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 젤(Zelle) 보안 허점으로 소비자 사기 ‘만연’… 10억 달러 피해 주장하며 제소

뉴욕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가 14일(현지시간) 전자 송금 플랫폼 Zelle(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임스 장관은 젤이 필수적인 보안 기능을 도입하지 않아 사기범들이 소비자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을 편취하도록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주 고등법원에 접수됐으며,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올해 3월 비슷한 사건을 취하한 이후 제기된 첫 대규모 관련 소송이다.

CFPB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집행 활동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이로 인해 연방 차원의 규제 공백을 감지한 뉴욕주가 주도적으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젤은 2017년 출시된 즉시 송금 애플리케이션으로, PayPalVenmo, BlockCash App 등과 경쟁한다. 모회사인 얼리워닝서비스(Early Warning Services)미국 대형 은행 7곳—뱅크오브아메리카, 캐피털원, JP모건체이스, PNC, 트루이스트, US뱅크, 웰스파고—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제임스 장관은 “젤의 모회사와 은행들은 플랫폼이 사기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수년간 인지했음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객 불만을 외면했고, 젤은 사기 계정이 계속 활동하도록 방치해 결과적으로 사기가 만연한 상태(rampant fraud)를 초래했다.


주요 사기 수법은 ▲사용자 계정 해킹 후 무단 송금 ▲존재하지 않는 상품·서비스 비용 송금 유도 ▲은행·정부·공공요금 회사를 사칭한 협박 등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한 피해자는 전력회사 Con Edison 직원으로 위장한 인물에게 “전기가 곧 차단된다”는 협박을 받고 1,477달러를 ‘Coned Billing’이라는 계좌로 송금했다.

소송은 젤에 대해 △사기 방지 기능 강화 △뉴욕주 소비자에 대한 손해배상 및 배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제임스 장관은 성명에서

“어떤 피해자도 사기 피해를 당한 뒤 홀로 싸우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고 밝혔다.

얼리워닝서비스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소장에는 각 은행은 피고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플랫폼 공동 소유주로서 책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제임스 장관은 올해 5월 캐피털원을 상대로 저축예금 이자 미지급 의혹 소송을 제기했고, 6월에는 머니그램(MoneyGram)과 해외송금 관련 위반 건을 합의로 마무리했다. CFPB는 두 사건 모두에서 유사한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 배경 및 용어 설명

Zelle은 미국 내 은행 계좌 간 실시간 송금 네트워크로, 은행 모바일 앱과 연동돼 계좌번호 대신 휴대전화번호·이메일 주소로 송금할 수 있다. 빠른 속도가 장점이지만 ‘송금이 완료되면 취소가 불가’하다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사기에 악용될 경우 피해 회수가 어렵다.

CFPB(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설립된 연방 기관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담당한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집행 예산 축소와 규제 완화 기조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New York State Supreme Court는 뉴욕주 1심 법원으로, 뉴욕주 법무장관은 주법 위반 의혹이 있는 기업·개인을 상대로 광범위한 수사·소송 권한을 가진다.


■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즉시 결제(Real-Time Payment)’ 시장 전반의 규제 강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주정부 차원의 집단 소송이나 규제 조치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젤을 공동 소유한 7대 은행이 피고에서 빠졌음에도, 소송 결과에 따라 ‘실질적 관리·통제 여부’를 이유로 책임 소재가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이는 전통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책임 공백(responsibility gap)’ 문제를 재점화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시간 송금 서비스 이용 시 ① 계좌·연락처 재확인, ② 출처 불명 링크 및 전화 주의, ③ 공공기관 사칭 경고 문자 숙지 등의 예방 수칙을 준수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조계에서는 뉴욕주의 성공적인 소송 진행 시 다른 주(州)들도 유사한 법적 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대로 젤이 과도한 규제라고 맞서 소송을 장기화할 경우, 연방·주정부 간 관할권 충돌도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