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1·6 사태 당시 단순 방관자였다”···트럼프 노동통계국장 지명자 E.J. 안토니 논란

워싱턴 D.C.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신임 국장으로 지명한 E.J. 안토니(E.J. Antoni) 박사가 2021년 1월 6일(이하 현지시간)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 등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2025년 8월 14일,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안토니 박사는 폭력 사태에 가담하지 않은 ‘방관자(bystander)’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시위가 벌어지는 장면을 TV 보도로 접한 뒤 호기심에 현장 근처로 걸어갔으며, 경찰 차단선을 넘거나 시위 대열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E.J. 안토니

주요 쟁점*안토니 영상 논란 요약

“이 사진들은 1월 6일 사건의 방관자로서 현장을 지켜보고 곧바로 자리를 떠나는 E.J. 안토니를 보여준다.” ―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 e메일 성명 中


안토니 박사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소속 경제학자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해임한 에리카 맥엔타퍼 전 국장의 후임자로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엔타퍼 전 국장이 “고용지표를 정치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영상 기록에 따르면 안토니는 경찰 차단선이 무너진 뒤 약 1시간가량 지난 시점에 의사당 서쪽 잔디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롤러(Parler) 플랫폼에 게재된 3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보수 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아카이브 형태로 보존했다. 당시 현장에는 보수 성향 라디오 진행자 알렉스 존스가 확성기를 통해 군중을 선동하는 음성이 녹음돼 있었으며, 최루가스가 공기 중에 퍼져 있었다.

추가 CCTV 영상은 그가 의사당 동쪽 편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다 곧바로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백악관은 “안토니가 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했으며, 직장 사무실이 의사당에서 수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미 노동통계국(BLS)·헤리티지 재단이란?

BLS는 미국 노동부 산하 독립 기관으로, 매월 고용동향·임금·실업률 등 핵심 노동지표를 산출·발표한다. 발표되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Non-Farm Payrolls)’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설립된 보수주의 싱크탱크로, 공화당 행정부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안토니 박사는 이 재단에서 거시경제와 재정 정책을 연구했으며, 극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 ‘스티브 배넌의 워룸(War Room)’에 고정 출연해왔다.


상원 인준 관문 넘을까

안토니 박사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해야 BLS 수장직을 공식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으나, 1·6 사건에 연루된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초당적으로 존재한다. 지난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에드 마틴을 워싱턴 D.C. 연방검찰청장으로 지명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공화당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1·6 피고인 옹호 발언은 지명 철회 사유”라고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법무부(DoJ)는 1·6 사건을 사상 최대 규모로 수사하며 1,500여 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이 사건 수사를 종결하고 모든 피고인을 사면·형 면제했다. 이에 대한 여론 반발도 안토니 인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논란의 배경과 전망

안토니는 2024년 8월 4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BLS 고용보고서가 불완전하므로 월간 발표를 중단하고 분기별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료 수집 방식계절조정 모델 오류를 지적했으나, 구체적 대안과 단계적 이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용지표 ‘악화’를 은폐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BLS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일 적임자”라며 안토니를 두둔하고 있다. 특히 재계 보수층은 기업 규제 완화·세제 감면 등 친시장 정책과 연결해 그를 적극 지원 중이다.


* 용어 설명 — ‘방관자(bystander)’는 사건 현장에 있었으나 적극 가담하지 않은 행인을 뜻한다. 법적 책임은 제한적이지만, 정치적·도덕적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영상 출처: 미 하원 행정위원회(공화당 주도) 감독소위원회 공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