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 랠리를 시도하고 있다. 13일 새벽 미국 지수선물시장에서 S&P 500과 나스닥 100 E-미니 선물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투자자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완화 사이클을 재개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일(1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예상치와 부합했다. 그러나 시장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뛰었음에도 고용지표 둔화와 최근 연준 인사 교체를 근거로 ‘비둘기적 전환’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이 집계한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따르면 9월 25bp(0.25%p) 인하 가능성은 98%로 치솟았다. 이는 전일 88.8%에서 급격히 높아진 수치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내린 시점은 2024년 12월이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결과가 시장 예상 범위 안에 있었으며,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이 물가 우려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해펠레 CIO는 이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재개되고, 총 100bp의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시각(미 동부시간 05:35) 다우존스 선물은 104포인트(0.23%) 올랐고, S&P 500 E-미니는 11.5포인트(0.17%), 나스닥 100 E-미니는 54.25포인트(0.23%) 상승했다.
변동성·채권금리·은행주 동향
시장 공포지수로 알려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4.55까지 내려가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변동성 위험을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일 은행업종 지수는 3개월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프리마켓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주가는 소폭 추가 상승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발표 이후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진 것이 대출 이자마진(NIM) 확대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Nomura)는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전망을 수정해 “9월 25bp 인하”를 공식 레포트에 반영했다.
정책 발언·실적 이벤트
시장은 이날 예정된 여러 연준 인사 발언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FOMC 의결권을 가진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어떤 ‘힌트’를 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실적 시즌에서도 개별 이슈가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데이터센터 업체 코어위브(CoreWeave)는 예상보다 큰 순손실을 발표해 주가가 9.2% 급락했다.
반면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 등과 체결한 중국 매출 공유(revenue-sharing) 합의가 다른 반도체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소식은 업계에 추가 모멘텀을 제공했다.
LNG·원유·지정학 변수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 LNG)은 셸과의 장기 계약 분쟁에서 승소하며 9.3% 급등했다. 2023년부터 인도하기로 한 LNG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어진 소송에서 법원이 벤처글로벌의 손을 들어줬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6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을 주제로 화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틀 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예정돼 있어 지정학적 변동성이 부각되고 있다.
용어 풀이
E-미니 선물은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형 지수선물을 말한다. 표준 계약의 5분의 1 규모로, 24시간 거래·작은 증거금·높은 유동성이 특징이다.
VIX는 S&P 500 옵션 가격을 통해 산출한 예상 변동성 지수로, 시장이 향후 30일간 변동성을 어떻게 기대하는지 보여준다.
전문가 시각
기자의 종합 분석으로는, 7월 CPI 결과가 ‘미션 어콤플리시드’를 선언하기 어렵게 만들었음에도 노동시장의 급속 둔화가 연준의 정책 우선순위를 바꾸고 있다. 또한 연준 내부의 의사결정 구도 변화(신임 이사 임명 등)가 비둘기적 기류를 형성하면서 9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총 100bp 인하 전망에 대해선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경계 의견도 있어 향후 근원 물가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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