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12일 전일 대비 15달러(+0.17%) 오른 파운드당 8,726달러에 장을 마쳤다. 같은 달물 런던 코코아(CAU25)도 68파운드(+1.18%) 상승했다. 이는 전날 3% 급등하며 두 달래 고점을 경신한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의 비정상적인 고온·건조 기후가 현지 코코아 주산지 수확량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대부분 지역에서는 최근 몇 주간 사실상 비가 내리지 않아 꽃과 어린 꼬투리(체렐·cherelle) 형성이 지연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이번 우기(4~8월)의 누적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밑돌고, 기온은 평년보다 높게 유지돼 10월 시작되는 메인 크롭(Main Crop) 수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 불안은 재고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12일 기준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인증 재고는 224만8,784포대로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 둔화 역시 가격 지지 요인이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의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했다.
현재 수확 중인 미드 크롭(4~9월)의 품질 저하도 문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당 5~6%가 불량 빈(pod)”이라며 평균 1% 내외였던 메인 크롭보다 현격히 높다고 호소하고 있다. 라보뱅크는 늦장마로 꽃·꼬투리 발육이 충분치 않았던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연도(10월~다음 해 9월)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도 전망치(34만4,000t)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6월 코코아 수출은 1만4,597t으로 0.9% 증가해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수요 측면에선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부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스위스의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는 7월 1분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글로벌 1위 원료 초콜릿 기업 바리칼리보(Barry Callebaut)도 같은 달 연간 판매량 전망을 두 달 만에 또 하향하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급감해 10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가의 코코아 원료 탓에 제조업체가 소비자 가격을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실제로 코코아 분쇄(그라인딩) 통계는 부진하다. 유럽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분기 유럽 분쇄량은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해 시장 예상치(-5%)보다 낙폭이 컸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는 같은 기간 아시아 분쇄량이 176,644t으로 16.3% 감소, 2분기 기준 8년 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도 2.8% 줄어든 101,865t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나는 생산 회복 전망을 제시했다. 7월 1일 가나코코아위원회(COCOBOD)는 2025/26 시즌 생산량을 전년 대비 8.3% 증가한 65만t으로 예측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부족 전망치를 기존 44만1,000t에서 49만4,000t으로 확대하며 “60여 년 만에 가장 큰 결손”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은 4,380만t으로 13.1% 감소했고, 재고 대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로 46년 만에 최저치다. 다만 2024/25 시즌엔 14만2,000t의 4년 만의 흑자 전환과 7.8% 증가한 4,840만t의 생산을 전망했다.
용어 해설※
ㆍ그라인딩(grinding):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버터와 코코아케이크를 만드는 1차 가공 공정을 말하며, 실질 소비 수요의 대표 지표로 통한다.
ㆍ체렐(cherelle): 코코아 나무의 어린 꼬투리 단계로, 스트레스에 취약해 조기 낙과 시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
ㆍ재고 대 분쇄 비율: 전 세계 재고를 연간 분쇄량으로 나눈 값으로, 30% 이하이면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된다.
전망 및 기자 해설 : 서아프리카의 기상 악화와 인증 재고 감소가 지속될 경우, 10월 메인 크롭 출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뉴욕 코코아 선물은 9,0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작년 고점 부근인 10,000달러대는 초콜릿 소비 부진이 재차 부각될 경우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기상 모델, 아이보리코스트 수출 속도 그리고 가나 생산 전망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