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8월 들어 두 달 연속 개선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맺은 미·일 관세 합의가 단기적으로 심리 개선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인 관세 리스크가 여전히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 탱큰(Reuters Tankan)’ 8월 조사에서 일본 제조업 체감경기지수는 +9를 기록해 전월(7월) +7에서 두 계단 상승했다. 이는 2025년 4월 이후 최대치다.
로이터 탱큰 조사는 일본은행(BOJ)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통칭 ‘단칸’)를 월 단위로 보완하기 위해 실시되는 지표다. 이번 설문은 7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비금융 대기업 497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241개사가 익명을 조건으로 응답했다.
경기 호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지난달 체결된 미·일 무역협정이다. 양국 정부는 일본산 자동차와 일부 공산품에 대한 미국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미국 내 투자·대출·보증 형태로 5,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적 우호환경을 확보했다”면서도 “세부적인 관세 세칙과 미국 대선 변수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제조업 부문별 동향
자동차·운송기계 부문 지수는 7월 +9에서 8월 +25로 급등하며 조사 대상 업종 중 최대폭으로 뛰었다. 그러나 11월 전망치는 다시 +9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관세 정책이 전체 자동차 산업의 생산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 익명을 요구한 한 완성차 업체 임원
또 다른 임원은 “미국 관세 외에도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둔화가 수익성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우려를 밝혔다.
식품 업종에서는 -25로 추락, 7월 ‘0’에서 25포인트나 떨어지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원재료비 급등과 물류비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비제조업 지수는 7월 +30에서 8월 +24로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건설·부동산, 소매업 모두 지수가 떨어졌으나 여전히 ‘+영역’을 유지해 낙관론자가 비관론자보다 많은 상태다.
소매업 관리자는 “기록적 폭염으로 매장 방문객이 줄었다”고 호소했으며, 서비스업 관계자도 “더위에 따른 외출 자제 경향이 매출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관세 리스크와 경기전망
전체 제조업 지수는 현행 +9에서 3개월 후 +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관세 불확실성·중국 경기 둔화·엔화 변동성” 등 복합적 요인 탓이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생산 거점을 멕시코·캐나다·미국 내 3각 분산으로 조정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는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져 중소 협력사에까지 비용 전가가 예상된다.
➤ ‘로이터 탱큰’이란?
로이터 통신이 2003년부터 매월 실시하는 기업경기조사다. 일본은행 단칸과 질문지·지수 산출 방식이 동일해 ‘미니 단칸’으로 불린다. 단칸은 분기별, 로이터 탱큰은 월별 발표라는 점에서 신속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로이터 탱큰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일본경제의 ‘현재 체온’을 가늠하는 체계적인 온도계”라고 설명한다.
➤ 분석과 전망
필자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 관세 완화 지속 시: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재가동되며 2026년 상반기까지 +10대 초반 지수 유지 가능.
- 관세 재협상 또는 상향 시: 2025년 4분기부터 -5 내외 급락 가능성. 엔화 강세가 동반될 경우 수출 부진이 심화될 전망.
- 중국 수요 회복 지연 시: 반도체·기계·화학까지 동반 둔화돼, 2026년 초 단칸 본조사에서도 부정적 신호가 확대될 리스크.
※ 위 시나리오는 통계·시장 동향에 기반한 필자의 견해로,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10월 중 ‘통상·산업 전략회의’를 열어 미·일 관세 이슈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할 제5차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라 관심이 집중된다.
로이터 탱큰 결과는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BOJ 3분기 단칸에도 선행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정책당국·기업 모두가 관세 정책 향배와 중국 경기 회복 속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결론
미·일 무역협정이 단기적 훈풍을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관세 정책의 ‘롤러코스터’, 글로벌 수요 둔화, 기후 리스크 등이 중장기적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기업들은 생산망 다변화·원가 절감·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8월 체감은 좋아졌지만, 11월 이후의 날씨는 흐림”이란 표현이 현 상황을 대변한다. 일본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이 향후 경기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