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팔로알토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Hold)’에서 ‘매수(Buy)’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220달러로 올렸다. 브래드 젤닉(Brad Zelnick) 애널리스트는 “사이버보안 업계 내 성장 모멘텀과 잠재적 인수 효과를 감안하면 현 주가에는 과도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최근 수주 동안 제기된 사이버아크(CyberArk) 인수설 이후 팔로알토 주가가 동종 업종 대비 11%가량 추가로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올해 들어서는 경쟁 업체 대비 15%p 이상 뒤처졌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우려는 ‘소음’에 가깝다. 팔로알토는 경쟁사 포티넷(Fortinet)을 웃도는 유기적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제품 포트폴리오와 리더십 관점에서 여전히 업종 내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 브래드 젤닉 애널리스트
수요 지표·설문조사로 본 실적 기대감
도이체방크는 파트너사·리셀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2025 회계연도 4분기(5~7월) 수요가 “견조하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프리즈마 클라우드(Prisma Cloud)와 자동화 플랫폼 XSIAM은 스플렁크(Splunk) 및 위즈(Wiz)의 경쟁 혼란을 기회로 삼아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은행 측 진단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기반 방화벽 부문이 예상을 웃돌면서 제품 매출(Product revenue) 전반이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도이체방크는 “리셀러들의 초기 예약(order) 규모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는 정성적 증언을 제시하며, 일반 기업·공공 부문 모두에서 보안 예산이 방어적 지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아크 인수설이 불러온 주가 변동성
6월 중순부터 돌았던 사이버아크 인수 가능성은 팔로알토 주가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약 110억~13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는 대형 거래가 지분 희석과 단기 레버리지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DCF(Discounted Cash Flow·현금흐름할인법) 기반 가치를 산정한 결과, 인수 시너지 및 크로스셀(Cross-sell) 기회가 장기적으로 주당 10~15달러의 가치를 추가로 더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아이덴티티 접근 관리(IAM) 솔루션을 보유한 사이버아크와 팔로알토의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전략이 결합될 경우, ‘엔드투엔드 보안 스택’을 원하는 대기업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비교 : 포티넷·체크포인트 대비 밸류에이션
현재 팔로알토의 12개월 선행 매출 대비 주가비율(PSR)은 약 11배로, 포티넷의 10배 수준과 비교하면 프리미엄이 10% 내외다. 젤닉 애널리스트는 “연평균 성장률(CAGR) 격차를 고려하면 오히려 밸류에이션이 할인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른 경쟁사 체크포인트(Checkpoint)와의 비교에서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솔루션의 깊이·다양성 면에서 팔로알토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프리즈마·코텍스(Cortex)·오토메이션 자동화 스위트가 만들어내는 통합 플랫폼 효과는 단순 하드웨어 보안 어플라이언스를 넘어선 차별점”이라는 설명이다.
주요 용어·기술 풀이※업계 비전문 독자용
• 프리즈마 클라우드(Prisma Cloud) :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전반의 워크로드, 데이터,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팔로알토의 보안 플랫폼이다.
• XSIAM(Extended Security Intelligence and Automation Management) : AI·머신러닝을 활용해 로그, 트래픽, 사용자 행위를 실시간으로 분석·대응하는 차세대 보안 분석 시스템이다.
• DCF :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환산해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인수·합병 시 적정 인수가격을 산정할 때 활용된다.
기자 해설 : “매수” 상향의 의미와 전망
도이체방크의 평가는 최근 빅 테크·AI주 랠리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사이버보안 섹터에 다시금 스포트라이트가 돌아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S&P500 정보기술 지수가 고점을 경신하는 동안에도, 보안주는 “필수 방어주”라는 정체성 때문에 성장주의 강세장에서 종종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연초 이후 잇따른 대형 해킹·랜섬웨어 사고에 따라 기업들의 보안 투자 의지는 오히려 강화됐다. 기자가 취재한 여러 국내 기관투자자 역시 “주가 조정을 포지션 축적 기회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이버아크 인수 건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변수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종합하면 팔로알토의 플랫폼 통합 전략과 아이덴티티 보안 결합은 공격 표면이 넓어지는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명확한 투자 논리를 제공한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리스크 대비 장기 수익률을 겨냥하는 투자자라면 도이체방크의 ‘매수’ 의견이 제시한 220달러 선을 핵심 벤치마크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