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영국 수소전해조 전문기업 ITM Power가 2025회계연도(FY25) 잠정 실적을 공개하며 수주 잔고(backlog)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 증가와 비용 관리 성과가 두드러지며 시장 기대치와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았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TM Power의 FY25 수주 잔고는 1억4,510만 파운드(£145.1 million)로 집계됐다. 이는 이미 중간 실적(반기) 발표 당시 1억3,530만 파운드였던 수준에서 다시 9.4% 늘어난 수치이며, FY24의 7,970만 파운드와 비교하면 81.9% 급증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600만 파운드(£26 million)를 기록했다. 이는 컨센서스 추정치(£26.1 million)와 회사 가이던스(£25.5–26.5 million) 모두의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 반면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3,300만 파운드(손실)로 FY24의 –3,040만 파운드 대비 손실이 약간 확대됐으나, 시장 예상치(–3,340만 파운드)보다는 소폭 양호했다.
용어 설명(투자자 참고)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무형자산상각 전 영업이익을 의미하며,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Backlog(수주 잔고)는 이미 체결된 계약 가운데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총액으로, 향후 실적 가시성을 보여준다. Consensus(컨센서스)는 금융기관·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평균 전망치를 뜻한다.
회사는 2025회계연도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2억700만 파운드(£207 million)라고 전했다. FY24 말 2억3,000만 파운드에서 감소했지만, ITM Power는 이를 “엄격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현재 수주 잔고의 약 60%는 이미 이익이 발생하는 신규 계약이며, 나머지 40%는 과거에 체결된 레거시(legacy) 계약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레거시 계약 가운데 절반 정도는 FY26에 매출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FY26 가이던스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매출은 3,500만~4,000만 파운드로 전망돼 컨센서스(4,200만 파운드)에 다소 못 미쳤지만, 조정 EBITDA 손실은 2,700만~2,900만 파운드로 예상돼 시장 예상치(3,100만 파운드 손실)보다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연도 말 현금은 1억7,000만~1억7,500만 파운드로, 시장 평균(1억6,200만 파운드)을 상회할 것으로 제시됐다.
또한 FY26 자본적 지출(capex)은 1,000만~1,500만 파운드 수준으로 계획됐으며, 같은 규모의 운전자본 증가도 추정된다. 이 같은 지출 계획은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 및 생산 효율성 증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집중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및 산업적 함의
수소 경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확대되는 가운데, ITM Power의 실적 발표는 전해조(electrolyzer) 시장 성장세를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사상 최대 수주 잔고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과 민간 부문의 청정 수소 수요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신규 계약의 60%가 이미 수익성이 확보됐다는 점은, 과거 원가 구조 미비로 손실을 기록했던 업체에 긍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다만 FY26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일부 투자자에게 실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공급망 병목, 프로젝트 인도 일정 조정 등 외부 변수에 대비한 보수적 가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EBITDA 손실 축소와 현금 소진률 감소는 경영진의 비용 통제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첫째, 레거시 계약을 정상가·기준 원가 구조로 전환해 이익률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느냐, 둘째, 글로벌 청정 수소 프로젝트(특히 유럽·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혜) 수주 확대가 주가에 어떻게 반영되느냐다. ITM Power가 제시한 강력한 Balance Sheet(건실한 재무구조)는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할 투자 여력을 의미한다.
이처럼 ITM Power의 2025회계연도 실적은 양호한 매출 성장, 사상 최대 수주 잔고, 현금 유지를 동시에 보여 주며, 수소 전해조 분야에서 점유율 확대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다만, 매출 가이던스의 보수적 제시와 레거시 계약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전해조 기업의 기술·원가 경쟁력이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며, ITM Power가 이를 얼마나 빠르게 선제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