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90%대 중반까지 치솟자 일제히 급등했다. 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1.14% 올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0% 상승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1.33% 뛰었다.
2025년 8월 12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1.06%,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25% 각각 올랐다. 시장은 헤드라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로 예상치보다 소폭 낮았고, 근원 CPI가 3.1%로 다소 높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예상 범위’라는 점에 안도했다.
CPI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대표적 물가 지표로, 근원 CPI는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 흐름을 보여준다. 헤드라인 2.7%, 근원 3.1%라는 이번 수치는 올해 기록했던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 2.3%·2.8%보다 반등한 것이지만, 월간 기준 0.2% 상승에 그쳤다는 점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이 반영하는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5bp(0.25%포인트) 인하 확률은 전일 88%에서 94%로 급등했다. 다음 회의인 10월 28~29일 인하 확률도 62%로 집계됐다.
채권 시장에서는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bp 하락한 3.729%를 기록했으나, 10년물 수익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비판 발언 여파로 보합권(4.285%)에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서 “연준 건물 공사 비용과 관련해 파월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시장에 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했다.
무역·관세 이슈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미·중 관세 휴전을 11월 10일까지 90일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CNBC가 전일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앞서 엔비디아·AMD는 중국에 판매하는 저전력 AI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았으나,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정부 프로젝트에 엔비디아 H20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알래스카에서 열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에도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탐색 회담’으로 규정하며 돌파구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영토 양보론을 일축해 조기 평화 전망은 옅어졌다.
관세 전선에서는 반도체·전자·의약품 등 대중·대인도 수입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방안이 잇따라 발표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모든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급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외에도 이번 주 예정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15일),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7월 소매판매·산업생산, 그리고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발표가 연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추가 단서로 꼽힌다.
실적 시즌도 호조를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어닝 시즌 직전 예상치 2.8%를 크게 상회하며 4년 만의 최대폭 성장세를 시현했다. 보고를 마친 82% 기업 중 82%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해외 증시도 강세를 이어갔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0.08% 상승 마감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0.50% 올랐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2.15%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4.8bp 오른 2.744%, 10년 만기 영국 길트금리는 6.1bp 상승한 4.626%를 기록했다. 시장은 9월 11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5% 수준으로 본다.
주요 종목 동향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전 종목이 상승 마감했으며, 메타가 3.15%로 선두를 달렸다. 엔비디아는 중국발 악재에도 0.57% 소폭 상승했다.
반도체주가 지수를 견인했다. NXP반도체, ON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은 5% 이상 급등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스는 10% 넘게 뛰며 S&P500 내 최대 상승 종목이 됐다. 미국·델타항공도 각각 12%, 9% 가까이 올랐다. 반면 스피릿항공 모회사 스피릿에비에이션은 자회사 실적 악화로 41% 폭락했다.
헤인즈브랜즈는 캐나다 의류업체 길던액티브웨어가 50억 달러 규모 인수가 임박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28% 급등했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구겐하임 신용분석팀의 ‘매수’ 커버리지 개시와 13달러 목표가 제시에 8% 이상 올랐다.
스타벅스는 베어드의 투자의견 상향(‘중립’ → ‘아웃퍼폼’)에 1.8% 상승했다. 반면 카디널헬스는 회계연도 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를 밑돌아 7.2% 하락했고, 게티이미지는 2분기 실적·가이던스 실망으로 2.3% 약세를 보였다.
13일 예정된 실적 발표 기업으로는 로어홀딩스, 퍼포먼스푸드그룹, 스탠더드에어로, 코히어런트, 시스코시스템스 등이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척도로 활용된다.
• Core CPI: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저 흐름을 보여준다.
•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담당한다.
• bp(basis point): 금리·수익률 변동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전문가 시각
“물가가 전반적으로 예상 범위 안에 들어오면서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무리가 없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 무역 관세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