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가 기업공개(IPO) 최종 공모가를 주당 37달러로 확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당초 제시한 희망공모가 범위(32~33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정 시가총액은 약 54억달러(약 7조2,000억 원)에 달한다.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불리시는 이번 IPO를 통해 총 3,000만 주를 매각해 11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는 투자 수요 확대에 힘입어 당초 계획했던 2,030만 주(공모가 28~31달러)보다 물량을 늘린 결과다.
불리시는 JPMorgan, 제프리스(Jefferies), 씨티그룹(Citigroup)을 공동 주간사로 선정했고, 주간사단에는 30일 동안 450만 주를 추가 배정(opt-out)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됐다. 회사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BLSH”라는 티커(symbol)로 거래를 시작한다.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두드러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최대 2억 달러어치 지분을 매수하겠다는 의향을 사전에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통 금융자본이 가상자산 생태계로 본격 유입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회사 개요와 사업 모델
불리시는
“탈중앙화 금융(DeFi)의 자동화된 유동성 프로토콜과 중앙화 거래소의 보안·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거래소’”
를 표방한다. 2021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25년 3월 31일까지 누적 거래 규모가 1조2,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본사는 케이맨제도에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증권거래소( NYSE ) 전(前) 사장 톰 팔리(Tom Farley)다.
또한 불리시는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CoinDesk)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세 지수, 데이터·애널리틱스 부문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정보–거래–보관’ 전 주기를 포괄한다는 전략이다.
■ 두 번째 상장 도전…우호적 정책 기류 타고 성공
불리시는 설립 4년 만에 두 번째 상장 도전에 나섰다. 1차 도전은 시장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으로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는 친(親)암호화폐 기조가 자본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 등 초기 투자자들이 대거 재도전에 힘을 보탰다.
올해 들어 가상자산 기업들의 증시 입성은 잇따르고 있다. 6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NYSE 상장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5월에는 마이크 노보그라츠(Mike Novogratz)의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토론토에서 나스닥으로 거래소를 옮겼다. 주식·암호화폐 플랫폼 eToro 역시 기업가치 54억 달러로 나스닥에 데뷔했다. 이외에도 비트고(BitGo), 제미니(Gemini) 등이 비공개(pre-IPO)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 용어 설명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공개’를 의미하며, 비상장사가 주식을 공개 발행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달러 등) 또는 자산 가치에 고정(Peg)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이다. 탈중앙화 금융(DeFi)은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으로 중개자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뜻한다.
■ 기자 해설: 시장 파급효과와 전망
이번 불리시 상장은 전통 금융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IPO 시장 자체가 침체 국면에서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신규 자금의 ‘테마’가 가상자산 기업으로 옮겨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블랙록과 ARK처럼 ‘큰손’이 대규모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권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미국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뀔 가능성·기조에 따라 불리시의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환율, 세제, 국내 규제환경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리시의 공모 흥행은 글로벌 크립토 기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을 타진해볼 만한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공개 성공 여부뿐 아니라 상장 후 거래량·시장점유율 유지 여부, 경쟁 거래소(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등)와의 차별화 전략이 장기적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