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 변화로 흔들리는 고연봉 전문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규제 완화와 기후 프로그램 대폭 축소는 미국 노동시장의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봉 7만~18만 달러(약 9천만~2억4천만 원)의 고임금 전문가들에게 일자리 축소 또는 국외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가 발표한 행정명령과 예산 청사진은 해상풍력·전기차·지열·환경 규제·국세청 집행 등 5개 분야에서 직접적인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 전문가들은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채용 규모가 과거 대비 축소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① 해상풍력 프로젝트 매니저(Offshore Wind Project Manager)
평균 연봉: 7만2,000~13만1,000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21일에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미개발된 대륙붕(Outer Continental Shelf) 전역을 신규 풍력 임대에서 제외하고, 관련 허가 절차를 전면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당장 공사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이 마비될 수 있다.
대륙붕은 미국 영해(12해리) 밖 최대 200해리까지 이어지는 해저 지형으로,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할 수 있는 핵심 구역이다. 허가 공백이 길어질수록 일정·물류·이해관계 조정 등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수요도 급감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② 시니어 배터리 엔지니어(Senior Battery Engineer)
평균 연봉: 10만3,000~18만8,000달러
트럼프 진영은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을 통해 2025년 9월 30일 이후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7,500달러)를 종료하고, 2028년까지 배터리 생산세 공제도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캐나다·멕시코산 전기차에 25%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스텔란티스는 윈저·톨루카 공장을 멈추고 미국 내 부품공장 5곳에서 900명을 일시 해고했다.
토요타·GM 등도 EV 생산설비 확대를 재검토하고 있어, 셀 설계·소재·열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시니어 배터리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 축소가 불가피하다.
③ 지열 엔지니어(Geothermal Engineer)
평균 연봉: 11만3,000~18만6,000달러
지열 발전은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자격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부(DoE) 인력 **2024년~2025년 사이 30% 감축 축소, 연방 저금리 융자 지연, 수입 철강 50% 관세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며 프로젝트 추진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또한 ‘우려 외국기업(Foreign Entities of Concern)’에 대한 광물 공급망 제한으로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커져, 시추·저류층 모델링·열교환 설계를 담당하는 고급 인력 채용이 둔화되고 있다.
“철강 관세가 관통관(케이싱) 단가를 두 배로 끌어올리며, 파일럿 시추를 미루는 업체가 속출한다.” — 전 에너지부 관계자
④ 환경 준수 매니저(Environmental Compliance Manager)
평균 연봉: 9만9,000~16만3,000달러
EPA(미 환경보호청) 수장 리 젤딘은 2009년 제정된 온실가스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할 계획임을 확인했다. 해당 판정은 대기오염 방지법(Clean Air Act) 기반의 다수 기후 규제의 법적 근거였는데, 폐지될 경우 기업들의 연방 보고 의무가 대폭 줄어든다.
EPA가 인원 감축과 명예퇴직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규제 리스크 완화를 이유로 환경 준수 담당 인력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⑤ 국세청 범죄수사 특수요원(IRS Criminal Investigation Special Agent)
평균 연봉: 7만5,000~12만5,000달러
트럼프 측 예산안은 2026회계연도 IRS 전체 예산을 44% 삭감하고, 2027년에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행(Enforcement) 예산만 놓고 보면 2025년 대비 50% 감소다.
이미 10년간의 긴축으로 인력이 부족한 IRS는 암호화폐 자금 추적·마약 자금세탁·역외 탈세 등 고급 금융포렌식 분야에서 심각한 인력 공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관점과 전망
노동경제학자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면 고숙련 인력부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탈규제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더라도, 기후 리스크 관리·세수 확보·첨단 기술 연구개발에서 장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일부 업계에서는 해외로 이전한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돌아올 가능성, 또는 규제 완화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탈규제·예산 삭감 기조가 유지되는 한, 위에 열거된 다섯 직종의 고연봉 일자리는 최소한 채용 동결 또는 축소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용어 정리: ‘위해성 판정(Endangerment Finding)’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고 EPA가 공식 규정한 절차로, 이를 토대로 다수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만들어졌다. ‘Outer Continental Shelf’는 주(州) 관할 해역 밖에 위치한 대륙붕으로 연방정부가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