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H20 중국 판매 재개, 중국 AI 전략은 그대로…“일시적 조치”라는 맥쿼리 분석

Investing.com이 전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Nvidia)의 AI 전용 칩 ‘H20’가 중국으로 다시 운송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장기 인공지능(AI) 정책 노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계 투자은행 맥쿼리(Macquarie)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선적 재개가 미·중 무역협상의 전환점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는 중국 정부의 큰 방향을 흔들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맥쿼리 보고서는 “중국 규제 당국이 H20 사용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의회와 일부 정치단체들은 ‘국가 안보를 경제적 이익과 맞바꿨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쿼리의 핵심 진단

“H20는 중·단기적으로 AI 추론(inference)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차선책’에 불과하며, 중국의 장기 목표는 토종(end-to-end) AI 생태계 구축에 있다.” — 맥쿼리 애널리스트 팀

맥쿼리는 이번 조치가 미·중 간 AI 주도권 경쟁에서 양국이 택한 접근 방식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내부 인프라 강화와 동시에 ‘미국 중심’의 풀스택(full-stack) AI 솔루션 수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다자간(multilateral)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해 신흥국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H20’·‘AI 추론’·‘Forward P/E’ 용어 해설

• H20: 미국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설계한 지연 사양 버전 AI 가속기다.
• AI 추론(Inference): 학습이 끝난 AI 모델이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예측·생성하는 단계로, 고성능 GPU 수요가 크다.
• Forward P/E: 주가수익비(Price-to-Earnings Ratio) 중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지표다. 투자자들이 성장성을 얼마나 프리미엄으로 반영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 반도체 투자 지속 전망

맥쿼리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접근성이 일시적으로 확보되더라도, 중국은 첨단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MSCI 차이나 반도체 지수의 선행 P/E는 65배로, 미국 SOX(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대비 2.5배 이상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해당 밸류에이션에는 AI 성장과 무관한 태양광 기업들이 포함돼 있어 지표 왜곡이 존재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AI 베타’(AI 관련 민감도)가 가장 높은 종목으로 옵티컬 컴포넌트 업체 이노라이트(Innolight)IC 설계 회사 캄브리콘(Cambricon)을 지목하며, 전통적 후공정·패키징 업체보다는 부품·설계 영역이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알리바바(Alibaba)를 비롯한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대형주는 위험 대비 수익과 기업 체질을 감안할 때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자 분석 및 시사점

엔비디아 H20의 중국행 재개는 기술·안보·경제가 얽힌 복합적인 정책 조정의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공급망 내재화’와 ‘자국산 AI 스택’이다. 칩 단일 부품이 아닌, 설계-코어 IP-제조-패키징-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체계가 완성되어야 진정한 독립이 가능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H20는 ‘긴 호흡’의 전략적 로드맵을 바꿀 정도의 변수라기보다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 시간을 벌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 측에서도 여전히 국가안보 우려가 남아 있어 향후 추가 규제나 조건부 허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AI 패권 경쟁은 단일 칩 승인이 아닌, 생태계·표준·시장 확산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