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시장이 7월 예상 밖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며 실업률이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에서 다시 내려갔다. 이는 경기 둔화 우려를 일부 완화하고, 호주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시장 판단에 힘을 실었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ABS)은 7월 순고용이 전월 대비 2만4,5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6월(1,000명 증가)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이자 시장 컨센서스와 정확히 부합한다. 특히 전일제(full-time) 일자리가 6만500개 늘어나며 6월의 감소 폭을 만회했고, 이 덕분에 실업률은 4.3%에서 4.2%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제활동참가율(participation rate)은 67.0%로 소폭 하락했다. *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취업·구직)에 참여하는 비율이다. 7월 노동시간(hours worked)은 0.3% 증가해 6월 감소를 되돌렸다.
ABS는 “여성 전일제 일자리만 4만 개가 늘어 여성 참가율이 사상 최고치인 63.5%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이번 고용 서프라이즈는 8월 초 RBA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연 3.60%→3.35%)한 이후 추가 완화가 9월 회의에서 즉각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제동을 걸었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호주 달러화는 미국 달러 대비 0.3% 급등해 0.6566달러로 2주 만의 고점을 찍었다.
다만 정책 담당자들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대로 둔화될 경우 연말까지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시그널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11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100% 반영하고 있다. RBA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총재는 코어 인플레이션이 현재 2.7%에서 목표 범위(2~3%)의 중간값인 2.5%로 안정될 경우 총 0.50%포인트 추가 완화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노동시장 구조적 강점 여전
구인 규모(job vacancies)는 팬데믹 이전 대비 여전히 약 50% 높고, 일자리 한 개당 구직자 수는 1.8명에 그친다. 이는 2020년 초 3.1명과 비교하면 고용 수요가 여전히 촘촘함을 뜻한다. 또한 기업경기 실사지수(Business Surveys)는 총체적으로 낙관적이며, 낮아진 이자 비용과 이전 세제혜택 덕분에 최근 두 달간 소비지출도 반등세를 보였다.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annual pay growth)은 2분기 3.4%에 머물러 2023년 정점(4.2%)보다 낮다. 이는 급격한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이 완화정책을 이어가는데 우호적인 배경이 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옥스퍼드 이코노믹스(호주)의 숀 랭케이크(Sean Langcake) 거시경제예측 총괄은 “고용시장의 펀더멘털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다만 국내외 경기 모멘텀 둔화가 이어질 경우, 연말까지 노동시장에 상당한 역풍이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 해설 국내외 투자자 입장에선 호주 고용지표가 견조하다는 사실만으로 통화긴축·완화 경로를 단정 짓긴 어렵다. 노동시장과 물가의 상호작용, 그리고 미 연준·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스탠스가 변수로 작용한다. 더욱이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높은 호주 경제 특성상, 대외 수요 위축이 고용에 주는 지연효과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새롭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은 9월 RBA 회의에서 동결, 11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라는 기존 시나리오를 유지하되, 다음 달 공개될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물가지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참가율(Participation Rate) : 경제활동 가능 인구(15세 이상) 중 실제로 취업하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중인 인구 비율. 일반적으로 노동시장 잠재력과 활력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