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글로벌, 셸과의 장기 LNG 공급계약 분쟁 중재에서 승소

[휴스턴]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업체인 벤처글로벌 LNG가 다국적 에너지 기업 과 벌여 온 장기 계약 물량 미공급 관련 중재 사건에서 승소했다고 회사 측이 밝혔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정으로 인해 벤처글로벌은 2023년부터 시작된 셸·BP·에디슨·갈프(Galp) 등의 총체적 중재 공세 가운데 첫 번째 분기점을 맞았다. 앞서 이들 회사는 루이지애나주 칼카슈패스(Calcasieu Pass) 수출기지에서 선적될 예정이던 계약 물량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LNG Plant

원고 측은 벤처글로벌이 시운전(commissioning) 화물을 스팟(현물) 시장에 고가로 판매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동안, 정작 계약 고객에게는 약속된 물량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셸 성명 “우리는 판정 결과에 실망하지만, 중재 판정단의 결정을 존중한다. LNG 산업의 기반은 장기 계약에 대한 신뢰이며, 이는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벤처글로벌은 “전력 시스템 결함 탓에 플랜트가 최적 상태로 가동되지 못해 상업운전을 지연했을 뿐 계약 이행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이번 판정이 “자사는 고객들과 맺은 모든 계약을 일관되게 존중해 왔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법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LNG 장기 계약 시장의 신뢰도를 시험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장기 계약은 20~25년에 걸쳐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을 보장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한쪽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투자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릴 위험이 있다.

실제 벤처글로벌은 같은 날 공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중재에 패소할 경우 최대 16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셸 사건에서의 승소로 회사는 잠재적 재무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내게 됐다.

LNG Cargo

이번 판결이 다른 원고들에게도 동일한 법리적 선례를 적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나머지 BP, 에디슨, 갈프 등은 여전히 중재를 진행 중이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보다 높은 수준의 배상액을 주장하고 있다. 국제 중재 전문가들은 “같은 사안이라도 계약서 문구, 공급 일정, 지연 사유 등 각종 변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NG 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전망
현재 전 세계 LNG 시장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 이슈, 아시아의 수요 증가, 친환경 전환 움직임 등이 얽히며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계약 준수 여부가 프로젝트 자금 조달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신규 액화 설비 건설 계획투자 의사결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글로벌은 칼카슈패스 외에도 플라크마인(Plackemine), 델타 던(Delta Dawn) 등 복수의 신규 터미널을 추진 중이다. 이번 승소를 통해 회사는 향후 프로젝트 파이낸싱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을 강조하며 더욱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여지를 갖게 됐다.

반면 셸을 비롯한 메이저 바이어들은 계약 이행의 법적 구속력을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시운전 화물을 상업 화물과 구별해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장기 계약서의 표준화를 촉진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협상 기간을 늘리고 초기 투자비 회수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rbitration

중재(Arbitration)란 당사자들이 법원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민간 전문가 패널에게 분쟁 해결을 맡기는 절차다. 국제 상업 중재의 경우 판결은 대체로 구속력이 높고, 참가국 법원에서의 강제 집행도 가능하다. 장기 계약이 다국적 기업 간에 체결되는 LNG 산업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유다.

아울러 시운전 화물(Commissioning Cargo)은 플랜트를 본격 가동하기 전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위해 생산·선적되는 LNG를 뜻한다. 통상 시장가(스팟 가격)에 판매되나, 플랜트 성능과 제품 사양을 검증해야 하므로 계약 화물로 전환되지 않는다. 이번 분쟁은 “시운전 화물이 상업 화물이 될 수 있는 기점”과 “그에 따른 가격 적용 방식”을 둘러싼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 향후 일정 및 과제
벤처글로벌과 셸은 모두 세부 판정문배상 결정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셸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장기 계약 신뢰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반면 벤처글로벌은 “추가 중재에서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정이 장기적으로는 공급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계약 조항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거래 협상의 불확실성을 높여 LNG 프로젝트 전체 일정에 지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벤처글로벌의 승소는 단일 기업의 법적 분쟁을 넘어, 글로벌 LNG 시장 구조장기 공급계약 패러다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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