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공급 과잉 전망·미국 재고 증가에 국제유가 급락

국제유가하루 사이 급락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15달러(-1.82%) 내린 배럴당 61.99달러에, 9월물 RBOB 휘발유 선물은 갤런당 0.0266달러(-1.29%) 하락한 2.0414달러에 각각 거래됐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격 약세는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결과다. 첫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재고가 300만 배럴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둘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세계 원유시장이 하루 296만 배럴의 사상 최대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IEA는 수요 부진공급 확대를 동시에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기차 보급 가속, 미국·브라질·가이아나 등의 신규 생산 증가가 수급 균형을 무너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EIA도 자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 2025년 공급 과잉 규모를 하루 170만 배럴, 2026년에는 150만 배럴로 각각 늘렸다.


정치 변수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휴전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대해서도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일각에서는 회담 진전에 따라 현행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문제 삼아 대(對)인도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글로벌 원유 흐름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IA가 12일 발표한 장기 전망에서는 또 다른 변수도 제시됐다. 미국 셰일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이유로 시추·생산 계획을 감축함에 따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6년 1,328만 배럴로 감소해 2021년 이후 첫 연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가동 중인 미국 원유시추기는 410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가 8월 둘째 주 411기로 소폭 반등했다.

반면, OPEC+는 2년간 유지해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54만7000배럴을 추가 증산해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7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줄어든 하루 2,831만 배럴이었지만, 아직 166만 배럴의 유휴 생산능력이 남아 있다.

해상 저장량 감소는 그나마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는 8월 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는 탱커의 원유 보관량이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간 재고 지표는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8월 8일로 끝난 주간 미국 원유재고는 2개월 만에 최고치인 3,040만 배럴 증가했다. 다만, 계절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5.1%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 재고는 평균 대비 0.25% 많았고, 난방유·경유를 포함한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평균보다 15.45%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0.3% 증가한 1,332만7천 배럴로, 2024년 12월 첫째 주의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는 다소 낮다.

Baker Hughes가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가동 시추기 수는 전주보다 1기 늘어난 411기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2월에 기록한 627기 대비 2년 반 동안 216기 줄어든 수치다.


용어 해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를 말하며, 국제유가의 대표적인 벤치마크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는 미국 환경보호국(EPA) 규정에 맞춰 산소화합물을 첨가하기 전 단계의 휘발유 선물상품이다.

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로, 회원국의 에너지 안보 및 시장 분석을 담당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10여 개국이 연합한 협의체다.


기자 전문 분석

“IEA와 EIA가 나란히 공급 과잉을 경고했다는 점은 원유시장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셰일업계의 투자 둔화, 해상 저장량 감소, 지정학적 변수 등이 향후 공급망을 다시 조일 수 있다. 특히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러 제재 강도가 바뀐다면 국제유가는 단기간 내 급반등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시장은 장기 공급 과잉의 그림자단기 공급 쇼크의 가능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재고·정책·지정학 동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