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 결과와 무관하게 ‘윈윈’ 시그널 보내는 유럽 방위산업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마주 앉는 이번 역사적 정상회담은 유럽 방위산업주에 어떤 방향으로든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이 우세하다.

2025년 8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단독 회담을 갖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이 전쟁 발발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직접 마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세계 안보와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목요일, 유럽 주요 지수는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지역 방위산업주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은 많은 유럽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방예산 확대 결정을 이끌었으며, 그 수혜는 방위산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Stoxx Europe Aerospace and Defense Index52 % 급등했다.


방어‧공격 양쪽 다 열어 둔 ‘윈윈’ 시나리오

정상회담 발표 직후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해당 지수는 목요일 세션에서 1.3 % 반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금요일 회담에서 즉각적인 휴전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유럽 방위산업의 장기 성장 스토리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유럽은 전시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평시 대비 약 3배 속도로 확대하고 있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하며, 반에크(VanEck) EU의 상품매니저 드미트리 포노마레프는 ‘이는 우크라이나 재보급 이상으로 범위가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NATO 회원국이 장기적으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목표가 확대 흐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휴전이 체결돼도 재고가 하루아침에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다년간의 유도무기·방공체계 보강과 롱사이클(장기) 현대화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에크는 운용 규모 69억 달러(약 9조 2,000억 원)의 Defense ETF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펀드의 상위 편입 종목에는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프랑스 탈레스, 스웨덴 사브 등 굴지의 유럽 방산기업이 포함돼 있다.

포노마레프는 ‘우크라이나로의 단기 물량 공급 비중이 높은 기업은 휴전 시 디레이팅(가치 하향)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장기 프로그램과 유지보수·서비스 매출이 고르게 분포된 다각화된 대형사는 단기 변동성을 흡수할 여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략가들의 공통된 시각 – ‘조정 시 매수’

TS롬바드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전무이사는 CNBC ‘스쿼크박스 유럽’ 인터뷰에서 ‘2023년부터 유럽 방산주는 약세 시 적극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며 ‘이번 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윈윈’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유럽 양측은 탄약‧무기 재고를 긴급 보충해야 하고, 반대로 휴전이 이뤄질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전력을 보존한 러시아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의 국방 조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랜빌은 투자자들에게 ‘방산 종목이 가끔씩 조정을 보일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기업 경영진이 보는 ‘10년 이상’의 재무장 사이클

그리스 자율무기 개발사 델리안 얼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의 디미트리오스 코타스 CEO는 CNBC ‘월드와이드 익스체인지’ 인터뷰에서 ‘유럽의 재무장 컨센서스는 역사적·거시경제적 힘에 의해 촉발된 장기 현상’이라며 ‘최소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웨덴 방산 대기업 사브의 미카엘 요한손 CEO 역시 ‘유럽 방위 투자 확대는 절대적으로 장기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령 합리적인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각국 정부가 ‘이제 다 끝났다’며 뒤로 물러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실적 쇼크·투자의견 하향에도 식지 않는 열기

물론 상승세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독일 무기 제조사 라인메탈은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목요일 장중 8 % 급락했다. 회사 측은 ‘독일 총선으로 일부 계약 체결이 지연됐다’고 설명했으나, ‘하반기 대규모 주문 유입이 예상돼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라인메탈 주가는 2025년 들어서만 약 160 % 상승해 유럽 방산주 중 수익률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크리스토프 라스카위 애널리스트는 금요일 보고서에서 ‘2분기 수치는 투자 논거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대규모 수주 잠재력이 막대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 6월, 씨티(Citi)의 찰스 아미티지 애널리스트는 헨솔트, 렝크, 사브 등 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종목을 ‘매도’(Sell)로 하향 조정하며 ‘현재 주가는 예상 가능한 성장률을 초과해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프리미어 미턴 자산운용의 닐 버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방·인프라 투자 증가는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될 구조적 추세’라며 ‘단기 과열에 따른 주가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장기적 수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정리와 배경 설명

Stoxx Europe Aerospace and Defense Index는 독일 슈톡스(STOXX)가 산출하는 지수로, 유럽 상장 국방·항공우주 기업 약 25개 종목의 시가총액 가중 평균을 나타낸다. 지수를 통해 유럽 방산주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ETF(상장지수펀드)는 특정 지수나 테마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펀드 상품으로, Defense ETF처럼 ‘국방’이라는 테마에 집중 투자할 수도 있다.

롱사이클 프로그램은 전투기·잠수함·함정처럼 개발·생산·유지 기간이 수년에 달하는 대형 무기체계를, 숏사이클 프로그램은 포탄·탄약·드론 등 생산·공급 기간이 짧은 품목을 의미한다. 롱사이클 비중이 높을수록 단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전문기자의 시각

알래스카 회담을 기점으로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는 있으나, 유럽은 이미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를 본격화했다. 러시아 외에도 중동·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 변수, 기술 패권 경쟁, 인공지능(AI)·자율무기 체계 도입 속도 등 복합적 요인이 방산 수요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 각국은 생산 기지의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역내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체 업체뿐 아니라 부품·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 기업까지 수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투자자는 지수 편입 대형주뿐 아니라, 첨단 레이다·반도체·전력 시스템을 공급하는 중소형 밸류체인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정상회담 결과와 상관없이 유럽 방위산업주의 펀더멘털 개선 흐름은 꺾이기 어렵다. 다만 전술적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종목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