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 제기: 90일 휴전, 종전이 아닌 ‘인터벌’이다
미국과 중국이 2025년 8월 12일 전격 합의한 ‘90일 추가 관세 유예’는 표면적으로 긴장을 완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이를 무역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전면전 재개 전 숨 고르기에 불과한 전술적 인터벌로 규정한다. 즉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식·경제 전반에 더 깊은 구조적 파장을 남길 사건이라는 의미다.
Ⅱ. 2018~2025 연속 관세 전쟁의 계량적 성적표
구분 | 2017 | 2019 | 2022 | 2024 | 2025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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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對중 무역적자(억달러) | 3,757 | 3,434 | 4,046 | 4,395 | 4,550 |
미국 소비자물가 기여도(관세발, %p) | 0.04 | 0.22 | 0.43 | 0.58 | 0.65 |
미국 제조업 고용(만 명) | 1,254 | 1,260 | 1,219 | 1,201 | 1,195 |
중국 對미 수출 점유율(세계, %) | 17.0 | 16.1 | 14.6 | 13.2 | 12.4 |
* 2025E는 컨센서스 전망치를 단순 평균한 값.
표는 ‘관세가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실패했으며, 소비자물가는 가속했고, 제조업 고용은 감소’했다는 간명한 사실을 드러낸다. 미국이 원했던 ‘리쇼어·리쇼어링 붐’은 통계로 확인되지 않았다.
Ⅲ. 휴전 연장 결정 뒤 숨겨진 3대 구조 변수
- 대선·중간선거 주기 정치학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중간선거 전까지 ‘대중 강경’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 관세는 대중 메시지로 간결하다. 동시에 물가 쇼크를 완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90일은 바로 그 정치적 타임버퍼다. - 글로벌 공급망의 듀얼 트랙화(US vs. CN)
이미 반도체·배터리·희토류에서 공급망 블록화가 시작됐다. 관세 휴전이 연장될수록 기업들은 ‘회복 불가 가설’을 기정사실화하고, 비중국 소싱 + 국가별 우회 생산을 영구 전략으로 내재화한다. - AI·친환경 투자 사이클과 관세의 충돌
미국은 IRA·CHIPS법으로 녹색·첨단 설비 투자 보조금을 살포했고, 중국은 과잉설비로 대응했다. 휴전 연장은 ‘보조금 vs. 덤핑’ 갈등을 더 심화시키며, 국가 개입형 산업정책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Ⅳ. 5년 안에 전개될 3대 베이스라인 시나리오
1) 관리된 불안정(60% 확률)
- 90일 유예가 반복 연장되며 ‘반(半)관세 상시화’ 구간에 진입
- 미·중 모두 물가를 의식해 관세율은 현수준±10%p 범위에서 박스권
- 다만 반도체·데이터·AI 관련 ‘수출통제 리스트’는 매년 확대
- S&P500: 실적 기여도가 높았던 빅테크 해외 매출 성장율이 연 1.5%p↓, 동 지수 EPS(주당순이익) 장기 CAGR* 0.8%p ↓
* CAGR=연평균성장률
2) 전면 탈동조화(25% 확률)
- 트럼프 2기 혹은 중국 강경파 부상 시 100% 관세 단계적 확대
- 달러 강세·위안화 약세 가속, 美 CPI +0.9%p 상향 리스크
- 글로벌 기업, 생산기지 ‘중국+1(+Mexico,+Vietnam,+India)’ 대전환
- S&P500 변동성(VIX) 25 상방 고착, 밸류에이션 1할~2할 디레이팅
3) 전략적 대타협(15% 확률)
- 상호 관세 50% 이상 철폐·수출통제 일부 완화
- G2 협상 대가로 △희토류 공급 안정 △AI칩 제품군 차등 허용 등 교환
-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회복, 달러 인덱스 3~4% 약세 복귀
- S&P500 12~15% 리레이팅, 스몰캡·이머징 강세 전환
Ⅴ. 섹터별 중·장기 영향 매트릭스
섹터 | 단기(1년) | 중기(3년) | 장기(5년) | 투자 포지셔닝 |
---|---|---|---|---|
반도체 장비 | 중국 발주 공백 | 미국·EU 보조금 효과 | Dual CapEx 완성, 점유율 확대 | 롱(美/日 노광, 테스트) |
자동차·배터리 | IRA 세부지침 혼선 | 멕시코·태국 공장 가동 | 中 LFP 저가 공세 지속 | 옵션전략·Pairs Trade |
소비재(어패럴) | 소싱 비용 +3~5% | ASEAN 비중 40%→60% | SPA 마진 회복 | Value+품질(퀄리티) 팩터 |
국방·우주 | 의회 예산 증액 | AI·드론 수요 기하급수 | 미·중 기술 블록 확정 | 장기 모멘텀 Strong Long |
원자재(희토류) | 중국 수출쿼터 변수 | 호주·캐나다 광산 증설 | 美 내 재활용 허브 성장 | 현물·장기현물 ETN |
Ⅵ. 정책·금융시장 파급경로 모형(필자 추정)
- 관세 재연장 → 수입단가 상승
- 미 기업 마진 압박 ① vs 소비자 가격 인상 ②
- ①이 지배: CapEx·고용 축소, 경기둔화·실업률↑
②가 지배: CPI 상방, 실질소득↓, 소비 위축 - 연준: 단기 물가압력 vs 중기 성장둔화 사이 딜레마(stagflation risk)
- 국채: 단기물↑→장단기 역전 심화 → 6~12개월 후 경기침체 시나리오 빈도↑
Ⅶ. 투자전략 로드맵
1) 미국 내수 Tilt + 해외 매출 분산
글로벌 매출 비중 40% 이상 빅테크·소비재는 관세 리스크 헤지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 반면 내수 중심 기업은 관세 충격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임금·물류비 인플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Dual Listing·Cross Border ETF의 선택적 활용
- 미·중 매출 구조가 균형 잡힌 유럽산 럭셔리·헬스케어는 분산 베타 제공
- ETF·인덱스 90번 카테고리에 속한 ‘글로벌 중간재 밸류체인 ETF’가 관세 탄력도 낮다.
3) 옵션·경기방어 팩터 바스켓
S&P500 ATM 6개월 변동성 콜옵션을 저가 구간(IV 13~15)에서 매수, 관세 변동 헤지. 동시에 고배당·규제전기유틸리티 바스켓을 현금흐름 버퍼로 편입한다.
Ⅷ. 결론: ‘휴전’은 가격표를 바꾼다
90일 관세 휴전은 물가·성장·공급망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최소 5년간 미국 경제 스트럭처를 변환한다. 필자의 베이스라인은 ‘관리된 불안정’이지만, 기업·투자자는 상·하단 시나리오 모두에 대비한 바이모달(양봉형)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이 휴전은 글로벌 분업 체계가 기술·안보 블록 중심으로 재편되는 대전환을 가속화한다. 미국 시장에 남는 질문은 단 하나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이미 냉전형 공급망 가격표를 반영했는가?”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어떠한 투자 권유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