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데이】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을 해석하기 — 제이미 맥기버 로이터 시장 칼럼니스트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예상 밖 급등이 뉴욕 증시의 상승 탄력을 꺾고,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라는 시장의 ‘비둘기파(완화 선호) 시나리오’를 재점검하게 만들었다.
전미 주식시장은 일제히 흔들렸지만, S&P500은 가까스로 사상 최고 종가를 지켰다. 러셀2000 소형주 지수는 1.3% 하락한 반면, 대형 기술주가 버틴 덕에 나스닥과 다우는 보합권에 마감했다.
■ 예상을 뛰어넘은 PPI 상승
핵심 PPI(식료품·에너지 제외) 전년 대비 상승률은 3.7%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지난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 폭이다. 이에 따라 금리 선물시장은 9월 25bp(0.25%p) 인하 확률을 100%에서 90%로 낮췄고, 전날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언급해 불붙었던 ‘50bp 인하’ 기대는 사실상 소멸했다.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최대 5bp 오르며 수익률 곡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2년-30년물 스프레드는 약 115bp로 3년래 최경사 수준을 유지했다.
■ ‘오늘의 핵심 지표’가 시장에 미친 영향
“또 한 차례 튼실한 인플레이션·고용 지표가 나온다면, 9월 인하 카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 월가 채권 딜러 코멘트
이번 PPI 충격으로 연준 내 매파·비둘기파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추가 인플레이션·고용 지표에 따라 9월 인하가 연내 11월 또는 12월로 밀릴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됐다.
■ 유럽 경제 지표도 ‘엇갈림’
영국 2분기 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0.3% 성장으로 예상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 성장률의 거의 두 배다. 반면 유로존은 산업생산 부진과 5월치 하향 수정의 영향으로 불과 0.1% 성장에 머물렀다. 시장은 관세 충격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간주하고 있다.
■ 트럼프–푸틴 주말 회담 ‘청취 세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딜’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리빗은 이번 회담을 “리스닝 엑서사이즈”라고 표현하며 기대치를 낮췄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듣고 싶어할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 오늘의 시장 동향 요약
주식: S&P500 7개 섹터 하락 — 산업·소재 -0.9%, Tapestry 15% 폭락
외환: 달러지수 +0.5% (2주 만의 최대 상승), NZ달러 -1%
상품: WTI유가 +2% (2주래 최대 상승)
■ 미국 경제 ‘취약 지점’을 보여주는 5개 차트
로이터 칼럼은 AI·테크 투자를 제외하면, 미국 경제의 토대가 의외로 허약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5개 지표로 제시한다.
① 설비투자 – 2019년 말 이후 ‘AI 민감 산업’ 실질 투자는 53% 급증했지만 기타 부문은 0.3% 증가에 그쳤다.
② GDP 기여도 – 소프트웨어·IT 장비 투자가 사상 최대 비중을 차지한 반면, 나머지 총설비투자는 올해 상반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③ 소비지출 –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은 2분기 0.9%로 팬데믹 이후 최저이며, 실질 기준으로 상반기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④ 기업 파산 – 7월 파산 건수는 2020년 7월 이후 최고, 1~7월 누계는 2010년 이후 최다. 소비재·산업재 분야가 3분의 1 차지.
⑤ 주식시장 집중도 – 엔비디아가 S&P500 시가총액의 8%를 차지, 단일 종목 기준 사상 최고. 상위 10개 종목은 지수 시총 40%, 전체 이익 30%를 책임지고 있다.
월가는 소수 대형 기술주의 매출·수익성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해당 기업의 동력이 꺾일 때 ‘연쇄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용어 풀이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 단계에서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기업의 원가 부담과 향후 소비자물가(CPI) 추이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핵심(core) PPI’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 내일 발표 예정 주요 이벤트
중국 7월 ‘데이터 덤프’(투자·소매판매·산업생산·주택가격·실업률) | 일본·대만·홍콩 2분기 GDP | 미국 7월 소매판매·산업생산·뉴욕 연은 제조업지수·미시간대 소비심리(8월 예비치) |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정상회담
■ 기자 코멘트
이번 PPI 서프라이즈는 연준이 ‘선제적 완화’보다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화할 명분을 제공했다. 시장은 대형 기술주 집중 현상과 경기의 ‘양극화’가 맞물린 구조적 위험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에게는 통화정책, 공급망, 지정학 변수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