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증시 상장사 스피랙스 그룹(Spirax-Sarco Engineering)에 대한 증권사 평가가 한 단계 상향됐다. 글로벌 증권사 스티펠(Stifel)은 기존 ‘매도(sell)’ 의견을 철회하고 ‘보유(hold)’로 조정했으며, 목표주가를 5,750펜스에서 6,450펜스로 12.2%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티펠은 최근 발표된 2024년 상반기 잠정 실적 이후 위험·보상 균형이 개선됐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의견을 변경했다. 스티펠은 ‘목표주가 상향 → 투자의견 상향’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지만, 이번 조정은 실적 모멘텀 회복 신호와 밸류에이션 재평가 필요성을 동시에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조정 내역은 다음과 같다. ① 2025년·2026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각각 2.5%, 0.5% 상향했으며, 이는 금융비용 감소에 따른 효과로, 영업 측면의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다. ② 2025년 매출 전망치는 0.2% 하향(16억8,000만 파운드)했지만, 조정 영업이익은 0.1% 상향(3억3,740만 파운드)했다.
시장 반응 및 주가 흐름
스티펠은 “상반기 실적 발표 직후 스피랙스 주가는 예상을 웃도는 강세를 보였다”며 “이는 그간 시장 컨센서스가 과도하게 낮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애널리스트 전망이 회사 가이던스는 물론 스티펠 자체 추정치보다도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 매출·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부합과 하반기 실적 집중(전체 이익의 53%)이라는 특성이 재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됐다.” — 스티펠 리서치 노트 중
사업 부문별 동향
① 바이오파마·반도체 등 핵심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조짐이 확인됐다.
② 중국·한국의 설비투자(캡엑스) 둔화 폭이 예상보다 완만했고, 두 지역 모두 유지·보수·운영(MRO)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③ 자회사 왓슨-말로(Watson-Marlow)의 바이오파마 신규 수주액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매출을 상회해, 수주잔고 확대가 기대된다.
④ 1H 자본적지출이 예상치를 하회함에 따라 재무 레버리지 축소(디레버리징) 전망도 개선됐다.
그러나 부담 요인도 여전하다. 상반기 회사 측이 단행한 52백만 파운드 규모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보고 이익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핵심 스팀(steam) 사업부가 전체 이익의 55%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산업생산(중국 제외) 증가율 전망이 2.1%→1.7%로 하향돼 하반기 수요 회복이 더딜 가능성도 제기됐다.
밸류에이션(주가가치) 논의
스티펠은 “스피랙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로터크(Rotork), 위어(Weir), IMI 등 동종업체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단기 목표 달성 가정을 적용하더라도 프리미엄이 유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탈탄소화 전략이 매력적 성장 동력임을 인정하면서도, 회사 자체가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테마”라고 강조한 만큼 단기 실적 촉매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유(hold)’ 의견은 주가가 적정 가치에 근접했으며 리스크·보상 구조가 균형을 찾았다는 의미다. ‘매수(buy)’ 상향까지 이어지려면 ① 핵심 스팀 사업부의 유기적 성장률 반등, ② 중국·한국 설비투자 추세 반전, ③ 바이오파마 신규 공정 장비 수요 급증 등의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스티펠의 시각이다.
전문가 해설: 스티펠 등급 용어 이해
• 매도(sell): 시장수익률 하회 예상, 과대평가 판단.
• 보유(hold): 현재 주가가 내재가치와 유사, 상·하방 위험이 균형.
• 매수(buy): 시장수익률 초과 가능성, 저평가 판단.
목표주가는 12개월 내 적정 주가란 의미이며, 투자의견은 해당 기간 기대수익률에 따라 결정된다.
주요 용어 추가 설명
• MRO(Maintenance, Repair & Operations): 설비를 정상 가동하기 위한 유지·보수 활동.
• EPS(Earnings Per Share):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 주주가치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 스팀 사업부: 증기 기술(보일러·밸브 등)을 활용해 제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피랙스의 전통 주력 부문.
종합 평가
스티펠의 의견 상향은 분명 긍정적 신호이나, 전제가 된 금리·환율·산업생산 지표가 변동할 경우 실적 추정치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 유지 여부와 함께 글로벌 제조 PMI·지역별 설비투자 사이클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티펠이 언급한 탈탄소화(Decarbonisation) 장기 전략은 유럽 연합(EU)·영국 정부의 ‘2050 넷제로(Net Zero)’ 로드맵과 맞물리는 초장기 성장 동인이다. 그러나 당장 매출·이익에 큰 폭으로 기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스피랙스 주가가 ‘성장주의 프리미엄’을 계속 유지하려면, 단기적으로는 미국·아시아의 반도체 수요 회복이나 바이오 의약품 설비 증설 같은 구체적 성과가 선행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투자 관점에서는 ①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과 ② 경기민감 섹터 노출이라는 양면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스티펠의 ‘보유’ 의견은 이런 상황에서 리밸런싱(비중 조정) 전략에 부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