에도 시장 컨센서스와 상반된 베팅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거둔 바 있어, 이번 전략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