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뉴욕증시를 짓눌렀다. 11일(현지 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25% 내린 5,425.67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5% 하락한 39,476.1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0.36% 내린 19,876.25에 각각 마감했다. 동일 만기(9월) E-미니 S&P 선물은 -0.28%,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40% 떨어졌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이번 주 예정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를 앞두고 포지션 정리(positions squaring)와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에 나서면서 장중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른바 ‘롱’은 상승에 베팅한 계약, ‘청산’은 이익 실현 또는 손실 제한을 위해 이를 파는 전략을 뜻한다.*1
장 초반만 해도 S&P 500은 1주일 만의 고점을, 나스닥100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강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CPI·PPI 결과에 따라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는 낙관론과 달리, 통계 발표 전 차익 실현이 우세해지자 지수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 발언과 금리 인하 기대
지난 주말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연준(Fed) 이사가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p 인하하고 연내 3차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88%의 금리 인하 확률을 반영 중이다. 이는 이달 초 40%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금리 인하 기대는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9월물 미 국채 10년물 선물은 2틱 상승했고, 10년물 금리는 -0.4bp 내린 4.279%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0.6bp 오른 2.696%, 영국 길트는 ‑3.6bp 하락한 4.565%로 마감했다.
무역·지정학 변수: 미·중 관세 휴전 연장, 러-우 전쟁 장기화 우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만료 예정이던 대중(對中)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반도체 수입품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으며, 인도산 수입품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관세율을 두 배(25% →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탐색적 만남(feel-out)”이라고 규정하며 즉각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양보는 없다”고 천명해 조기 종전 기대를 더욱 희석시켰다.
주요 경제지표 및 일정
시장 관심은 13일 발표되는 7월 CPI에 집중돼 있다.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2.8%(6월 +2.7%), 근원 CPI는 +3.0%(6월 +2.9%)다. 14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2만5,000건(-1,000건)으로 예상되며, 같은 날 7월 PPI는 +2.5% y/y(6월 +2.3%), 근원 PPI는 +2.9% y/y(6월 +2.6%)가 점쳐진다. 15일에는 7월 소매판매 +0.5% m/m, 자동차 제외 소매판매 +0.3% m/m,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보합(0.0%)’ 전망이다. 미시간대 소비심리는 62.0으로 소폭 개선(+0.3p)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 및 개별 종목 움직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 중 82%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2%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2분기 EPS 증가율은 +9.1% y/y로, 시즌 초 예측치(+2.8%)와 4년 만의 최고치를 웃돈다.
그러나 개별 종목은 엇갈렸다. 협업 플랫폼 ‘Monday.com’은 연간 매출가이던스를 12억2,000만~12억3,000만 달러로 동결하면서 -29% 급락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 C3.ai는 실적 가이던스 하향을 이유로 DA데이비드슨이 투자의견을 ‘중립→언더퍼폼’으로 낮추자 -25% 폭락했다.
반면 TKO 그룹 홀딩스(UFC 모회사)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7년간 UFC 독점 중계권을 77억 달러에 확보했다는 소식에 +10% 급등했다. 미용 브랜드 엘프 뷰티는 모건스탠리가 ‘비중확대’로 상향 후가 134달러를 제시하며 +10% 뛰었다.
암호화폐 관련주도 강세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4주 최고치로 약 +1% 상승하자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마라 홀딩스가 모두 1%대 상승 마감했다. 코인데스크·코인게코 자료에 따르면, 기관·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현재 1,13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보충 설명: E-미니 선물이란?
E-미니는 ‘Electronic Mini’의 약자로, CME(시카고상업거래소) 전자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소규모 주가지수 선물계약을 뜻한다. 표준 S&P 500 선물계약의 5분의 1 규모로,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지수 방향성에 베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한 롱 포지션 청산은 투자자가 기존 매수 계약을 팔아 이익을 확정하거나 손실을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가 급등 이후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이번 주 CPI·PPI 결과와 트럼프-푸틴 회담, 추가 관세 정책이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물가가 예상을 상회하면 88%에 육박한 9월 금리 인하 베팅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물가가 둔화하면 연준이 9월을 시작으로 연내 세 차례 인하를 단행할 명분이 강해진다. 본격적 ‘골디락스(적정 물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경우 S&P 500의 연내 6,000선 돌파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1: 틱(tick)은 선물 호가 최소 변동 단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