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익 공유”를 넘어서는 파장: 美 AI칩 대중(對中) 규제의 장기적 의미와 글로벌 반도체 지형 재편 시나리오

■ 서론 ― ‘한발 물러선 통제’인가, ‘새로운 관세 패러다임’인가

AI 칩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15% 수익 공유 모델’이라는 전례 없는 타협안을 낳았다. 엔비디아·AMD가 중국에 판매하는 성능 제한 AI 가속기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한다는 이번 합의는 기존의 ‘완전 차단’(full denial) 전략에서 ‘통제-겸-과금(control & monetise)’ 체제로의 전환을 뜻한다. 동시에 중국 정부가 자국 기관들에 해당 칩 사용 자제를 지시하면서, 양국이 ‘기술 의존’과 ‘자립 가속’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병행하는 복합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1. 규제의 태동: 초고성능 GPU, 그리고 국가안보 논리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AI 칩이 중국군(PLA)·국유 연구소·감시 산업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겠다며 ‘차단 리스트’를 발표했다. 그 핵심은 TOPS(테라OPS)·메모리 대역폭·전력 효율 등 세부 사양 상한선을 지정해, 이를 초과하는 모든 칩·E-DA 툴·펌웨어·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의무화였다. 고성능 인공지능 모델 학습·추론을 좌우하는 GPU는 당연히 직격탄을 맞았다.

데이터 포인트
• 2021~24년 중국이 수입한 AI 가속기(주로 A100·H100) 누적 금액: 370억 달러
• 중국 내 AI․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연평균 증가율: 24% (MIIT, 2025)

미국이 제시한 ‘일부 스펙 다운·H20·MI380’ 해법과 2025년 4월 추가된 ‘15% 수익 공유’전면 금지 vs. 부분 허용 사이의 실용적 절충으로 볼 수 있다.


2. 15% 수익 공유 모델의 구조적 특징

사상 최초의 Reverse Tariff 형식
기존 관세는 수입 시점에 통관세를 부과한다. 반면 이번 합의는 매출 발생 시점에 일정 비율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후행적 이익 배분에 가깝다.

라이선스 갱신 연동
수익 분담 이행 여부가 다음 해 라이선스 승인에 직접 연동된다. 회피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봉쇄했다.

‘표준’ 선례 가능성
미 상무부·재무부는 “타 업체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향후 EDA 소프트웨어·첨단 소재·레이저 장비에도 동종 모델이 적용될 여지가 크다.


3. 중국 정부의 즉각적 대응과 그 속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정책 내부문에서 “국가안보·핵심기관은 H20·MI380 사용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표면적 명분은 보안 리스크 지적이지만, 실제로는 다음 셋을 노린 다목적 카드다.

  • 국산 칩(화웨이 Ascend·Biren) 학습 데이터 확보
  • 15% 수익 분담 협상력 제고 ― “수요 축소”를 시사해 美정부의 과금 모델을 무력화
  • 중장기 자립 가속 ― 중앙투자기금 3기 5천억 위안 투입 로드맵과 궤 맞추기

4. 글로벌 밸류체인에 미칠 5대 구조적 파장

영역 단기(0~1년) 중기(1~3년) 장기(3년 이상)
① 美 반도체 메이저 매출 H20·MI380로 주당 5~7% 이익률 희석 15% 분담 지속 시 R&D 투자 감소 압력 라이선스+분담 글로벌 표준화 리스크
② 中 국산화 속도 화웨이 Ascend·바이두昆仑 양산 확대 TSMC→SMIC 패브 전환 가속 경쟁력 격차 2~3세대 내로 축소 가능
③ 장비·소재 업스트림 日·EU 업체, 우회 판매 경로 탐색 中 장비 국산화 30%→60% 공급망 블록화 & 이중 투자 고착
④ 글로벌 AI 서비스 비용 미·중 GPU-hr 가격 괴리 15~20% 클라우드 AI 서비스 지역 가격차 확대 고객 → 멀티리전 전략, 비용 전가
⑤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 반도체 ETF 변동성 +30bp↑ 국가 위험가중자산(RWA) 재조정 반도체 생산 달러·위안 이중결제 체계 가능성

