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HR·급여 시스템 2개 사업 ‘전면 재검토’…8억 달러 혈세 낭비 논란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12년에 걸쳐 8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해군·공군 인사( HR)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두 건을 사실상 중단하며, 대규모 ‘되풀이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출범한 두 사업은 아직 배포 준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경쟁 구도를 다시 짜겠다는 명분으로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억만장자 피터 틸(Peter Thiel)이 공동 창업한 팔란티어(Palantir) 등 신생 벤더에 문호를 열어주려는 움직임 속에 ‘전면 재검토’ 또는 ‘전략적 일시 정지(Strategic Pause)’ 결정이 내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방부 예산 낭비를 근절하겠다며 정부 효율성국(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을 설치했으나, 정작 자신의 지휘 아래 펜타곤 감찰관을 해임하고 ‘속도·위험 감수 우선’을 강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계약 감시 체계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공군·우주군 프로젝트 — ‘Oracle 기반 HR 플랫폼’

2019년 액센추어(Accenture)는 오라클(Oracle)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급여·휴가·결근 관리 등 공군 HR 기능을 통합하는 3억6,8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따냈다. 이후 사업 범위가 우주군(Space Force)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여름 미국 공군사관학교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었다.

올해 4월 내부 ‘상태 업데이트’ 보고서는 “6월 첫 배포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구형 시스템을 퇴역시켜 매년 3,900만 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보고서 사본은 로이터가 입수

그러나 5월 30일 당시 대행이었던 달린 코스텔로(Darlene Costello) 공군 정책차관은 90일간 ‘전략적 일시 정지’를 선언, “대체 기술 솔루션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세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배후에는 프로젝트를 세일즈포스·팔란티어 기반으로 새로 추진하려는 공군 내부 압력이 있었다.

“새로운 공급업체는 실제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며, 중복 투자와 막대한 추가 비용만 초래할 것” — 존 와일러(IT 획득자문위원회 국장)

특히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인 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기 후원자이며, 2022년 상원 선거에서 지원한 JD 밴스(JD Vance) 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로 알려졌다.

우주군 역시 워크데이(Workday) 도입을 염두에 두고 별도 HR 플랫폼을 모색 중이다. 5월 7일 소규모 기업 대상 입찰 공고를 통해 ‘워크데이가 최적 솔루션임을 권고할 업체’를 찾겠다고 명시했지만, 구체적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 해군 ‘NP2’ 프로젝트 — 4억2,500만 달러의 기로

한편 2022년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나쿠푸나 컴퍼니즈(Nakupuna Companies)해군 급여·인사 통합 플랫폼 ‘NP2’ 개발을 맡아 2023년 이후 약 4억2,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올해 1월 컨설팅사 가이드하우스(Guidehouse)의 독립 검토에서는 ‘기술·예산 측면 모두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배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6월 5일 해군 인사 책임자였던 릭 치즈먼(Rick Cheeseman) 제독은 ‘계약 취소’ 지시 메모를 발송했다. 원인은 DOGE가 연초 팬테온 데이터(Pantheon Data)의 1억7,100만 달러 규모 데이터 서비스 계약을 ‘중복’이라는 이유로 해지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치즈먼 제독은 5월 7일 해군 CIO 제인 래스번(Jane Rathbun)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NP2 예산 전액을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해당 계약 복원 없이는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해군 수뇌부는 NP2 사업에 대해 또 다른 평가를 요구하며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나쿠푸나는 성명에서 “다수의 종합 검토를 통과해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는데, 갑작스러운 보류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 ‘계약 해지 편의조항(Termination for Convenience)’이란?

미 연방법은 정부가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Termination for Convenience 조항이라 부른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의 철수 비용(철회·철거 등)을 보전해야 하며, 결국 새 사업 재계약 비용이 중복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방계약 전문 변호사 프랭클린 터너(Franklin Turner)는 “현 행정부는 규제의 ‘와일드 웨스트’”라면서, “계약 구조 자체가 자주 흔들리는 만큼 납세자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 행정부·국방부 입장

백악관 부대변인 애나 켈리(Anna Kelly)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군 전력 강화와 동시에 세금 효율 제고라는 국민의 명령을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킹슬리 윌슨(Kingsley Wilson) 펜타곤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적용해 노후화된 계약 절차를 재편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막고 군 전력을 조속히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 시각과 전망

현재까지 투입된 8억 달러는 ‘매몰 비용’이 될 위험에 처했다. 새로운 플랫폼을 채택하더라도 변경·데이터 마이그레이션·현행 시스템 병행 운영 등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정보기술 조달 분야 시민단체와 회계감사기관(GAO)은 “절차 투명성 확보와 연속성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다.

결국 공군·우주군·해군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수억 달러 규모 산업 생태계의 이해관계가 재편될 전망이다. 정부가 ‘혁신 가속’을 명분으로 기존 계약을 번복할 경우, 그 부담은 납세자에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의회 청문회 및 감시 기관 조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세일즈포스·팔란티어·워크데이 등은 클라우드 기반 SaaS(Software as a Service) 업체로, 전통적인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보다 빠른 배포와 유연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군 특수 보안 요건과 레거시 데이터 호환성 문제로 ‘맞춤형’ 설계가 필수여서 비용·기간 예측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