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루이스, 메디오방카 주주들에게 뱅카 제네랄리 인수안 지지 재확인

이탈리아 금융권의 대형 인수·합병(M&A) 전선에서 국제 의결권 자문사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메디오방카(Mediobanca)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지지 의견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이번 사안은 메디오방카가 이탈리아 사모·자산관리 전문은행 뱅카 제네랄리(Banca Generali)를 인수하려는 제안을 놓고 오는 8월 21일 열릴 표결과 직결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메디오방카 주주들에게 “회사 측 제안을 지지하라”는 기존 권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6일 예정됐던 표결이 내부 갈등으로 연기된 후 나온 두 번째 공식 견해다. 당시 이사회와 일부 대주주 간 마찰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자문사들이 잇따라 찬성 의견을 반복함에 따라 흐름이 다시 ‘찬성 우위’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밀라노 금융가 전경


“우리는 메디오방카 주주들이 회사의 제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계속 믿는다. 현재 시점에서 이전 권고를 수정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글래스 루이스 리포트 중

글래스 루이스의 이번 평가는 메디오방카 경영진이 부족할 수 있는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앞서 ISS(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역시 지난주 같은 내용의 ‘찬성’ 의견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은행 회의실

메디오방카의 전략적 목표는 뱅카 제네랄리 인수를 통해 이탈리아 2위 자산관리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는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onte dei Paschi di Siena, 이하 MPS)가 메디오방카를 인수하려는 잠재적 시도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MPS는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며 공격적 M&A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수합병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표결 결과는 이탈리아 은행 산업 재편의 향방을 가르는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12건 이상의 대형·중형 은행 M&A가 진행 중이거나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그중에서도 메디오방카·뱅카 제네랄리 거래는 규모와 상징성 측면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왜 의결권 자문사가 중요한가?

국제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대형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특히 글래스 루이스와 ISS 두 곳은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이 제시하는 ‘찬성(For)·반대(Against)’ 권고는 주주총회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이번 메디오방카 사례처럼 경영진과 대주주 간 의견이 엇갈릴 때 자문사 보고서는 더욱 큰 파급력을 발휘한다.


이탈리아 은행권 M&A 흐름

2015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본적정성 규제 강화와 수익성 둔화로 촉발된 재편 압력은 최근 금리 인상 국면에서 다시 뜨거워졌다. 규모의 경제 확보디지털 전환 가속이 은행들의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자, 중소형 은행은 대형 은행 또는 사모·자산관리 전문사와 합병을 택하고 있다. 메디오방카가 노리는 뱅카 제네랄리는 운용자산(AUM) 약 8백억 유로를 보유한 프라이빗뱅크로 고액자산가 시장 지배력이 강하다.

반면, MPS는 1472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의 은행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실자산 정리와 자본확충 부담으로 몸집을 줄여왔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보유지분 매각을 서두르면서 민영화·재매각이 병행되고 있으며, 국내 대형 투자자 두 곳이 동시에 메디오방카와 MPS의 ‘톱 3 주주’로 올라서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전문가 분석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메디오방카가 보유하게 될 교차판매(Cross-selling) 시너지수수료 기반 수익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MPS의 반격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고, 유럽 금융감독청(EBA) 및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승인 절차도 남아 있어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의결권 자문사의 반복된 ‘찬성’ 권고가 기관투자가에게 강력한 신호를 주었다고 판단한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중시하는 글로벌 연기금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에, 글래스 루이스와 ISS의 동일한 견해는 ‘거버넌스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해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표결은 ‘가결’ 가능성이 높지만, 대주주 간 지분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주가 변동성과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향후 일정 및 전망

메디오방카 주주총회는 8월 21일(현지시간) 개최될 예정이며, 단순 과반의 찬성으로 인수안이 통과된다. 인수안 가결 시 양사 실사와 감독기관 승인 절차는 2025년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부결 시 메디오방카는 대체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MPS의 공격적 인수 가능성이 재부상할 여지도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 전략에 나서는 헤지펀드는 표결 결과에 따라 스프레드 트레이딩이나 차익 거래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장기 투자자는 인수 시너지가 실현될 때까지 인내심을 요구받지만, 이탈리아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대수익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결국 8월 21일 표결은 이탈리아 은행 산업 재편유럽 금융시장의 경쟁 구도를 동시에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의결권 자문사의 일치된 권고가 투자자 표심을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