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팩뱅킹코퍼레이션(ASX: WBC) 주가가 6% 급등하며 호주 시가총액 상위 3위 은행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날 주가 36.280호주달러는 2014년 이후 최고치로, ASX 200 지수를 0.7%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웨스트팩은 6월 30일로 마감한 2025 회계연도 3분기에 순이익 19억 호주달러(전년 동기 대비 5%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자극했다.
순이자수익(Net Interest Income)은 50억 호주달러로 4% 증가했고,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 NIM)은 1.99%로 7bp(베이시스포인트) 확대됐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사이에서 벌어들이는 ‘금리 차익’의 핵심 지표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웨스트팩 관계자는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준금리 고점 유지가 마진 확대로 이어졌다”면서 “완만한 속도의 완화 사이클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높은 절대 금리가 수익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RBA는 지난 2년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최근 들어 ‘얕은(Shallow) 완화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유지되는 동안 은행들은 예금 금리 인상 폭을 대출 금리 대비 낮게 가져가면서 마진을 극대화하고 있다.
호주 소비 지출과 신용 활동의 회복력도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올해 들어 호주 CPI(소비자물가상승률)가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실질 가처분 소득이 회복세를 보였고, 이는 주택담보대출·카드 사용 증가로 연결됐다. 웨스트팩은 특히 가계 대출 포트폴리오의 연체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대형 비교 대상인 커먼웰스뱅크오브오스트레일리아(CBA)는 전날 사상 최대 연간 현금이익을 발표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 은행의 연이은 깜짝 실적은 호주 4대 시중은행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ASX 200은 1992년을 기준시점(1000포인트)으로 삼아 호주 증시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의 시가변동을 추적하는 대표 주가지수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국내의 KOSPI200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웨스트팩의 이번 호실적은 단순히 고금리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1) 비용 효율화, 2) 대손충당금의 보수적 설정, 3) 디지털 뱅킹 전환 가속이라는 세 요소가 합쳐져 ‘질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자본비율(Common Equity Tier 1)이 12%대 중반을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어 추가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국채금리 하락과 경기 둔화 가능성은 잠재적 리스크다. 기준금리가 더 가파르게 하향하면 NIM이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으며, 고금리 환경 장기화 시 가계 부채 상환 부담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종합하면, 웨스트팩의 주가 랠리는 탄탄한 펀더멘털과 외부 환경의 조합에서 비롯됐다. 향후 금리 동향, 소비 심리, 대출 품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3분기 실적은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던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