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바누아투가 약 5억 호주달러(A$500 million·미화 3억2,650만 달러) 규모의 ‘나카말(Nakamal) 협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며,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향후 10년에 걸쳐 호주가 바누아투에 단계적으로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양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공동 대응 의미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 및 재정 규모
협정에 따라 호주는 바누아투의 경제 개발·국가 안보·기후 복원력 등을 목표로 A$500 million을 투입한다. 특히 노동 이동성(labour mobility) 프로그램 확대, 치안·경찰력 강화, 통신·에너지 인프라 현대화가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바누아투의 조탐 나팟(Jotham Napat) 총리는 남부 타나(Tanna) 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정은 양국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며 “무역 확대와 경제 구조 전환,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는 노동 이동성 프로그램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부총리는 “우리는 이웃국가로서 공동 운명(shared destiny)을 지녔다”며 “안보 환경을 공유하고 서로를 지지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말스 부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와 나팟 총리가 “수 주 내” 공식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기후 복원력·재난 대응 예산 포함
협정에는 2023년 12월 수도 포트빌라(Port Vila)를 강타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한 지진 여파에 대한 기후 복원력(climate resilience) 자금도 포함됐다.
중국과의 경쟁 구도
최근 바누아투는 중국으로부터 다수의 인프라 차관을 받아왔다. 그 결과 중국은 바누아투 최대 외부 채권국으로 부상했고, 2024년에는 중국 자금으로 신 대통령궁도 완공됐다. 이번 협정은 이러한 중국 의존도를 일부 상쇄하려는 호주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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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나카말(Nakamal)’은 바누아투 전통 사회에서 공동체 회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소를 뜻한다. 협정 명칭에 이 단어를 사용한 것은 양국이 대등한 파트너십을 지향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겼다.
‘노동 이동성(Labour Mobility)’은 호주·뉴질랜드 등의 농업·계절 노동시장에 태평양 섬 국가 근로자를 단기 파견해 외화 수입원을 창출하고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누아투 경제에서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협정은 가계 소득 안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안보 전문가들은 ‘호주·뉴질랜드 vs 중국’ 구도로 압축되는 남태평양 패권 경쟁이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호주는 지난 2022년 솔로몬제도와 중국이 안보협정을 체결한 이후 역내 영향력 회복을 위해 ODA 확대·인프라 투자·군사 협력 강화 등 다방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나카말 협정은 호주가 바누아투와의 연합 방위 태세를 공식화하는 동시에, 중국 차관으로 촉발된 부채 의존 위험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협정에 포함된 기후 복원력 자금은 남태평양 도서국이 직면한 기후변화·재난 리스크 대응에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진·사이클론 등 자연재해가 잦은 바누아투에서 재난 대비 인프라가 강화되면, 지역 경제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양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경제·안보·기후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10년 단위의 중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 향후 구체적 투자 일정과 분야별 집행 계획이 확정되면, 남태평양 지역의 세력 균형과 태평양 경제권의 공급망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