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비디아·AMD 인공지능 칩 사용 자제 지시…블룸버그 “국가안보 우려” 보도

엔비디아(Nvidia)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주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두 업체의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젠슨 황과 더그 버검

2025년 8월 12일, CNBC 뉴스의 인용보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최근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H20 칩과 AMD의 MI380 칩을 정부·국가안보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새로운 지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H20와 MI380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AI 칩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설계된 ‘성능 하향’ 버전이다.

이번 지침은 엔비디아가 H20 칩의 중국 수출 재개 승인을 받은 지 불과 며칠 만에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 AMD는 지난달 “수출 라이선스 발급이 지연됐지만 곧 중국으로의 출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사용 제한을 권고함에 따라 양사 칩의 향후 판매 전략에 변수가 생겼다.


미국 정부와의 매출 배분 합의…15% 납부 조건

앞서 8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일종의 ‘역(逆)관세(reverse tariff)’ 모델로,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대가로 수익 일부를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월 CNBC 인터뷰에서 “중국 AI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 내 중국 AI 시장 규모를 500억 달러(약 66조 원)로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H20는 구식”…고성능 칩엔 성능 제한 요구

트럼프 영상 캡처

11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H20 칩을 “시대에 뒤떨어진(obsolete) 제품”이라고 평가하며,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고성능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려면 성능 30~50% 감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기술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 내 ‘안전성’ 논란…국가 매체도 가세

주말 동안 중국 국영 매체와 연계된 소셜미디어 계정은 H20 칩이 “안전하지 않다(not safe)”고 주장하며 사용을 경계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지침이 이러한 여론전에 호응하는 형식으로 나왔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AI 칩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화웨이·중신국제(SMIC) 등 자국 반도체 업체의 성능 향상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엔비디아와 AMD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개발 도구에 필적할 만한 대체재는 제한적이란 점에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당분간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 조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수출 통제·라이선스 제도 해설

미국 상무부는 2025년 4월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수출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제품만 허용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라이선스 승인을 받으려면 칩의 연산 성능(TOPs)·대역폭·연결성 등 세부 사양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하며, 이는 군사·안보 목적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된다.

H20와 MI380은 이런 기준을 맞추기 위해 FP64·FP32 연산 성능을 낮추거나 GPU 간 연결 대역폭을 축소한 버전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외부 제약 하에 ‘하향 조정’된 칩이 자국의 장기 기술 자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전문가 분석·향후 전망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기술 선택 문제를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장(章)을 예고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1) 중국 기업의 엔비디아·AMD 의존도 축소, 2) 자국 칩 설계 역량 강화, 3) 미국의 추가 압박 가능성 등 세 갈래 시나리오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15% 매출 분담금’ 모델은 앞으로 다른 핵심 부품·소프트웨어 영역으로 확산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동시에 미국 빅테크 기업도 중국 시장 접근성 약화해외 매출 증가세 둔화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엔비디아·AMD뿐 아니라, 이들 칩을 활용해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IT 기업의 실적 변동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어·배경 설명

AI 칩인공지능 모델 학습 및 추론을 위해 특화된 반도체로, 고도의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GPU(Graphics Processing Unit)’나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형태로 설계된다. 엔비디아의 H20와 AMD의 MI380 모두 GPU 기반 AI 가속기다.

TOPs(테라오퍼레이션스)는 초당 몇 조(兆) 번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TOPs 수치가 높을수록 AI 학습·추론 속도가 빨라지지만, 동시에 군사 전용 가능성도 높아져 수출 규제 대상이 된다.

수출 라이선스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에서 특정 국가로 물품을 반출할 때 발급받아야 하는 정부 허가증이다. 미국 상무부가 발급하며, 국가안보·외교정책·비확산(Non-proliferation) 관점에서 영향을 평가한다.


주가 반응과 시장 영향

보도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장중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중국 수요 축소 가능성과 미국 정부의 매출 분담 정책이 기업 실적에 미칠 파급 효과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20%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AMS·화웨이·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중국 현지 기업이 자체 칩 개발에 속도를 낼 경우, 현지 반도체 생태계 육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론

이번 사안은 엔비디아·AMD·중국 정부·미국 정부 등 네 거대 플레이어가 얽힌 복합 이슈로,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구매 지연, 미국의 규제 심화,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며, 중장기적으론 글로벌 AI 칩 시장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업계가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① 중국의 대체 칩 기술 개발 속도, ② 미국 정부의 추가 규제 수위, ③ 엔비디아·AMD의 신제품 로드맵 조정 여부다. 향후 발표되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세심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