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AI뉴스 — 13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 속에 일제히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1.14% 오른 5,390.65에 마감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0% 오른 39,985.1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 역시 1.33% 뛰어올랐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1.06%,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25% 상승했다. 안드레이드 증권의 홈 트레이딩 플랫폼 관계자는 “물가가 시장 예상과 큰 차이가 없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다시 매수했다”면서 “특히 정책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CPI 발표 이후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16~17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전날 88%에서 94%로 급등했다. 시장금리도 즉각 반응했다. 2년물 미 국채금리는 3.729%로 4bp(1bp=0.01%포인트) 하락했으나, 10년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의장 압박
발언으로 되돌림이 나오며 보합권에 마감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① E-미니 선물은 S&P·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를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CME의 대표 파생상품이다.
②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현재 미국장을 주도하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엔비디아·테슬라 7개 빅테크 기업을 일컫는 신조어다.
물가 세부 내용과 시장 반응
7월 C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시장 예상치(0.2%)에 부합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7%로 전월과 동일했으며 예상치(2.8%)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반면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는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와 같았으나, 전년 대비 3.1%로 전월 2.9%를 웃돌아 3.0%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4.25년 만의 저점
이었던 2.3%(헤드라인)·2.8%(근원) 기록에서 반등한 수치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과의 관세 유예 조치를 11월 10일까지 90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무역협상 시간을 벌었다. 앞서 엔비디아·AMD가 중국 수출용 저전력 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고 수출 면허를 받기로 합의했지만,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H20’ 프로세서를 포함한 엔비디아 칩 사용 자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16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탐색적 만남”이라고 평가절하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토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해 성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무역 정책 추가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의 관세 휴전 연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지난주 반도체·전자·인도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방침을 재확인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모든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미국 평균 수입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로 치솟는다”고 분석했다.
주간 경제 지표도 대기 중이다. 14일에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2만5000건, 15일에는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2.5%(근원 2.9%)로 각각 예상된다. 같은 날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 7월 제조업 생산은 보합,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62.0으로 전망된다.
연방기금선물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4%,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62%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기업 실적과 해외 증시 동향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기준,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즌 직전 예상치(2.8%)와 비교하면 대폭 상향된 수치로, 82%의 기업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유로 Stoxx 50 지수는 0.08% 상승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0개월래 최고치로 0.50%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1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금리·채권 시장
10년물 미국채 9월물 선물 가격은 2틱 하락했고, 수익률은 4.285%로 보합권을 유지했다. CPI 발표 직후 강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퇴진을 시사하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반면 기대 인플레이션(10년 물가연동채·BEI)은 2.386%로 1.4bp 하락해 채권 가격을 지지했다.
독일 10년물 분트채 수익률은 2.744%로 4.8bp, 영국 10년물 길트채 수익률은 4.626%로 6.1bp 각각 상승했다. 금리 스와프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할 확률을 5%로 반영하고 있다.
주목받은 종목들
매그니피센트 세븐 전체가 상승 마감했으며, 메타 플랫폼스가 3.15%로 가장 큰 폭 올랐다. 엔비디아는 중국발 수요 우려에도 0.57% 상승했다.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NXP 세미컨덕터스, ON세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5% 이상 뛰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유가 하락 수혜로 S&P500 내 최대 상승폭(+10% 이상)을 기록했고, 아메리칸·델타항공도 각각 12%, 9% 급등했다. 반면 스피릿항공의 지주사 FLYY는 자회사 스피릿에어라인스의 계속기업 불확실성 공시로 41% 폭락했다.
헤인즈브랜즈는 길단 액티브웨어가 최대 50억 달러에 인수 협상 중
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28% 급등했다.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을 추진 중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도 구겐하임의 ‘매수’ 개시와 13달러 목표가 제시로 8% 넘게 올랐다. 스타벅스는 베어드의 투자의견 상향(중립→아웃퍼폼)으로 1.8% 상승했다.
반면 카디널 헬스는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돌아 7.2% 하락했고, 게티이미지는 2분기 실적·가이던스 실망으로 2.3% 내렸다.
13일 예정된 실적 발표 기업은 로어 홀딩스, 퍼포먼스 푸드그룹, 스탠더드에어로, 코히어런트, 시스코시스템즈 등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헤드라인 물가가 2%대 중반에서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근원 물가의 3%대 고착은 연준의 추가 정책 고민을 유발할 것”
라고 뉴욕 소재 운용사 화이트버그캐피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애나 리는 분석했다.
필자는 근원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완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단기물과 성장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특히 파월 의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채권·주식시장 모두에 리더십 프리미엄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다만 2분기 실적 호조와 중국·유럽발 경기 반등 조짐은 하반기 위험자산에 우호적 배경이 될 전망이다.
결국 9월 FOMC에서의 첫 번째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이후 속도와 폭은 노동시장·서비스 인플레이션·정치 리스크에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