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월가 및 글로벌 경영진과의 갈등을 다시 한 번 부각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서 골드만삭스 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정면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소비자가 6월까지 전체 관세 비용의 22%를 부담했고, 최근 부과된 관세도 같은 패턴을 보일 경우 소비자 부담이 67%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비용은 기업과 외국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며 “데이비드 솔로몬과 골드만삭스는 내가 이룬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보호받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의 잇단 CEO 직격 사례
이번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 경영진 교체 요구나 정책 압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일련의 사례에 새로 추가된 것이다. 특히 그는 지난주 인텔의 CEO 립부 탄(Lip-Bu Tan)에게 즉각 사퇴를 요구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탄 CEO가 중국 첨단 제조·반도체 기업에 2억 달러 이상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INTEL CEO는 중대한 이해충돌 상태에 있으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 다른 해법은 없다.” –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 소셜
탄 CEO는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를 강화한다는 대통령의 목표에 동의한다”며 “이사회도 회사 변혁 작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응수했다.
머스크와의 갈등…세제개편 법안이 도화선
엘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2024년 대선 당시 수억 달러를 들여 트럼프 재선 캠프를 지원했으나, 6월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을 둘러싸고 두 사람이 결별했다. 머스크는 해당 법안이 연방 부채를 가중시킨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머스크는 전기차 의무 판매 조항을 놓친 뒤 미쳐버렸다(just went CRAZY)”며 보조금 및 계약 중단을 경고했다.
이어 7월 초 트럼프는 “머스크 계약을 DOGE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암시했고, 머스크는 곧 ‘센트리스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를 “완전한 train wreck”라고 일축했다.
“재규어의 ‘각성(woke)’ 마케팅은 멍청하다”
8월 트럼프는 재규어 랜드로버(인도 타타모터스 소유)의 브랜드 재정비를 “각성·진보주의 마케팅”이라 비난했다. 당시 30년 이상 근무한 아드리언 마델 CEO가 퇴임을 발표하며 브랜드 로고를 전기차 중심 이미지로 교체하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애플·아마존·대형 은행도 도마 위
팀 쿡 애플 CEO는 미국 판매용 아이폰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이유로 잦은 공격 대상이 됐다. 트럼프는 5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은 미국에서 제조돼야 한다”며 해외 생산품에 25% 관세를 경고했다. 애플은 관세로 6~9월 분기에 총 19억 달러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주 초 트럼프는 애플이 향후 4년간 미국 내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 총 6000억 달러를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쿡 CEO는 트럼프에게 24K 금 도금 기념품을 전달해 화제가 됐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또한 4월 “관세 표시 가격” 도입 검토설로 질책받았으나, 트럼프는 “베이조스가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했고 매우 훌륭했다”고 말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은행권에서는 브라이언 모이니핸(뱅크오브아메리카)과 제이미 다이먼(JP모건체이스)이 보수 성향 고객을 차별했다는 트럼프 주장에 휘말렸다. 두 은행은 “디뱅킹(de-banking) 사실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반박했다.
월마트·중국에 “관세 비용을 떠넘기지 말라”
5월 트럼프는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가 “소매 마진이 낮아 관세 전액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언급하자, “월마트는 작년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관세 탓으로 가격 인상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당시 트럼프는 “월마트와 중국이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소비자 가격 인상 책임을 회사 측에 돌렸다.
전문가 해설: ‘트럼프-기업’ 갈등의 맥락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은 2017년 취임 이후 보호무역·제조업 육성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관세와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이전)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대되는 해외 투자, 친환경 전환, ‘각성’ 마케팅 등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경계하는 트럼프식 레토릭의 단골 공격 소재가 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재선 가도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기업·엘리트층과의 대립 구도를 적극 활용한다. 대형 플랫폼을 장악한 CEO를 공격하면 언론 파급 효과가 크고, ‘일자리 창출과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강조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복잡한 공급망과 다국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관세·규제 리스크 완화와 정부 관계 유지에 고심하고 있다. 애플의 대규모 투자 확대 발표처럼, 트럼프 발언 이후 기업이 양보·투자를 약속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참고용어*
• 디뱅킹(de-banking)1: 금융기관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 관계를 중단하거나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행위.
• 리쇼어링(reshoring)2: 해외로 이전한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다시 옮기는 전략.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CEO들 간 갈등은 정치·경제·무역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현상으로, 2024년 대선 이후에도 장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