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캐나다 승무원, 강제 중재 제안 거부…16일 파업 가능성

에어캐나다(Air Canada) 승무원 노조가 회사 측의 강제 중재(binding arbitration) 제안을 거부하면서 파업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공공근로자노조(Canadian Union of Public Employees, CUPE)는 이날 성명을 내고 “회사가 제안한 강제 중재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직접 교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날인 11일 승무원들은 토론토·밴쿠버·몬트리올 등 주요 공항 허브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돌입 가능 시점은 8월 16일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날 1만여 명의 승무원이 일제히 업무를 중단할 수 있다.** 캐나다 노사관계법상 ‘72시간 사전 통보’ 의무를 충족한 상태다.


1. 쟁점: 비행 중 이동 시간 외 미임금 문제

현재 에어캐나다는 비행기가 실제로 움직이는 시간에 대해서만 승무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체크인·승객 탑승 지원·기내 안전 점검 등 지상 근무 시간은 대부분 ‘무급’으로 간주된다. 노조는 이 관행을 “사각지대 착취”라고 비판하며, 미국 항공사들의 최근 계약 사례를 근거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승무원들은 올해 초 체결한 잠정 합의에서 지상 대기시간의 100% 임금 인정을 관철시켰다. 에어캐나다가 제시한 ‘50%만 인정’안은 시대착오적이다.” — CUPE 협상팀

회사 측은 일부 지상 업무에 대해 시급의 50%만 적용하는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절충”이라며 일축했다. 에어캐나다는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2. 강제 중재란 무엇인가?

강제 중재(binding arbitration)는 노사 교섭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노사 양측이 제3자 중재위원회에 분쟁 해결을 일임하고 그 결과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공공부문 필수 서비스(의료·철도 등)에서 파업을 제한하는 대신 활용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노사 자율성을 중시해 선택적 제도로 분류된다.

노조는 “강제 중재는 파업권을 사실상 박탈해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고객 피해를 줄일 방안”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다.


3. 임금·물가 환경과 협상 전망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해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회했다. 이에 따라 실질임금 개선 요구가 각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항공업계의 경우 팬데믹 기간 축소됐던 운항편이 빠르게 회복됐지만, 인력 부족과 고물가 여파로 인건비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 시각: 몬트리올 소재 ‘에어라인리서치’의 파트너 애널리스트 노엘 버그(Noel Berg)는 “수익 구조가 취약한 항공사 입장에선 인건비 고정비 상승을 꺼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승무원 처우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인력 유출과 안전 리스크라는 더 큰 비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 국내·외 비교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최근 노사 갈등을 연달아 해소하며 총액 임금 상승률 15~20% 안팎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델타항공은 2024년 말 계약에서 지상 대기시간 100% 임금 인정 조항을 포함했다. 이 같은 ‘선례 효과’가 캐나다 협상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에어캐나다는 팬데믹 기간 약 7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2025년 상반기 순손실 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재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는 “빠른 시일 내 수익성 회복”을 목표로 인건비 인상 폭을 제한하려는 입장이다.


5. 시장·소비자 영향

8월 16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성수기 항공편 운항 차질이 불가피하다. 캐나다 최대 공항인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YYZ)은 하루 평균 1,300편이 출·도착하며, 이 중 에어캐나다 비중이 40% 이상이다. 여행사 ‘플라이트센트럴(Flight Central)’은 “파업 시 최대 18만 명 승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호텔·렌터카·관광업체들도 매출 하락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밴쿠버 지역 크루즈 산업은 항공 연결편 의존도가 높아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6. 향후 일정 및 시나리오

노조는 8월 13~15일까지 라운드-the-clock 교섭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가 ‘50% 임금 적용안’에서 한 걸음 더 물러설지, 혹은 정부가 필수 서비스 유지 명령을 발동할지가 변수로 꼽힌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되면 ①항공권 가격 급등 ②경쟁사 점유율 확대 ③국제 환승 허브 지위 약화 등이 중장기적 파급 효과로 거론된다.


결론적으로, 승무원 처우 개선 요구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공통 과제다. 에어캐나다 사례는 ‘무급 지상 근무’ 관행을 둘러싼 노동·경영·소비자 이해관계가 어떻게 조정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호 신뢰 구축 없이는 장기 불확실성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