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인플레이션 완화 시그널에 화답하다
미국 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강한 매수세를 모으며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12일(현지시간) S&P 500 지수(+1.14%),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1.10%), 나스닥 100 지수(+1.33%)는 모두 1% 이상 올라 연중 신고점을 경신했다. 9월물 E-미니 S&P 선물과 E-미니 나스닥 선물도 각각 1.06%, 1.25% 뛰어오르며 현물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PI 결과가 대체로 시장 예상치와 부합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94%까지 높아졌다. 전일(11일) 88%였던 인하 확률이 하루 만에 6%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7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예상치(2.8%)를 소폭 하회했으나,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3.1% 올라 컨센서스(3.0%)를 근소하게 상회했다. 헤드라인과 근원 지수 모두 팬데믹 이후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였던 올해 초(2.3%, 2.8%) 대비 반등했지만, 시장은 “하락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채권 시장·연준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
물가 둔화 소식에 2년물 국채금리는 3.729%로 4bp 하락했으나, 10년물 금리는 4.285%에서 보합으로 마감했다. 장기물 금리가 꿈쩍하지 않은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의장 압박’ 발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Truth Social(자신이 만든 SNS)에 “연준 청사 공사비 문제와 관련해 파월 의장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올리며 연준 독립성 논란을 재점화했다.
참고 Truth Socia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설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주요 정치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된다.
이런 정치적 변수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워 장기물 금리에는 상방 압력을 가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치권의 연준 개입 시도는 오히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무역 전선: 관세 휴전 90일 연장·반도체 100% 관세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11월 10일까지 90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CNBC가 앞서 보도한 시나리오와 일치한다. 또 엔비디아·AMD가 저전력 AI 칩을 중국에 판매하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미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특히 공공 부문에서 엔비디아 H20 프로세서 사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해 미·중 반도체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반도체 수입 관세를 100%로 인상하고, 인도·제약·전자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을 예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로 인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경제 지표·이벤트 캘린더
시장 관심은 주 후반 발표될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예상 22만5천 건),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전년비 2.5%), 소매판매(전월비 0.5%) 및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62.0)로 향하고 있다. 또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성과 여부도 지정학 리스크 변수로 꼽힌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 Futures)은 9월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확률을 94%, 10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 확률을 62%로 반영 중이다.
실적 시즌 하이라이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기준,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9.1% 증가해 4년 만의 최대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82%의 기업이 컨센서스를 상회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날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메타(+3.15%)가 선두였고, 엔비디아도 중국발 우려에도 0.57% 올랐다. 반도체 업종은 NXP, ON 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5% 이상 급등하며 나스닥 강세를 견인했다.
항공·레저 업종도 휘발유 가격 하락 덕에 랠리를 펼쳤다. 유나이티드항공(+10% 이상), 아메리칸항공(+12% 가까이), 델타항공(+9%)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스피릿 에비에이션은 자회사 스피릿항공의 존속불확실성 경고로 41% 폭락했다.
의류업체 헤인즈브랜즈는 길단 액티브웨어가 최대 50억 달러 규모 인수 협상에 근접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28% 급등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구겐하임이 매수 의견·목표주가 13달러를 제시하자 8% 넘게 올랐다. 반면 카디널 헬스는 4분기 영업이익 부진으로 7.2% 하락했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함의
시장 전문가들은 “근원 CPI가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헤드라인 지수가 둔화 추세를 유지한 점이 ‘소프트랜딩’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실적 성장률이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하 + 실적 호조’라는 드문 조합을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무역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CB는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확률이 5%로 낮지만, 유로존 물가·성장률 둔화가 가속될 경우 정책 기조가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냉각되고 있음을 재확인해 ‘9월 인하 베팅’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나 관세 정책, 지정학 리스크, 연준 독립성 논란 등 복합 변수가 상존하므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