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중석 〈미국 주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1. 서론 — 왜 ‘OBBB’인가
미국 의회가 준비 중인 One Big Beautiful Bill(이하 OBBB)은 이름만큼이나 논쟁적이다. 총 1조2,500억달러 규모, 기간 10년, 국방·산업·사이버·인프라·세제 개편을 한데 묶은 초대형 패키지다. 대중적 별칭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법안’이지만, 월가는 이를 “통화에서 재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법안”으로 읽는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OBBB가 향후 최소 10년간 미국 자본시장을 어떻게 재구조화(re-architecting)할지 장기적 관점에서 짚어본다.
2. 통화지배 → 재정지배, 무엇이 달라지나
통화지배(Monetary Dominance) 국면에서 유동성·자산가격을 좌우한 주체는 연방준비제도(Fed)였다. 팬데믹 이후 QE+제로금리+YCC
조합이 재정적자조차 흡수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물가와 국채 발행 부담이 동시에 치솟으면서 Fed는 ‘끝없는 유동성 파이프’ 역할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OBBB가 제도화되면 다음과 같은 구조 변화가 발생한다.
- ① 재정 탄력성 확대 : 국채 발행 한도를 사실상 완충 장치로 바꿔 “필요하면 더 쓴다”는 로직을 제도화한다.
- ② 산업정책·안보정책 통합 : 첨단 반도체·사이버·방산 부문은 국가 안보 항목으로 예산이 배정돼 사이클을 타지 않는다.
- ③ 세수 구조 다변화 : 15% 수출세(엔비디아·AMD 사례)처럼 정부가
매출 공유자
가 되는 새로운 ‘준조세’가 도입된다. - ④ 통화–재정 믹스 리셋 : Fed는 장기 국채를 더 이상 전폭적으로 흡수하지 않는다. 대신 재정지출과 세율 조정이 경기 완충 장치가 된다.
3. 법안 핵심 조항 — 5대 축 정밀 해부
축 | 배정액(10년) | 주요 세부 내용 | 장기 파급 |
---|---|---|---|
① 국방ㆍ방산 | $1.5T | 사이버ㆍ우주ㆍ극초음속, 국방 R&D 세액공제 상한 폐지 | 방산 CAPEX 슈퍼사이클, 中 억제 |
② 첨단 제조 | $0.8T | 반도체 Fab 건설 보조금, 연구 전액 비용처리 | TSMC·삼성 등 美 투자 가속 |
③ 인프라 2.0 | $0.7T | 에너지망 업그레이드, 항만·철도 자동화 | 구리·전력 수요 구조적 증가 |
④ 디지털 안보 | $0.3T | 연방·주정부 CISO 의무화, 데이터센터 보조금 | 사이버보안 SaaS 매출 폭증 |
⑤ 세제 리셋 | — | R&D 전액 비용화·국내생산 10% 가산공제, 스테이블코인 과세 명문화 | 기업 EPS 상향·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
4. 거시 변수 ① 국채 공급 폭증 vs. 채권 수요 기반
OBBB는 10년간 1.25조달러 순증 지출을 야기한다. CBPP
추계에 따르면 2030년 말 연방부채 /GDP 비율은 135%를 돌파한다. 장기국채(10Y) 금리가 4.0% → 4.8%로 상승해도, 실질금리가 물가보다 낮으면 정부 이자비용은 GDP 대비 1.5%포인트 상승에 그친다. 왜? 달러 기축통화 프리미엄+연기금·보험사의 장기 duration 수요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받아들이는 조건부 가이드라인은 두 가지다.
- 연간 CPI 2.5% 이하 유지 → 국채 발행 늘어도 실질금리 부담 완화
- 반도체·AI 공급망 미국 내 안착 → 외국인 국채 매수(특히 동맹국 주권자금) 유지
5. 거시 변수 ② 인플레이션 경로
OBBB는 단기 물가 상방 요인이다. CBO 3-모델 시뮬레이션 기준, 첫 2년 CPI 상승률을 +0.4%p 높인다. 그러나 인프라 CAPEX 후반부(3년 차 이후)에는 생산성 반등으로 코어 PCE를 –0.3%p 낮출 수 있다. 즉 인플레 살짝 높이고, 생산성으로 상쇄
프레임이다. Fed가 이를 ‘허용 가능한 물가 패스’로 볼지 여부가 장기 금리 궤적을 가른다.
