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금융 허브의 미래가 기로에 섰다. 뉴욕에서 수년간 생활한 뒤 다시 고향 런던으로 돌아온 기자는 화려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대신 빅토리아 양식 건물들이 줄지어 선 피카딜리 서커스, 도심 곳곳의 덩킨도너츠 대신 그레그스(Greggs)의 소시지롤을 접하게 되며 문화적 전환을 실감했다.
2025년 8월 1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첫인상 이상의 충격은 경제적 현실에서 드러났다. 임대료, 공공요금, 대중교통 요금 등 영국의 생활비 전반이 체감할 만큼 증가했고, 런던-노리치 왕복 기차표는 불과 몇 년 만에 30% 이상(72파운드)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은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5년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해 같은 기간 2.7% 오른 미국보다 높았다. 영란은행(BoE)은 2025년 9월 물가가 4%로 정점에 이르고 2027년 중반이 돼서야 목표치인 2%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렉시트(Brexit)의 후유증도 여전하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8년이 지났지만, CEO·기업인들은 무역 장벽, 국경비용 상승, 생산성 둔화를 이유로 영국 경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토로한다.
“Andrew Bailey BoE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투자 결정은 대부분 되돌릴 수 없기에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다림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런던 증시의 기업공개(IPO) 자금조달 규모는 최근 30년 내 최저치로 추락했다(딜로직 집계). 뉴욕·홍콩·프랑크푸르트와의 경쟁이 심화되며 런던 금융시장 매력도가 훼손된 결과다.
‘논돔(non-dom) 세제’ 변경 여파
논돔(non-dom)은 영국 외 거주지 상속·증여에 대해 해외소득세를 면제받던 고소득자 전용 제도다. 최근 정부가 혜택 축소를 예고하면서 런던 부동산 수요가 위축됐고, RightMove는 규정 혼선이 매수 심리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영란은행의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 기대
BoE 통화정책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0.25%P 내려 4%로 조정했다. 서비스·근원물가가 완화되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금리는 소비·투자 촉진, 주택시장 회복, 모기지 부담 완화를 도울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주춤한 설비투자도 기술·제약 등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인다. 영국은 호주·뉴질랜드·인도·미국과 잇따라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협상 중이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맺은 2차 협정은 EU·미국 협정보다 관세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계법인 Lubbock Fine은 관세 이점을 활용해 EU 제조업체가 영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런던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복원하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전 Barclays CEO가 제시한 해법
필자와의 대담에서 앤서니 젠킨스(전 Barclays CEO)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스타트업 자본 접근성 확대와 사업 비용 최소화가 관건이다.” 그는 민간 부문 투자 유인책과 R&D 세액공제의 고성장 기업 집중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궁극적으로는 GDP 1인당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기업가 인재를 유치할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은 금융·기술·AI·창조산업 등에서 세계적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살기 좋은 나라라는 장점도 있다. 이 장점을 극대화해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Antony Jenkins
영국 시장 동향
FTSE 100 지수는 8월 둘째 주 9,147.81포인트로 0.1% 하락하며 숨 고르기 장세를 보였다. 7월 4% 급등 뒤, 트럼프 관세 정책 불확실성 속에 관망세가 이어진다.
파운드화는 미국 물가 지표 영향으로 달러 대비 0.6% 상승한 1.3517달러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길트(gilt) 금리는 4.626%로 소폭 올랐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FTSE 100: 런던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 주가지수로, 한국의 코스피200에 해당한다.
Non-dom 세제: 영국 체류 중인 외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자산에 대해 일정 기간 영국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고소득 외국인의 런던 이주를 촉진해 시장 유동성을 늘리는 기능을 해왔으나, 특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향후 주요일정
8월 14일: 2분기 영국 GDP·6월 무역수지·7월 RICS 주택가격 지수 발표
8월 20일: 7월 CPI 및 소매물가·소비자물가 발표
본 기사는 CNBC UK Exchange 뉴스레터(발행인 Ritika Gupta)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