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설문: 유럽중앙은행, 안정적 경제 전망 속 12월까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9월 예치금리 2.00%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투자은행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로이터 설문에서 지배적이던 ‘9월 추가 인하’ 관측이 크게 약화됐음을 보여준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총 7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8월 11~14일 설문조사에서 46명(약 64%)이 다음 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34명만이 연내 단 한 차례의 0.25%p 인하(12월)를 예상했으며, 31명은 추가 인하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 협정 체결 이후 유로존 경제 전망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인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미국이 부과한 EU산 제품 15% 관세가 성장과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독일 등 핵심 회원국의 재정 지출 확대가 불확실성을 낮추고 성장 경로를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EU 관세와 ‘중립금리’ 개념

*중립금리(Neutral Rate)경제학 용어는 경기 과열도 위축도 유발하지 않는 금리 수준을 뜻한다. ECB가 추정한 범위는 1.75%~2.25%이며, 현재 예치금리 2.00%는 그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 추가 정책 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다수 위원들의 시각이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이미 2% 목표와 일치한다는 점도 동결 근거로 꼽힌다. ECB는 2024년 6월 이후 총 200bp(2%p)를 단계적으로 인하했으며,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아무런 조정을 하지 않았다.

“매파든 비둘기파든 지금 당장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조지 버클리 노무라증권 유럽 수석이코노미스트

그는 “현 금리는 중립 수준이고, 성장률은 잠재 성장세와 유사하며, 물가는 목표 범주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대조되는 유로존의 안정

미국의 경우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재상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적 독립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은 ‘관세 충격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진정) 요인’이라는 관측 속에 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HSBC의 파비오 발보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자체가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9월 회의 이전까지 새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이라며 “추가 인하 시점은 12월 또는 내년 초가 더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 설문 중앙값에 따르면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최소 2027년까지 평균 2%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25년 1.1% ▲2026년 1.2% ▲2027년 1.4%로 이전(6월) 전망과 거의 동일하다.

“협상 타결은 예상 범위 안이었지만,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 — 다이와캐피탈마켓 리서치 총괄 크리스 시클루나

전문가들은 무역협정이 가져올 ‘정책 가시성(Policy Visibility)’ 개선이 향후 몇 분기에 걸쳐 민간 투자와 고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정보: ECB 거버닝카운슬(GC)

GC는 유로존 20개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와 ECB 집행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통화정책·유동성·금융안정을 결정한다. 설문에 따르면 9월 회의에서 동결을 주장하는 ‘확고한 다수 의견’이 형성됐지만, 12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제조업 PMI, 임금 상승률, 소비자기대지수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ECB가 12월 혹은 2026년 초 재차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9월 동결·12월 재검토가 ECB의 기본 시나리오로 자리 잡는 가운데, 유로존은 미국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 거시경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