6. 섹터별 장기 수혜·피해 지도
6-1. 방산·사이버보안
- 매출 CAGR(2025-2030E) 8 → 12% 상향
- 방위산업 비중 ETF
ITA
, 사이버 ETFBUG
편입 비중 확대 전망 - 대표 종목 : LMT, NOC, PANW, CRWD
6-2. 산업재·인프라
- 전력ㆍ배관 소재 구리·니켈 수요 +40%
- 구리광 ETF
COPX
·인프라 ETFPAVE
중장기 α 기대
6-3. 클린테크 — 단기 역풍
PTC·ITC 축소, FEOC 25% 룰 적용 → 태양광 밸류체인 단기 마진 악화.
그러나 일부 기업(ENPH, FSLR)은 IRA 혜택 유지로 낙폭 제한.
6-4. 리츠·헬스케어·교육
재정재분배 효과로 의료·교육 정부 보상 축소될 가능성 → 장기 EPS PRESSURE.
7. 투자전략 — 하드 파워 + 디지털 모트
바스켓
필자는 OBBB 정책 수혜도를 ‘하드 파워(Hardware)’와 ‘디지털 모트(Software)’로 구분해 바스켓을 구성한다.
<전략 바스켓 예시> ┌───────────────┬───────────────┐ │Hard Power ETF │Digital Moat ETF│ ├───────────────┼───────────────┤ │ITA(방산) │BUG(사이버) │ │PAVE(인프라) │AIQ(Generative) │ │COPX(구리광) │IGV(소프트웨어) │ └───────────────┴───────────────┘
핵심 포인트는 β(시장)
와 α(정책)
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하드 파워는 재정 예산 하방 방어, 디지털 모트는 성장 옵션을 제공한다. 단, 금리 스파이크 구간에는 리츠·장기채 LQD·HYG 헷지를 병행한다.
8. 리스크 체크리스트
- 의회 표결 지연 : 양당 셧다운 리스크 → 국채 발행 불확실성 확대
- 신용등급 강등 : 재정규율 논란 시 S&P·무디스 추가 강등 가능
- 원자재 인플레 재점화 : 동·니켈·리튬 가격 2021년 고점 재돌파 시 비용압력
- 달러 지수 급락 : 실질금리 음전환 + 재정적자 → 안전자산 달러 선호 약화
9. 결론 — “재정지배 시대의 승자 지형”
OBBB는 새로운 인플레 레짐과 산업 패권 경쟁을 제도화한다. 통화긴축 → 경기둔화 걱정이 반복됐던 2010-2020년과 달리, 2025년대의 핵심 변수는 ‘정치가 설계한 재정 머니 플로’다. 이는 금리·주식·원자재 간 상관관계를 다시 쓰게 만들 것이다.
투자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① Fed가 아닌 재정이 위험 프리미엄을 조정할 때 포트폴리오 구성법은?
- ② 정부가 기업 매출 일부를 가져가는
수출 대가금
모델이 고착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산식은? - ③ 안보·기후·디지털 규제라는 3중 변수 하에서 어떤 기업이 ‘최저한 규제 비용’ 구조를 갖추는가?
필자는 “하드 파워 업종 + 디지털 모트 기업 + 국채 변동성 헷지”를 10년 재정 사이클의 전략 축으로 제시한다. 정책 방향과 자본 흐름이 수렴하는 곳에서 지속 가능한 알파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세계의 격언처럼, “돈이 흘러가는 파이프라인을 따라가라.”
OBBB는 그 파이프라인의 ‘설계도’다. 그 흐름을 먼저 읽는 자가, 재정지배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