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 ‘공공 자본’이 직접 대형 반도체사 지분을 사들이는 초유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 이는 CHIPS Act를 뛰어넘는 ‘제2의 산업정책’이자, 美·中 기술 블록화의 분수령으로 작동한다.
- 인텔·TSMC·삼성·글로벌 팹리스·장비·소재 기업까지 재편 압력이 가해지는 10년 장기 파급을 짚었다.
1. 사건 개요 – “백악관, 인텔 지분 매입 논의”
블룸버그(8월 14일) 단독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INTC)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을 고위급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구체적 안은 ①연방정부가 주식을 취득하거나 ②특별목적펀드(SPF)를 설립해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8월 초 팻 갤싱어 CEO가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급물살을 탔다는 후문이다.
디테일
• 투자 대상 : 오하이오주 ‘실리콘 하트랜드’로 불리는 두 곳의 GAA(게이트올어라운드) 2nm 팹
• 잠정 규모 : 시장 추산 150~200억 달러(지분율 10% 내외)
• 재원 : 국방·상무·재무부 연합 펀드 + 추가 의회 예산안
교통정리 차원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검토 작업을 총괄하고, 재무부 산하 산업안보투자공사(USIF)가 실행 주체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2. 美 정부 ‘지분 투자’ 카드는 왜 파격적인가
CHIPS Act(2022)는 보조금·세액공제 중심의 간접 지원이었으나, 지분 취득은 ①경영 의사결정 참여 ②배당·주가차익 공유로 이어지는 쌍방 리스크·리턴 구조다. 이는 1950년대 국방생산법(DPA) 이후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공공유동화 모델
로, 장기 수익성과 전략기술 통제를 동시에 노린다.
표 1│보조금 vs. 지분 투자 구조
구분 | CHIPS 보조금 | 지분 투자안 |
---|---|---|
재원 회수 | 없음(일방 지원) | 배당·매각차익 |
경영 견제 | 거의 無 | 특별의결권·이사회 관찰자 |
안보 통제 | 계약조건 | 주주로 직접 영향력 |
이는 냉전기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NASA 모델과 닮으면서도, 민간 상장사에 직접 자본참여를 한다는 점에서 훨씬 급진적이다.
3. 장기 파급① –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
3-1. 미국 내 ‘슈퍼 팹 클러스터’ 탄생
오하이오는 향후 TSMC 애리조나·삼성 텍사스와 함께 북미 3대 반도체 벨트를 형성한다. 정부가 주주가 되면 ED&I(전력·용수·인프라) 보조, 허가 프로세스 간소화가 동반돼 공정 구축 속도가 6~9개월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30년 전 세계 2nm 미만 공정 캐파의 20% 이상이 미국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3-2. 동맹국·경쟁국의 맞불
- 일·EU : 라피다스·ASML을 축으로 정부 SPEF 설립 검토
- 한국 : ‘K-칩스+’ 세액공제 상향·국가정책은행 펀드 논의
- 중국 : 대기금(大基金) 3기 조성 가속 + 해외 팹리스 M&A 시도
결과적으로 국가 대 국의 ‘주주 자본주의형 보조금 전쟁’이 격화된다.
4. 장기 파급② – 인텔 자체의 구조 전환
①파운드리 사업(IFS)의 신뢰성 제고
정부가 고객·주주·보증인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면, 엔비디아·퀄컴·애플과 같은 팹리스가 초기 물량을 맡길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다. 이른바 “If it’s good enough for DoD, it’s good enough for us.”
②재무구조 개선
거액 CAPEX 부담을 줄여 순부채/EBITDA 레버리지가 2027년 예상 3.0배→1.8배로 개선될 수 있다. S&P·무디스는 투자등급 방어 여력을 언급했다.
③R&D·인재 선순환
장기 주가 안정 → 스톡옵션 가치 회복 → 설계·공정·EDA 인력 탈(脫)TSMC·삼성 역류 가능성.
5. 장기 파급③ – 투자시장·정책 리스크
-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
국가 안보 = 실적 하방 보호
라는 논리로 PER 리레이팅 여지. 반면 ‘관(官) 경영 리스크’가 할인요인. - 지분 매입 방식 : 상환우선주 vs. 골든셰어 vs. 의결권 제한 보통주 형태에 따라 EPS 희석 정도가 달라진다.
- 정권 변동 : 차기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공적 자본 회수·지분 매각 압력 가능성.
- WTO·FTA 마찰 : EU·한국이 ‘불공정 국가보조’로 제소할 극단 시나리오.
6. 필자의 통찰 – “산업·안보·투자 세 갈래 퍼즐”
첫째, ‘주주로서의 정부’는 시장규율을 재정의한다. 단순 보조금을 넘어 의결권을 행사하면 시장 실패 교정과 동시에 정치 실패 리스크도 동반된다. 엑시트 전략이 명료하지 않으면 ‘반도체 공기업化’ 우려까지 나온다.
둘째, 파운드리 게임체인저는 결국 고객 다변화 속도이다. 3대 팹 고객들은 TSMC·삼성 듀얼 소싱에 만족한다. 인텔이 2027년 18A 로드맵을 지키고, 전력·수율·비용 면에서 5% 이내 가성비를 입증할 때만 ‘실리콘 트라이펙타’가 완성된다.
셋째, 한국 기업의 기회·위기 교차이다. 삼성은 美 팹 2·3기 투자를 국가 차원의 맞불 시그널
로 활용해야 하며, 장비·소재 중견사는 Buy American 규정에 대응해 현지 JV·법인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야 한다.
7. 결론 및 체크리스트(2025~2035)
- 의회 승인 : ①지분 취득 예산안 처리 시점 ②양당 합의 조건 명료화
- 지분 구조 : 의결권·배당·유동화 조건 공개
- 오하이오 GAA 팹 : 장비 반입·퀄리피케이션 일정 모니터링
- 수주 트랙 레코드 : 미국 DoD·AWS·메타 등 대형 고객 설계 승인의 빠르기
- 외교·통상 리스크 : WTO 제소 여부, 중국 대응 패키지
3대 팩트—자본 투입→공급망 독립→기술 패권—은 결국 하나의 벡터로 수렴한다. ‘정부 주주 시대’가 열리면,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10년간 정책알파(Policy Alpha)가 실적만큼이나 주가를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