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물 국채 증액과 ‘장기금리 고착화’가 불러올 2020년대 후반 투자 지형 대전환

이중석의 마켓 딥다이브 — 2025년 8월 14일 미국 재무부가 20년 만기 국채 발행 규모를 전월 대비 23% 증액한 160억 달러로 확정했다. 3·10·30년물까지 합산하면 8월에만 1,110억 달러어치 장기물이 쏟아진다. “이벤트 그 자체”로 끝날 수도 있는 뉴스이지만, 필자는 이를 ‘2020년대 후반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꿀 장기 분기점으로 본다.


Ⅰ. 숫자로 보는 ‘슈퍼 롱엔드’ 공급 충격

항목 2024년 평균 2025년 8월 발행 증감(%)
20년물 1회 평균 130억 달러 160억 달러 +23%
10년물 1회 평균 420억 달러 460억 달러 +9%
30년물 1회 평균 210억 달러 235억 달러 +12%

발행 확대의 본질은 단순 재정 조달이 아니다. ① 부채 상한 재협상 지연, ②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 급증, ③ 전기차·반도체·국방·인프라 보조금의 영구화가 맞물려, 연방순이자 부담이 2030년 GDP 대비 3.3%까지 치솟을 것(CBO 추정)이라는 데 있다. 이는 1990년대 이래 최대치다.

Ⅱ. 미 국채 장기물의 ‘새 균형점’—4.5~5.0%

많은 투자자가 “20년물은 유동성이 낮아 10·30년물보다 왜곡이 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때 왜곡은 곧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다. 필자는 장기 실질금리가 2% 중반, 인플레이션 기대가 2% 초·중반에서 고착되며 10·20·30년물 명목금리가 4.5~5.0% 박스권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디플레 시나리오 약화 – PPI·CPI가 두 달 연속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관세·노동분규·친(親)산업 정책이 공급가격에 잔존 압력을 남겼다.
  • 연준의 실질 중립금리 상향 – 파월 의장이 “R*이 과거보다 50~75bp 높아졌을 수 있다”고 공개 언급했다.
  • 글로벌 안전자산 점유율 감소 – 일본·유럽 연기금이 국내 투자를 늘리면서 미 장기채 ‘비중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Ⅲ. 금리 고착화가 기업·가계·시장에 미칠 5대 파급

1) 미국 기업: 만기 스트레칭→이표(쿠폰) 스트레스

코로나 직후 BBB 스프레드가 역사적 저점(80bp)에 붙어 있던 시절, 많은 기업이 10·30년물 고정채를 찍어 유동성 버퍼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장기 5% 시대에는 “이자비를 줄이려면 만기를 5년 이하로 줄여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무디스가 지적한 ‘커버넌트 완화+EBITDA 3배 부채 확대’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2) 가계·주택: 30년 고정모기지 6%대 상수化

Freddie Mac 데이터가 보여주듯 30년 고정 FRM은 6.5% 언저리에서 ‘버티컬 플랫’하게 눌려 있다. 주택 소유주는 저금리 모기지 리파이낸싱 잠금효과(lock-in effect)로 이동성을 상실했고, 신규 구매자는 다운페이먼트 비율·DTI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장기금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주택 거래량은 201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

3) 금융시장: PER·멀티플 재평가

S&P500의 주가수익비율은 장기금리 100bp 변동마다 1.5~2.0포인트 조정된다는 것이 월가 평균 추정이다. 5% 장기금리는 기술·성장주의 25~30배 밸류에이션을 20배 이하로 압축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보험·은행 같은 금리 베타(+) 업종은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

4) 정부 재정: 이자비→재정지출 크라우딩아웃

이자비가 국방·메디케어를 제치는 ‘제1 항목’이 될 경우, 사회 인프라·신산업 보조금은 감축 압박을 받는다. 이는 다시 생산성·성장을 제약해 스태그플레이션형 구조적 둔화 가능성을 키운다.

5) 글로벌 자금 흐름: 달러 강세와 EM(이머징) 자본 유출

달러화 캐리 코스트가 높아지면 원자재·신흥국 통화는 구조적 약세에 놓인다. 이미 인도·인도네시아는 국채 다크 브라운(Brown) 슈퍼 30Y를 발행해 자국 통화표시 장기채 심화에 나서고 있다.

Ⅳ. 투자 전략: ‘장기금리 5% 시대’ 픽 앤 쇼블 3선

  1. 미국 생활형 인프라 리츠(데이터센터·송전선) – 금리 민감도는 높으나 수익률 연동 장기 PPA를 보유, 인플레 패스스루 구조가 유리하다.
  2. 단기 채권 ETF+롱듀레이션 변동금리채(FRN) – 렌덤워크 구간에서는 2~3년물 T-Bill 대안 상품이 현금 이상의 캐리(5%+)를 제공한다.
  3. 품목 분산 배당주 – 유틸리티·헬스케어·스테이플 가운데 장기부채가 적고 70년 이상 배당을 이어온 NOBL ETF 구성종목이 대표적이다.

Ⅴ. 반론과 대응

일각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 3%대 장기금리가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화·재정 쌍둔화, 지정학적 블록화, 탈탄소 CAPEX, 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축소 등 구조적 리플레이션 요인이 우세하다. 시장 금리의 ‘엔드 스테이트’가 과거보다 높다는 사실을 포트폴리오 설계에 내재화해야 한다.

Ⅵ. 결론

20년물 증액 자체는 일회성 헤드라인일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 장기물 수급 악화→장기금리 상단 상승→가계·기업·정부·시장의 재료비용 구조 영구 상향이라는 연쇄 반응이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장기 5% 시대’를 가정한 전략 수정 없이는, 투자자는 변동성 증가와 자산가치 할인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 있다. 장기금리 고착화—이것이 2020년대 후반 글로벌 투자 지형을 결정지을 게임 체인저다.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