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필름 열풍 속에서도 코닥, ‘계속기업 불확실성’에 흔들리다

133년 역사의 사진·영상 기업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이 Z세대의 필름카메라 붐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재무 위기에 직면했다.

필름 롤

2025년 8월 14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코닥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고 공시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아메리칸대학교 사진학 전공생 클레어 사필레프스키(21)는 “필름 사진은 스마트폰이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미학을 제공한다”면서 코닥 골드 등 수십 개의 필름 롤을 상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름은 속도를 늦추고 피사체를 더 세심하게 바라보도록 가르친다”라고 덧붙였다.

사필레프스키를 비롯한 Z세대는 스마트폰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 감성에 빠져 있다. 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브랜드는 단연 코닥이다. 그는 “평균적인 필름 사용자라면 습관처럼 코닥 필름을 집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메라 뒤편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코닥은 올해 2분기 2,6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2,600만 달러 순이익에서 200% 악화됐다. 매출총이익 역시 12% 감소했고, 막대한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코닥은 12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할 확정 자금이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 2025년 2분기 규제 서류

회사 주가는 연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코닥은 퇴직연금제도 종료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 합의금을 부채 상환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는 만기 전에 상당 부분의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고 나머지 부채나 우선주를 연장·재융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Going Concern’(계속기업) 용어 해설*
회계·감사 분야에서 ‘계속기업 가정’이란 회사가 적어도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제를 말한다. 반대로 “계속기업 불확실성”은 파산·청산 위험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경고다.


디지털 전환 실패의 그림자

코닥은 1880년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출범해 ‘당신이 셔터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가정용 사진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2000년대 디지털 카메라의 급부상 속에서 경영진은 “필름과 디지털은 공존할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2012년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했다가 2013년 네 가지 사업부(인쇄·첨단소재·영상·소비자) 중심으로 재출범했다.

빈티지 카메라

아날로그 회귀 열풍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완벽주의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면서 필름카메라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사진 전문매체 Fstoppers알렉스 쿠크 편집장은 “필터와 AI 보정으로 과도하게 연출된 SNS 이미지 속에서 필름은 ‘현실감’을 제공하며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가 체험하지 못했던 ‘경험하지 않은 향수(nostalgia without lived experience)’를 필름이 채워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을 촬영한 뒤 현상·스캔 과정을 기다리는 지연된 만족이 오히려 감성적 유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시장 성장세는 분명하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시네마 카메라 시장 규모는 2032년 5억3,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웰니스연구원은 2025년 1위 트렌드로 ‘아날로그 웰니스’를 꼽았다.

실제 2020년 당시 코닥 제너럴매니저 에드 헐리는 “2015년 대비 2019년 필름 생산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2024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짐 콘티넨자 CEO는 “필름 수요가 너무 높아 로체스터 공장을 증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디지털카메라월드 미국판 편집장 힐러리 그리고니스는 “필름 촬영은 디지털 미니멀리즘 추구와 맞물려 Z세대의 ‘디지털 디톡스(해독)’ 수단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닥의 재무 위기 소식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라 더욱 놀랍다”고 의견을 내놨다.

1999년생인 매디슨 스테파니스는 Z세대 취향에 맞춘 필름 카메라 스타트업 35mm Co를 창업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손에 잡을 수 있는 물성을 간절히 원한다”면서

“대부분의 추억이 스마트폰 속에만 저장되는 시대에, 사진이라는 실물 기록물은 특별한 가치를 제공한다”

고 강조했다. 스테파니스는 코닥의 ‘계속기업 불확실성’ 발표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조사업계는 ‘레트로 붐’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코닥의 생존은 대규모 부채 리파이낸싱 성공 여부와 필름 이익을 얼마나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향후 12개월 안에 부채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한다면, 2012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생산설비 증설과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필름·영화용 필름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켜낸다면 ‘코닥 옐로’의 상징성은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결국 코닥의 미래는 Z세대의 레트로 열기와 자금 조달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