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트윌리오(Twilio·티커: TWLO)가 한때 기록했던 ‘백만장자 제조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클라우드 기반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기업의 주가는 2021년 2월 18일 사상 최고가 443.49달러를 기록했으나, 현재(2025년 8월 12일 종가 기준) 9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고점 대비 약 8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기업공개(IPO) 당시 15달러였던 주가는 고점까지 2,857% 급등하며 3만4,000달러 투자금이 100만 달러를 넘어서는 ‘대박’을 안겨줬다. 그러나 지금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경우 평가액은 21만5,000달러 수준에 머문다. 그 사이 트윌리오는 성장 둔화·적자 확대·경쟁 심화라는 삼중고를 겪었다.
트윌리오의 플랫폼은 개발자가 복잡한 메시지·음성·영상 기능을 직접 구현하지 않고도 몇 줄의 코드만으로 손쉽게 앱에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리프트(Lyft)의 기사 연락 기능, 에어비앤비(Airbnb) 호스트 메시지, 그리고 휴대전화 인증 문자 등이 모두 트윌리오 인프라를 거친다.
■ 성장 둔화의 원인
트윌리오는 상장 후 공격적으로 SendGrid, Segment, Zipwhip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2021~2024년 유기적(Organic) 매출 성장률은 42%→30%→10%→9%로 급락했다. 보고(Reported) 매출 성장률 역시 61%→35%→9%→7%로 둔화했다. 팬데믹 특수 종료,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고객사의 클라우드 비용 절감, 그리고 MessageBird·Bandwidth·에릭슨의 ‘보네이지(Vonage)’ 등 경쟁사 공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2020년 32억 달러에 인수한 Segment는 구독형(Customer Data Platform)으로 핵심 사업인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보다 성장 속도가 더뎠다. 사용량 기반 모델은 고객 저변 확대에는 유리하지만, 가격 결정권이 약해 추가 서비스 크로스셀 여력이 제한된다.
■ 개선 조짐도 있다
트윌리오는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 9억5,000만 달러였던 순손실을 2024년 1억900만 달러로 축소했다. 같은 기간 DBNER(달러 기준 순확대율)은 2024년 104%로 반등했고, 2025년 1분기 107%, 2분기 108%를 기록하며 고객당 매출이 다시 늘고 있다.
이 지표는 기존 고객이 1년 동안 동일 제품·서비스를 얼마나 더 사용하는지 금액으로 측정한다. 100% 초과면 고객 잔존율은 물론 추가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 CEO 교체와 전략 수정
창업자 제프 로슨(Jeff Lawson)이 2025년 1월 사임한 뒤, 코제마 시프찬들러(Khozema Shipchandler) 신임 CEO는 ▲핵심 통신(음성·메시징·영상) 기능에 집중 ▲수익성 중심 성장 ▲대규모 인수합병(M&A) 자제 기조를 표방했다. 이는 과거 ‘광범위한 생태계 확장’ 전략과 대비되는 보수적 접근이다.
■ 향후 실적 가이던스
회사 측은 2025년 유기적 매출 성장률 9~10%, 보고 매출 성장률 10~11%, 조정 영업이익 19~22% 증가를 제시했다. 월가 컨센서스는 2025년 EPS 24% 성장, 2026년 매출 8%·EPS 15% 성장을 예상한다. 주가이익비율(PER) 22배(2025년 예상 기준)는 빅테크 평균 대비 낮은 편으로 ‘합리적 밸류에이션’으로 분류된다.
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기준 흑자 전환 시점은 2026년으로 전망된다. 이는 주식 기반 보상비(SBC) 축소가 핵심 요인이다.
• 용어 한눈에 보기*
DBNER: 기존 고객의 매출 증감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업셀·크로스셀 효과가 긍정적임을 의미한다.
GAAP: 미국 기업회계기준. 법정 회계 기준으로, 일회성 비용·비경상 항목을 포함해 보수적으로 손익을 산출한다.
CAGR: 연평균복합성장률. 일정 기간 누적 성장률을 연 단위로 환산해 기업의 성장 속도를 가늠한다.
■ ‘백만장자 재현’ 시나리오 검증
시장 컨센서스를 토대로 2024~2030년 EPS 연평균 15% 성장, PER 22배 고정 가정 시 주가는 187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대비 약 2배 상승으로, 3만 달러 투자 시 6만 달러가 된다. 2016~2021년 같은 ‘1,000% 이상 멀티배거(multibagger)’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다만 성장세가 안정화되고 회계상 흑자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기관·장기투자자들의 재평가(re-rating)가 동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저위험 선호형 투자자는 적정 비중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수 있는 시점으로 분석된다.
■ 전문 기자 시각
트윌리오의 모멘텀은 확실히 꺾였으나, ‘필수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공급자’라는 플랫폼 특성상 고객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단, 사용량 기반 모델은 매크로 환경과 직결되므로, 글로벌 IT 지출 회복 시점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AI 기반 고객데이터플랫폼(CDP)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Segment의 성장 재가속이 관건이다. 신임 CEO가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달성할 경우, 주가는 가치주와 성장주 경계를 오가는 ‘리밸런싱 후보’로 부상할 전망이다.
종합하면 ‘백만장자 제조기’라는 과거 타이틀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으나, 안정적 현금흐름과 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할 때 중·장기 완만한 우상향 가능성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