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2026년 남아공 전기차 시장 진출… 3종 BEV 출시 예고

토요타(Toyota Motor Corp.)202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전기차(BEV) 시장에 본격 진출해 3개 차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중국 자동차업체와 유럽 완성차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현지 시장 판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 남아프리카 법인을 이끄는 앤드루 커비(Andrew Kirby) 최고경영자는 이날 이스턴케이프주 그케베르하(Gqeberha)에서 열린 자동차 부품 콘퍼런스 현장에서 “2026년 초에 배터리 전기차(BEV) 3종을 출시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이어 “향후 특정 파워트레인이 시장을 독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연기관(ICE)·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배터리 전기차(BEV)·수소연료전지차(FCEV)다양한 동력원을 동시에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 남아공 EV 시장 현주소와 주요 경쟁 구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직 EV 보급률이 1% 미만으로 매우 낮은 초기 단계다. 볼보(Volvo Cars)가 현지 EV 판매 1위를 지키고 있으며, BMW메르세데스-벤츠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중국계 BYD를 비롯한 다수 중국 브랜드가 미·EU 수출 장벽을 피해 아프리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 강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토요타는 현재 남아공에서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을 결합한 하이브리드만 판매 중이다. 2024년 기준 HEV·PHEV 시장점유율 67%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순수 전기차는 한 대도 보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BEV 출시 계획은 이러한 제품 포트폴리오 공백을 메우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 전기차 판매를 가로막는 4대 구조적 장벽

1) 소득수준: 1인당 GDP가 6,000달러대에 머물며 고가 EV 구매력이 제한적이다.
2) 높은 수입관세: 완성차 관세 25%, 부가가치세 15%가 적용돼 소비자 가격이 급등한다.
3) 전력난: 주기적 정전(load shedding)과 전압 불안정으로 충전 인프라 신뢰도가 낮다.
4) 충전소 부족: 국토 면적 대비 급속충전기 수가 크게 부족해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이 심화된다.

커비 CEO는 “우리는 이러한 제약을 인지하고 있으며, 제조사·정부·전력공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분기점’

남아공은 7개 글로벌 완성차사가 공장을 운영하며 국내총생산(GDP)의 5% 안팎을 책임지는 제조 거점이다. 그러나 최근 총조립 생산량이 정체되고, 부품 현지조달율(local content)이 하락하는 등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커비 CEO는 “완성차 판매 중 수입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BMW·이스즈·폭스바겐‘빅 7’ 완성차사는 공동으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해 남아공 무역산업경쟁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주요 제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입 전기차에 대한 구조적 관세 개편
현행 자동차산업개발계획(APDP)리베이트(환급) 체계 개선
현지 부품사 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친환경차 생산 전환을 위한 인센티브 신설

커비 CEO는 “향후 6개월 이내에 단기 지원책이 발표되길 기대한다”며 정부의 속도감 있는 대응을 요청했다.


■ 토요타의 지역 생산·조달 전략

토요타는 더반 인근 프로스펙톤(Prospecton) 공장에서 연간 약 15만 대를 생산해 아프리카·유럽으로 수출한다. 다만 초기 BEV 3종은 전량 수입할 계획이다. 커비 CEO는 “현지 부품 생태계가 갖춰지면 장기적으로 일부 BEV를 남아공에서 조립·생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연기관 기반 차량에도 e-퓨얼(탄소중립 합성연료)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 대응 차원에서 ‘탄소중립 내연기관’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 용어 설명: ‘로드 셰딩(load shedding)’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 전력사 에스콤(Eskom)이 수급 불안 시 단계별로 실시하는 순환 단전 조치를 일컫는다. 평균 2~4시간씩 전력을 차단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 비교 관점: 유럽·중국과의 규제 환경 차이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중국은 국가 보조금과 번호판 우대정책으로 EV 보급률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반면 남아공은 아직 EV 세제 혜택이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개척과 동시에 정책 협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


■ 향후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토요타가 보유한 하이브리드 67% 점유율코롤라 크로스(Corolla Cross) 같은 인기 차종의 브랜드 신뢰도를 감안하면, BEV 전환 초기에도 시장 안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BYD·지리(Geely) 등 중국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과 볼보·BMW의 브랜드 프리미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현지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와 정부의 세제 지원 여부가 ‘퍼스트 무버’ 성패를 가를 결정적 요소로 지목된다. 커비 CEO가 언급한 정책 개편 로드맵6개월 내 가시화될 경우, 2026년 BEV 출시와 맞물려 남아공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토요타의 이번 선언은 단순 신차 출시를 넘어, 남아공 자동차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할 촉매제로 평가된다. 기업과 정부, 소비자 모두에게 ‘탄소중립·에너지 전환’이라는 공동 과제를 떠안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