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위·보안 전문기업 QinetiQ Group plc(QQ.L)이 자사의 미국 내 비핵심 연방 IT 서비스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회사가 추진 중인 미국 조직 개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장 전략을 핵심 영역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QinetiQ는 V2X Inc.와 해당 사업부를 기업가치(EV) 3,100만 달러(약 1회전 매출 수준)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EV는 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순부채를 포함한 총 기업가치를 의미한다.
거래 완료 시점은 2025년 9월 말 이전으로 예상된다. QinetiQ 측은 “이번 매각 대금은 자사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순부채를 감소시키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 매각 대상·배경
QinetiQ가 처분하는 연방 IT 서비스 부문은 데이터 서비스와 사이버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최근 미 연방정부 관련 IT 서비스 시장은 클라우드 전환과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보안 확산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QinetiQ는 자사 핵심 역량이 아닌 영역에서 과감히 발을 빼고 해양 시스템·첨단 센서·우주·미사일 방어 및 지속 감시라는 4대 핵심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처분은 미국 내 성장 전략을 명확하게 다듬어 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 QinetiQ 그룹 대변인
● V2X는 누구인가?
인수 측인 V2X Inc.는 방위·정부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2022년 Vertex와 Vectrus 합병을 통해 출범했다. 주로 미 국방부·연방 정부 조직에 정보통신·운영·물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 사이버·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이번 딜을 통해 V2X는 사이버 방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연방 IT 통합관리 역량을 보강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포스트 합병 시너지와 클라우드·데이터 분석 수요 확대를 감안할 때, V2X가 이번 인수를 통해 손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QinetiQ의 미국 전략 재편
QinetiQ는 지난 3년간 일련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통해 북미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그러나 연방 IT 서비스는 수익성 변동성이 크고, 민·관 영업 주기가 길어진다는 점에서 “핵심이 아닐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회사는 자사 핵심 4대 세그먼트를 마리타임 시스템(무인 수상·잠수 플랫폼, 지능형 기뢰 대응), 첨단 센서(레이더·광전자·전자전), 우주 및 미사일 방어 지원, 지속 감시·ISR로 재정의했다. 이러한 분야는 나토 및 인도·태평양 동맹국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매출 성장 여력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국방수권법(NDAA) 예산이 지속 확대되고, 우주·미사일 위협 대응 투자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QinetiQ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성장 스토리를 제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 재무적 영향
3,100만 달러는 QinetiQ의 2024회계연도 그룹 기준 매출 대비 극히 소규모다. 그러나 회사는 “대금 전액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주당가치(EPS)를 즉시 개선하고, 잔여 금액으로 순차입금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평가되며, 최근 방산 업계에서 두드러진 “포트폴리오 최적화 + 주주환원” 트렌드를 그대로 따른다. 덧붙여 QinetiQ는 재무 건전성 지표로 순부채/EBITDA 1.5배 미만을 유지한다는 중기 목표를 재확인했다.
● 용어 풀이
EV(Enterprise Value)는 무엇인가? 기업가치(EV)는 시가총액 + 순부채(총부채-현금)로 계산되는 지표로, M&A 시장에서 거래가격 논의의 핵심 척도다. EV/매출 1배 수준은 방산·IT 서비스 업종에서 비교적 합리적 밸류로 간주된다.
연방 IT 서비스는 미국 연방정부 부처·기관(DoD, DHS 등)에 네트워크 구축·운영, 클라우드 전환, 사이버 보안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수주 계약 규모가 크지만 정부 예산·규제에 영향을 받기에 매출 가시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거래 완료 시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Hart-Scott-Rodino(HSR) 심사와 기타 규제 승인 여부가 변수다. QinetiQ는 9월 전 마감(Closing)을 자신하지만, 사이버·데이터 자산 이전 절차에서 보안 검증이 까다로울 수 있다.
둘째, V2X의 통합 시너지. 인수 이후 12~18개월 내 리스크 관리·직원 재배치·시스템 통합이 원활히 진행될지가 주목된다. 실패 시 비용 초과 및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QinetiQ의 잔여 투자 여력. 핵심 분야에서 추가 인수 가능성을 시사해 왔으며, 특히 센서·우주 시스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스카우팅이 활발하다. 시장에서는 2026회계연도 중형급 딜 재개 가능성을 전망한다.
● 시장 반응
영국 런던 증시에서 QinetiQ 주가는 발표 직후 장초반 1.4% 상승했으나, 오후 들어 이익 실현 매물로 0.3% 하락하며 보합권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배당·자사주 매입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북미 매출 비중 축소가 중장기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시각도 동시에 내비친다.
반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V2X 주가는 2.7% 급등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며 목표주가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 결론
QinetiQ의 이번 비핵심 자산 매각은 방산 기업들이 빠르게 변모하는 글로벌 지정학·기술 환경 속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흐름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특히 방대한 IT 서비스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방산·우주·센서 분야에 투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회사는 향후 수익성 개선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이중 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
향후 시장은 QinetiQ의 핵심 사업 성장과 V2X의 인수 자산 통합 성과를 바탕으로, 양사 주가 방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보안 인프라 업계에서 이 같은 포트폴리오 리프레싱 사례가 늘어날수록, 기술·사이버 역량에 대한 균형 잡힌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