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가격이 건조한 서아프리카 기후에 대한 우려 속에 연일 강세를 이어갔다. 9월물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코코아 선물(CCU25)은 전장 대비 15달러(+0.17%) 상승한 1톤당 3,626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같은 달물 런던 ICE 코코아 #7(CAU25)은 68파운드(+1.18%) 오른 5,831파운드로 장을 끝냈다.
가치 기준으로 보면 뉴욕 상품시장에서의 코코아 가격은 전날 3% 급등해 2개월 만의 최고치에 오른 뒤 탄력을 유지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서아프리카 일대의 비(雨) 부족이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 주(主)수확기에 꽃과 어린 꼬투리(cherelle)의 생장을 저해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최신 모델은 올 시즌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누적 강수량이 30년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높은 기온까지 겹쳐 주(主)수확 작황이 위축될 위험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재고 감소와 공급 차질 징후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8월 12일 기준 2,248,784포대(50㎏ 기준)로 2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줄었다. 이는 공급 타이트닝(공급 부족)의 즉각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트디부아르(세계 1위 산지)의 선적 속도 둔화도 호재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 10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12월 한때 35%에 달했던 증가율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현재 수확 중인 코트디부아르 중간 작기(mid-crop)의 품질 불량 때문에 가공업체들이 트럭 단위로 원두를 반송하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분당 5~6%의 콩이 결점품이라고 밝혔는데, 주(主)수확기 때 결점률이 1%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뱅크는 지연 강우로 인한 생육 부진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중간 작기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나이지리아·가나 변수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2025/26 생산량도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t으로 전망됐다. 반면, 2위 생산국 가나는 2025/26 시즌 생산이 8.3% 늘어난 65만t에 이를 것이라고 자국 가나코코아위원회(Cocobod)가 예고해 가격 상방을 일정 부분 제어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수요 부진—초콜릿 시장의 그림자
수요 측면에서는 부정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업체 린트&슈프륭글리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업체 바리칼리바우 역시 세 달 새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추면서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급감했다고 밝혔다.
지역별 그라인딩(분쇄) 통계도 비슷한 흐름이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ECA) 2분기 자료에 따르면 유럽 분쇄량은 7.2% 감소한 331,762t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5%)를 하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는 16.3% 감소해 176,644t으로 8년 만에 최저치였고, 북미는 2.8% 줄어든 101,865t으로 집계됐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여 년 만의 최대 규모 적자”라고 평가했다. 올해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to-grindings ratio)은 46년 만의 최저치인 27%로 떨어졌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생산이 7.8% 늘어난 484만t으로 회복돼 4년 만의 14만2,000t 흑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 ICE: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국제상품거래소로, 농산물·금속·에너지 선물을 거래한다.
- MT: ‘Metric Tonne’의 약자로, 1메트릭톤은 1,000㎏에 해당한다.
- 그라인딩: 코코아콩을 갈아 분말·버터·케이크로 분리하는 공정으로, 초콜릿 수요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시장 전망과 기자의 시각
서아프리카의 기후 리스크와 재고 축소는 중·단기적으로 가격 상방을 지지할 전망이다. 특히 10월 주수확기 돌입 전까지 뚜렷한 강우 회복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4분기부터는 실물 타이트닝이 선물가격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초콜릿 수요 부진과 가나의 증산 전망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투자자들은 기후 데이터와 분쇄 통계의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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