5. 美 반도체 빅3의 대응 시나리오

  1. 엔비디아“채널 이원화”
    • 북미·중동·EU : H200·B100 집중 공급
    • 중국 : H20(1세대)→H20S(성능 10% 추가 하향) 신규 신청
    자동차&Robotics SoC로 다변화
  2. AMD“데이터센터 FPGA + CPU 패키지 전략”
    GPU 의존도 낮추면서, 서버 OEM과 모듈 단위 라이선스
  3. 인텔 ― 파운드리 고객 유치 카드로 “공유 모델 예외” 설득
    15% 룰 적용 제외 시 생산 지렛대 확보 가능

6.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가속화 경로

디자인-하우스 : 베이징 Biren, 상하이 MetaX 등 GPT-4급 대응 칩 테이프아웃.
파운드리 : SMIC 5 nm GAA 파일럿라인 발표(26Q1 목표).
패키징 : 장난장커지(长电科技)·TSMT, 2.5D CoWoS 대안 국산 솔루션 양산 예정.

이 경우 미국의 15% 과금 + 스펙 제한이 3~5년 후 ‘효력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이미 싱크탱크 보고서에서 나왔다(CSIS, 2025.7).


7. 정책·지정학 시나리오

  • 시나리오 A ― ‘통제 유지 + 과금 영구화’
    • 美: 라이선스 3년 주기 갱신
    • 中: 성능제한 칩 제한적 수용, 국산화 속도 중간
    리스크: 로열티 협상 주기마다 정치 이벤트화
  • 시나리오 B ― ‘협상결렬·전면 차단’
    • 美: 0% 수출 허용, OFAC 제재
    • 中: 반도체 핵심 원료·희토류 수출 규제 맞불
    리스크: 글로벌 AI 산업 성장률 2026~28년 연평균 –3%p
  • 시나리오 C ― ‘다자 틀 재협상’
    • 美·EU·日 공동 규범 마련, Tech for Tech 교환
    • 中: 일부 투명성 조건 수용
    리스크: WTO·IPEF 등 제도 충돌, 조정 난항

8. 투자자·기업이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

  1. 연준·재무부 고시 예정 ‘수익분담 세수 코드’ 최종 버전
  2. 상무부 라이선스 심사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TOPS·메모리·IO 기준치 변경 가능성)
  3. 중국 국가통계국 반도체 수입·생산 월간 리포트 추이
  4. 글로벌 클라우드 3사(GCP·AWS·Azure) GPU-hr 단가 변동
  5. 엔비디아 GTC·AMD DevDay·인텔 IFS 컨퍼런스 차세대 로드맵

9. 필자의 시각: “규제는 기술을 늦추지만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첫째, 15% 모델은 단기적으로 미국 재정에 연평균 25억~30억 달러 세수를 제공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과세 대상이 제한적이고 기술 스펙이 매년 진화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 세목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

둘째, 미국이 ‘성과 제한’을 통해 기술 간극을 유지하려 해도 오픈소스·오픈하드웨어 흐름이 그 간극을 압축한다. RISC-V 기반 AI 가속기·라이트닝 인터커넥트 등 디지털 공유재는 규제가 닿기 어려운 영역이다.

셋째, 기술 패권 경쟁이 ‘세금·관세’ 국면으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정책 리스크 관리 부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정치 프리미엄이 밸류에이션 산정 공식에 본격 반영됨을 의미한다.


10. 결론 ― “다층(多層) 분할의 시대, Tech Cold War 2.0

미국의 15% 수익 공유 모델은 단순한 통상 카드를 넘어, 정치-경제-기술이 삼중(三重)으로 얽힌 복합 규제 체계의 신호탄이다. 중국이 ‘사용 자제’로 맞불을 놓은 현 시점부터는 ▲미국의 추가 압박, ▲중국의 자립 속도, ▲유럽·동남아의 줄세우기 전략이 상호 견제-보완을 거듭하며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다층 분할(multi-layer decoupling)’로 재편할 것이다. 기업과 투자자는 기술 로드맵뿐 아니라 정책 사이클까지 모델링하는 거시-미시 통합 프레임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다. ‘AI 칩 15% 룰’은 그 첫 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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