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A 동향] 세계적 사모펀드 KKR & Co. L.P.가 약 70억 파운드(한화 약 12조 원) 가치로 평가되는 영국 리사이클링 기업 비리도(Viridor)의 매각 절차를 오는 9월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2020년 인수 이후 불과 5년 만에 이루어지는 엑시트(exit) 사례가 될 전망이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KKR은 매각 주관사 선정 등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본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수·합병(M&A)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잠재 인수자로는 CK허치슨 홀딩스(CK Hutchison Holdings Ltd.)와 에퀴틱스(Equitix)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FT는 “기반시설(infrastructure)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매각 절차에 추가적인 글로벌 인프라 펀드·연기금·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국, 캐나다, 중동의 대형 국부펀드 역시 입찰 자료(Data Room) 접근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KR은 2020년 7월, 영국 유틸리티 기업 펜논그룹(Pennon Group)으로부터 비리도를 42억 파운드에 인수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점이었으나, KKR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그린 인프라’에 대한 장기 성장성을 내세워 과감히 베팅했다. 약 5년이 지난 현재, KKR은 초기 투자금 대비 1.6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잠재 입찰자 중 하나로 거론되는 CK허치슨은 홍콩 재벌 리카싱(Li Ka-shing) 일가가 지배하는 지주회사다. 영국 인프라 시장에서는 노섬브리언 워터(Northumbrian Water)와 UK 파워 네트웍스(UK Power Networks) 등 핵심 자산의 지분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CK허치슨이 비리도까지 품게 된다면 영국 내 상하수도·전력·폐기물 처리 부문을 포괄하는 ‘인프라 포트폴리오 수직계열화’가 완성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후보로 지목된 에퀴틱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인프라 전문 투자운용사로, 최근 10여 년간 무공해 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사회간접자본 등에 집중 투자해 왔다. 펜션펀드·보험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모아 장기 투자를 실행하는 구조이기에 ‘폐기물 처리 및 자원 재활용’ 분야와도 전략적 궁합이 맞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용어·배경 설명
① KKR은 1976년 설립된 미국계 글로벌 사모펀드(Private Equity)다. 대형 LBO(차입매수)로 이름을 알렸으며, 최근에는 인프라·테크·헬스케어 등 장기 성장 섹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2024년 말 기준 약 5530억 달러에 달한다.
② 비리도(Viridor)는 영국 서머싯(Somerset)에 기반을 둔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전문 기업이다. 연간 100만 톤 이상의 폐기물을 재활용·에너지화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 절감 및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③ CK허치슨은 항만·통신·리테일·인프라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홍콩계 복합기업이다. 특히 영국 인프라 시장에서만 400억 파운드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보수적이지만 장기적인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④ 에퀴틱스는 2007년 설립된 인프라스트럭처 전문 운용사로, 유럽·북미·아시아태평양 지역에 300개 이상의 사회·경제 인프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인 배당과 장기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장 환경 및 시사점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고정 수익 기반의 인프라 자산이 방어적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인프라 펀드로 유입된 신규 자금은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KKR이 이번에 비리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선제적으로 실현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가 강화되면서 폐기물 처리·재활용 시설의 사회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친환경 테마’에 대한 노출도를 확대할 기회가 되는 셈이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시장 수요가 넘치는 이 시점에 매각을 단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향후 매각 일정에 따라 2025년 4분기 내 거래 종결(Completion)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거래가 성사되면 KKR은 펀드 회수(Exit) 모범 사례를 또 하나 추가하게 되며, 동시에 CK허치슨 또는 에퀴틱스는 그린 인프라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FT는 “이번 거래는 영국 폐기물 처리 산업의 지형을 재편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연내 확정 공고가 나오는 대로 예비입찰(Indicative Bid) 가격이 65억~75억 파운드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별도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 강세와 파운드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비달러권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중동·아시아 국부펀드의 유럽 인프라 자산 매입 사례가 2023~2024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결론
이번 비리도 매각 건은 사모펀드 운용 전략과 글로벌 인프라 투자 흐름이 교차하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거래 결과에 따라 영국 내 친환경 인프라 가치평가의 새로운 기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본입찰 일정, 가격 책정 과정 및 규제 당국 승인 여부 등 추가 동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