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년 만에 최저치인 1.55%… 식품가 하락 주도

NEW DELHI — 인도 통계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55%를 기록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2% 아래로 내려갔다. 채소·콩류 등 주요 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결과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6월의 2.10%와 로이터가 사전에 집계한 시장 예상치 1.76%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2017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인도중앙은행(RBI)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2%~6% 구간 하단을도 밑도는 결과다.

RBI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를 3분기 연속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다.

“이번 물가 지표는 예견된 범주이며,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바로다은행(Bank of Baroda)의 마단 사브나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정책‧전망
RBI 통화정책위원회는 이달 초 회의에서 올해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평균 물가 전망치를 3.7%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국내 성장 모멘텀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추가 관세 발표 이전 결정이었다. 조 바이든美 대통령은 인도산 상품에 25%p 추가 관세를 부과해 총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인도 정부는 자국 對美 수출품의 약 55%가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한다.

시장 참가자 반응
무바이 소재 아난드 라티 그룹의 수잔 하지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저물가와 미국 관세발 성장 둔화가 겹칠 경우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열릴 것”이라며 “미국 관세로 GDP 성장률이 0.3~0.4%p가량 깎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품 가격 동향
지난 8개월간 물가 하락을 이끈 주된 요인은 식품이다. 7월 식품물가는 전년 대비 1.76% 하락했는데, 이는 6월(-1.01%)보다 낙폭이 커진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채소 가격이 20.69% 급락하며 전월의 -19%보다 낙폭을 키웠고, 콩류 가격도 13.76% 내렸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는 채소 가격이 반등했으나, 콩류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러한 식료품 디플레이션은 농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씨티은행 인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사미란 차크라보르티는 “농업 투입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산지 가격은 디플레이션 영역에 진입해 농가 소득이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어 인플레이션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Core CPI)는 7월 4.00%~4.12%(추정치)로, 전월 4.4%~4.5%에서 소폭 하락했다. 인도 통계청은 공식적으로 근원물가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전문기관이 자체 산출한 추정치다.

근원물가란?
근원물가는 소비 패턴에서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내수 수요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중앙은행은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측정하고, 정책 금리 설정 시 참고한다.


전문가 해설 및 시사점
현재 인플레이션이 목표 하한선을 밑돌았지만, RBI가 즉각 완화적 스탠스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다. 첫째, 근원물가가 4%대를 유지해 내수 수요가 탄탄함을 시사한다. 둘째, 미국발 관세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외국인 자금 유출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다만 향후 물가 경로가 2%대 초반에 고착되고,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경우 점진적·선별적 금리 인하가 재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히 올 하반기 모디 정부가 발표할 농가 지원책이 식료품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정책 방향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투자자 유의점
1) 물가 둔화와 정책 금리의 갭이 확대되면 국채 가격 상승 여력이 커질 수 있다.
2) 반대로, 농산물 가격 반등은 디플레이션 기대를 수정시켜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평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3) 미국 관세 장벽이 장기화될 경우, 섬유·보석류·자동차 부품 등 인도 주력 수출 업종의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섹터별 포트폴리오 재분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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