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에 금리 인하 시그널 없다…스코샤은행, 9월 인하 기대에 ‘경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 기대가 급등했으나, 스코샤은행(Scotiabank) 이코노믹스“소비자물가지수(CPI)가 보여준 물가 압력은 여전히 뜨겁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12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CPI 이후 미국 국채 선물 및 연방기금선물 시장에서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약 9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스코샤은행은 같은 날 투자자 노트를 통해 “이번 통계 어디에도 ‘금리 인하’라는 단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7월 전체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로 6월(0.2%)과 동일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8%에서 2.7%로 소폭 둔화됐다. 표면적으로는 물가가 진정되는 듯 보이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ore) CPI’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올 1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증가율을 기록했고, 연율 환산 시 3.7% 수준으로 여전히 연준 목표(2%)를 크게 웃돌았다.

① 근원 서비스 물가 급등
스코샤은행은 “근원 CPI의 열기는 거의 전적으로 서비스 부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요금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가격’은 0.48% 상승(연율 5.9%)해 2025년 들어 가장 큰 폭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근원 상품(재화) 물가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② 물가 상승 ‘범위’ 확대
스코샤은행은 “단순히 한두 품목이 아닌, 가구·레크리에이션·처방약·병원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가격이 올랐다”며

물가 상승세가 고착화되는 전형적인 신호

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임대료 상승세는 전월보다 더 강해졌고, 가구 가격은 ‘급등’(soared)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반면,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이 다소 안정되며 부분적 ‘숨통’을 틔웠다.


시장 반응과 스코샤은행의 시각 차이
인베스팅닷컴의 Fed Rate Monitor Tool에 따르면 7월 CPI 발표 직후 연방기금선물은 9월 인하 확률을 90% 안팎으로 반영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근접해가므로 곧 완화로 전환될 것”이라 해석했다. 그러나 스코샤은행은 이를 ‘프리미추어 도비스(과도한 비둘기파적 반응)’라고 평가절하하며, “단 한 번의 물가 보고서로 통화정책 전환을 단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데이터 신뢰성 우려
스코샤은행은 연준 정책 예측의 또 다른 변수BLS(미 노동통계국) 자료 품질 악화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예산 삭감과 리더십 교체 이후 CPI 바스켓의 상당 비중이 ‘대체 추정치’와 ‘프로시(proxy)’ 값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무려 ‘놀랄 만한 비중(alar­mingly high share)’”이라 표현했다. 즉, CPI 자체가 완벽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문 용어 해설
• 근원 CPI(Core CPI): 식료품·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지표로,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할 때 사용된다.
• FOMC: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 연 8회 열리며 기준금리·양적완화 규모 등을 결정한다.
• bp(basis point): 금리·수익률 변화 단위를 나타내는 0.01%p.
• 도비시(Dovish):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적 태도.
• 호키시(Hawkish):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태도.

기자 관전평
물가 둔화 흐름은 분명 존재하지만,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연준 입장에서 부담이다. 더욱이 BLS의 통계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데이터 자체가 안개 속’이라면 연준은 ‘신중함’을 택할 공산이 크다. 최근의 시장 가격(90% 인하 베팅)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일 가능성이 있으며, 9월 동결 후 11~12월까지 추가 데이터 확인이라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이다.

“결국 실질 임금·수요·생산성 등을 감안한 ‘지속 가능한 2%대 물가’가 확인돼야 연준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

이라는 것이 스코샤은행의 결론이다. 시장은 다시 한 번,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불변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