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동향
뉴욕 ICE 9월 인도 코코아 선물(티커 CCU25)은 14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341달러(-3.98%) 급락한 채 마감했고, 런던 ICE 9월 7번 코코아 선물(CAU25) 역시 197파운드(-3.41%) 하락했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은 서아프리카 일부 산지에 ‘산발적 비’가 예보되면서 직전 거래일 고점(2개월 만의 최고가)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결과다.
최근까지 코코아 가격 상승을 이끈 핵심 변수는 ‘가뭄’이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주요 재배 지역에는 몇 주째 실질적인 강수량이 거의 없었으며, 이는 10월 시작 예정인 메인 크롭(main crop) 착과·성숙 과정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그러나 기상 예보 모델에 ‘흩어지는 비(scattered rain)’가 포착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 기상·생산 변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올해 코트디부아르·가나 지역 강수량은 30년 평균치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고온 건조한 기후는 열매와 꼬투리(pod) 생장에 부정적이지만, 단기간의 국지성 비는 헤지펀드·투기 세력의 ‘극단적 가뭄 베팅’을 일부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가격 지지 요인으로 꼽히던 미국 내 ICE 모니터링 창고 재고는 14일 기준 2,234,877포대를 기록, 2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재고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방증한다.
초대형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2024/25 마케팅연도(10월 1일~) 누적 선적 물량은 8월 10일까지 178만t(전년 동기 대비 +6.6%)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12월에 기록했던 ‘+35% 폭증’에 비해 증가 폭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 품질·수급 이슈
현재 수확 중인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mid-crop)’연중 두 차례 중 작은 수확기에 대한 품질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가공업체들은 “트럭당 5~6%의 원두가 불량”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는데, 주 수확기(main crop) 불량률 1% 대비 5배 이상 높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강우 탓에 생육이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시장 컨센서스상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에서도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진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 생산량이 305,000t으로, 2024/25 예상치(344,000t)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봤다. 반면 6월 수출은 14,597t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하며 단기적인 공급 완충 역할을 했다.
■ 수요 부진
가격 하방 압력의 또 다른 축은 ‘초콜릿 수요 부진’이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린트 & 슈프렝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매출 급감 여파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계 글로벌 가공업체 배리 칼리보(Barry Callebaut)도 7월 들어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췄다. 동사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급감,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분쇄(그라인딩) 지표 역시 수요 위축을 뒷받침한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ECA)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은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하며 시장 예상(-5%)을 하회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는 같은 기간 아시아 분쇄량이 176,644t으로 16.3% 감소, 8년 만의 최저 2분기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101,865t으로 2.8% 감소해 아시아·유럽 대비 낙폭은 작았으나, 전반적 수요 부진 흐름은 동일했다.
■ 국가별 생산 전망
7월 1일,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으로 2024/25 시즌(60만t)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의 증산 전망은 장기적 공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49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2월 전망치는 441,000t).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치다. 같은 보고서에서 ICCO는 2023/24 생산량이 4,380,000t으로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고 밝혔다.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2,000t의 잉여(흑자) 전환을 예상하며,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백만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 용어 해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글로벌 선물거래소다. 기사에 언급된 ‘ICE 모니터링 재고’는 해당 거래소 지정 창고에 보관된 인증 원두(bags)를 말한다.
MMT(Million Metric Tons)는 ‘백만 미터톤’을 의미하는 단위로, 1 MMT는 100만 t(톤)에 해당한다.
■ 기자의 시각
건기와 품질 문제로 단기간 가격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분쇄 지표 부진 및 가나·나이지리아 등 주요 산지 증산 전망을 종합할 때, 연내 급등은 탄력적 반등 후 재차 조정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ICCO가 예고한 2024/25 흑자 전환 시점이 ‘상승·하락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본 기사 정보는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며, 원문은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가 작성했다. 기사 작성 시점에서 필자는 해당 상품·증권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