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발(로이터) — 유럽 증시에서 소프트웨어 업종이 12일(현지시간) 화요일 급락했다. 대형주인 SAP이 6% 넘게 밀리면서 인공지능(AI)이 해당 업종에 미칠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SAP 주가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6% 이상 하락해 2020년 10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할 뻔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나 5.5% 하락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날 프랑스의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 영국의 세이지(Sage), 독일의 네메첵(Nemetschek)도 각각 4%에서 10%까지 급락하며 기술 섹터 전반을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유럽 주요 업종 가운데 기술주가 포트폴리오 수익률 기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 트레이더는 "이번 매도세는 전일(월요일) 미국 시장에서 어도비(Adobe), 세일즈포스(Salesforce), 인튜이트(Intuit), 워크데이(Workday) 등이 동반 하락한 흐름과 거의 같은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MarketWatch)가 AI가 소프트웨어 업체 실적에 미칠 위험을 조명한 기사가 결정타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일 미국장에서 기술 대형주가 약세를 보인 데 이어, Melius Research는 어도비에 대해 종전 ‘매수(Buy)’ 의견을 ‘매도(Sell)’로 하향 조정했다. 분석 보고서에는 "AI 기반 생성형 이미지·문서 도구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Adobe Creative Cloud)의 진입 장벽을 낮춰 장기 성장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포함됐다.
AI 위험이란 무엇인가※
AI 위험은 일반적으로 ① 비용 구조 악화, ② 기존 수익 모델 붕괴, ③ 데이터 보안·규제 리스크를 의미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은 구독 기반 매출이 핵심이어서, AI가 코딩·디자인·업무 자동화를 급격히 앞당길 경우 고객이 유료 솔루션에 지불할 유인 자체가 약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AI 기능 내재화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회수에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오픈AI, 미드저니, 깃허브 코파일럿 등 저비용 혹은 무료 대안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운다.
유럽 vs 미국, 밸류에이션 격차
유럽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전통적으로 미국 경쟁사보다 낮은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돼 왔지만, 성장 스토리와 혁신 서사가 부족하다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방어하기 어렵다. 이번 급락은 단지 AI 공포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규모·신규 수익원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재부각시킨 측면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 수요·공급 측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몇 분기 연속으로 방어적 섹터(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 비중을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술주 중에서도 순수 소프트웨어보다 반도체·하드웨어 업종을 우선적으로 편입하면서 포트폴리오 재배치(리밸런싱) 압력이 높아졌다. 이날 유럽발 매물은 이러한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망과 과제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AI 투자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프트웨어 업종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ERP·CRM 등)과 고부가가치 3D 설계 솔루션"처럼 고객 전환 비용이 상당한 분야에서는 충격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용어 해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기업 자원 관리 시스템으로, 회계·물류·인사 등 전사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영업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다. AI가 이러한 핵심 업무 시스템에 본격 침투할 경우, 기존 라이선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결론
이번 유럽발 소프트웨어 주식 급락은 AI, 밸류에이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발생했다. 향후 기업들이 AI 전략의 수익성을 얼마나 명확히 증명하느냐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