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개발사, 건설 공정을 사내로 끌어들여 부동산 호황 가속화

두바이 개발사, ‘직접 시공’으로 캐시플로우 극대화


사막을 화려한 스카이라인으로 탈바꿈시킨 도시 두바이가 또 한 번의 구조적 변신에 나섰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이 전통적으로 외주에 의존해 왔던 시공 부문을 사내화하며 건설 일정을 단축하고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부동산 슈퍼 사이클’을 더욱 가속화하는 동시에, 향후 시장 침체 시에는 잠재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진단한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 개발사인 Emaar Properties(이마르 프로퍼티즈)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를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자회사인 Mirage 산하에 새로운 시공 전담 법인 ‘Rukn Mirage’를 설립했다. 이는 최근 2년간 Samana Developers, Ellington, Azizi 등 다수 개발사가 잇따라 자체 시공 조직을 꾸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칼리드 빈 알왈리드 빈 탈랄 알사우드가 공동 창업한 Arada도 올해 호주 시공사 지분을 인수했으며, 2027년까지 두바이 사업에 완전 편입한다는 계획을 로이터에 확인했다.


70% 급등한 집값, 두바이를 움직이는 원동력

두바이 주택 가격은 2020년부터 2024년 12월까지 무려 70% 상승했다. UAE 정부는 2040년까지 인구를 현재의 두 배인 78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도시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2024년 신규 분양 물량은 전년 대비 83% 급증했다. 반면 완공 물량은 23% 감소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호황은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의 대규모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력 교체율이 높아진 가운데, 개발사들은 숙련된 외부 시공사를 찾는 데 점점 더 어려움을 호소한다.


“입찰이 25곳에서 3곳으로” – 사내 시공 전환의 배경

“예전엔 한 프로젝트에 25~30개 시공사가 입찰했지만, 지금은 겨우 두세 곳이 응찰한다.” – 임란 파룩 Samana Developers 최고경영자

Samana는 지난해 9월 설립한 사내 시공 부문에 초기 물량의 20%만 맡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면서 현재 신규 프로젝트의 80~90%를 직접 시공 중이다.

Emaar 역시 하이브리드 전략을 채택한다. 창립자 겸 총괄 매니징 디렉터 모하메드 알라바르는 일부 주거 단지를 Rukn Mirage가 직접 짓는 동시에, 다른 사업은 여전히 외주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크로’ 자금 구조와 채무 조달

두바이 부동산 거래는 에스크로(escrow) 계좌를 통해 구매자 대금을 보호한다. 완공·검수 완료 전까지 개발사가 자금을 인출할 수 없어, 막대한 운영자금 공백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개발사들은 토지 매입 및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자 채권·대출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지연될 경우 지체상금이 부과되지만 구체적 액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2025년 3월 두바이 법원은 부유식 빌라를 인도하지 못한 한 개발사에 1,240만 디르함(약 338만 달러)을 환불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전문가 경고: “개발사, 집중력 분산 위험”

“개발사가 시공까지 겸하면 토지 매입, 분양, 마케팅, 자금조달, 안전 관리 등으로 팀이 분산돼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 고든 로저, 스톤헤이븐 건설컨설팅 창립자

로저는 또 경기 침체 시 사내 설비가 놀게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프리캐스트 공장, 대형 목공소, 장비창고 등이 가동을 멈추면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용어 읽기: ‘하이브리드 시공’과 ‘에스크로’란?

하이브리드 시공자체 시공과 외주 시공을 병행해 리스크와 비용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반면 에스크로는 제삼자 계좌에 거래 대금을 예치하고 조건 충족 시 지급하는 제도다. UAE에서는 정부가 지정한 은행이 이를 관리해, 구매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동시에 확보한다.


중장기 전망과 업계 파급효과

개발사 지배구조는 창립 가문, 공모 투자자, 국부펀드 등으로 다양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납기 준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납기가 지연되면 자금 회수와 신규 투자 확대가 모두 막히기 때문이다.

독립 시공사는 일감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해 정부 인프라제조업석유·가스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현재 환율(1달러=3.6728디르함)을 적용하면, 두바이 부동산 시장은 거래액 기준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호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 기자의 통찰

사내 시공 전환은 공정 관리·품질 제어 측면에서 명확한 장점이 있다. 특히 고가 초고층 프로젝트에서는 한 치 오차가 전체 일정에 치명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발사 내부 핵심 인력이 직접 시공 과정을 통제하려는 동기가 강하다.

그러나 사이클 변동성이 큰 두바이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설비 투자에 따른 고정비 구조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유연성 확보’다.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인력 배치, 자금 운용에서 탄력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호황 뒤 급격한 침체를 맞을 위험이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1) 사내 시공 부문의 외부 수주 여부, (2) 정부의 인구·인프라 정책 지속성, (3) 글로벌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이다. 개발사들은 위 세 가지 변수를 밀접히 모니터링하며 투자·분양 전략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