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로이터 ‒ 유럽 투자자들이 2025년 들어 미국 주식을 줄이고 자국·역내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이하 ETF)로 시선을 돌리며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Morningstar)가 집계한 결과 올해 7월 말까지 유럽 역내에 설정된 유럽 초점 ETF로 총 394억 유로(약 462억 달러)가 순유입돼 2008년 통계 집계 이래 연간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해당 자금 유입은 전년(2024년) 한 해 순유입 규모의 3/1 이상을 기록하며 유럽 ETF 시장 전체 운용자산을 2조4,000억 유로로 끌어올렸다. 반면 미국 주식형 ETF는 올 들어 125억 유로의 순유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으며, 최근 3년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주요 운용사별 자금 흐름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대 ETF 발행사인 블랙록(BlackRock), 프랑스의 아문디(Amundi), 독일 도이체방크 계열 DWS, 스위스의 UBS 등 대형 하우스 대부분이 자사 유럽 현지 상품에서 강력한 자금 유입세를 경험했다.
특히 국방·안보 테마 ETF가 두드러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나토(NATO) 회원국 방위비 증액 기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76억 유로가 유입되며 인공지능(AI) 테마(차순위)보다 3배 이상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모니카 칼레이(Monika Calay)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對유럽 무역 정책이 유럽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도를 약화시켰다”면서도 “여전히 미국 자산은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축”이라고 진단했다.
배경: ETF란 무엇인가?
ETF는 특정 주가지수·원자재·테마 등을 지수화(인덱싱)해 실시간으로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도록 설계한 기초자산 추적형 펀드다. 낮은 운용보수, 뛰어난 유동성, 분산투자 효과 덕분에 전 세계 개인·기관투자자들의 핵심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역내에서 설정된 ETF는 통상 아일랜드·룩셈부르크·프랑스 등 규제·조세 환경이 우호적인 국가에 등록되며, 유통시장에서 유로화로 거래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투자자들이 지리적·통화적 헷지 효과를 위해 자국 지수 비중을 늘리면서도, 방위산업·AI처럼 정부·기업 지출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섹터에 집중한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신중론도 부상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미국 대형 기술주의 견조한 실적과 견고한 소비를 근거로 “미국 증시는 조정 후 재차 최고가 랠리를 시현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실제로 4월 2일 관세 발표 직후 급락했던 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7월 말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지역별 분산과 테마별 집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는 셈이다. 이는 ‘멀티에셋·멀티리전’으로 대표되는 신(新)자산배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금액·비율 요약
• 유럽 초점 ETF 순유입 ‒ 394억 유로(2025.1~7)
• 미국 초점 ETF 순유입 ‒ 125억 유로(동기간, YoY -40%)
• 유럽 ETF 운용자산 ‒ 2조4,000억 유로
• 국방 테마 ETF 순유입 ‒ 76억 유로
환율은 기사 작성 시점 1달러=0.8535유로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