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인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 Inc.)의 주가가 12일(현지시간) 시간외 거래에서 4.6% 상승했다. 회사가 셸(Shell)과의 장기 공급계약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재판소의 유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직후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중재 판정은 벤처 글로벌이 고객들과 맺은 계약적 의무를 꾸준히 이행해 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번 분쟁은 루이지애나주 캘커슈 패스(Calcasieu Pass) 시설에서 생산되는 LNG 장기 공급 계약과 관련해 셸이 제기한 계약 위반 주장에서 비롯됐다. 셸은 벤처 글로벌이 공사 단계에서 선적한 이른바 ‘커미셔닝 카고(commisioning cargoes)’가 계약 조건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커미셔닝 카고란 LNG 생산 시설이 완공되기 전 시운전 단계에서 시험 가동을 통해 생산된 물량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 물량은 상업운전 상의 본계약에 포함되기보다는 시설의 성능 검증용으로 활용되지만, 벤처 글로벌은 이를 점진적으로 수출함으로써 시장에 조기 공급하는 전략을 택해 왔다.
벤처 글로벌은 “계약서의 명시적 문구는 명확하며, 이는 모든 고객사와 상호 합의한 사항”이라면서 “우리는 초기부터 이 입장을 고수해 왔고, 이번 판정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어 “협상된 계약과 업계를 관장하는 규제·법적 기관을 존중하는 것은 LNG 부문이 역동적이고 공정하며 경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판정이 장기 공급계약 상의 잠재적 손해배상 위험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벤처 글로벌 주가는 정규장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4.6%(Investing.com 집계 기준) 상승했다.
산업적 함의와 전망
이번 판정은 최근 몇 년간 급증한 미국 LNG 프로젝트들의 수익 배분 구조와 리스크 관리 방식에 중요한 선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건설 기간 중 발생하는 커미셔닝 카고의 처리 방식이 향후 계약서에 명문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커진 LNG 수요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조기 물량 공급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벤처 글로벌의 전략은 이러한 상황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국내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커미셔닝 카고 판매가 단기 수익성에는 긍정적일지라도 시설 정상 가동 시점에 공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생산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편 셸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셸이 판정 이후 재항고 또는 다른 법적 절차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벤처 글로벌은 캘커슈 패스 외에도 플라크마인즈(박스 플랜트) 프로젝트 등 추가 시설을 추진 중이며, 이번 판정으로 조달 비용 및 파이낸싱 협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 절차의 주요 쟁점
이번 사건은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중재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ICC 중재는 비공개 원칙이 적용돼 세부 결정문은 공개되지 않지만, 결정 효력은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집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번 판정은 향후 벤처 글로벌과 셸 양사 모두에게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협상력의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코모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벤처 글로벌의 캘커슈 패스 1단계 설비는 연간 1,060만 톤 규모의 LNG를 생산할 수 있다. 셸과 체결한 장기 계약 물량은 그중 약 20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 기간은 20년 이상이며, 가격은 미국 허브 가격인 헨리허브(Henry Hub)에 연동된다.
계약 위반 여부는 ‘커미셔닝 카고의 소유권과 매출 인식 시점’이라는 회계·법적 논점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졌다. 벤처 글로벌 측은 “계약서 9.2조항”을 근거로 ‘커미셔닝 단계 물량은 회사를 위한 자가 운전비용 회수 차원’이라고 주장했고, 셸은 ‘계약서 3.1조항’의 ‘상업운전 개시(Commercial Operation Date, COD) 이전 매각 금지’ 규정을 들며 반박했다.
휴스턴 소재 에너지 로펌 베이커보츠(Baker Botts)의 제럴드 플린(Gerald Flynn) 변호사는 “이번 판정은 COD 이전 물량의 처리 방식에 대한 계약 해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업계에 명확한 시그널을 줬다”고 해석했다.
벤처 글로벌 주가는 나스닥 종가 기준 35.72달러에서 마감했으며, 중재 판정이 알려진 후 애프터마켓에서 37.36달러까지 상승했다. 거래량은 평소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나스닥 데이터.
국제 에너지청(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LNG 거래량은 4억 2,500만 톤에 달했으며, 미국은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계약 안정성은 투자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번 판정은 계약서 문구 해석과 프로젝트 리스크 분배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기업들도 미국 LNG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커미셔닝 카고 처리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