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미국 석탄 기업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가 38억 달러(약 3조 7,800억 원) 규모로 추진해 온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의 호주 코킹석탄 광산 인수 여부를 8월 19일에 최종 발표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간적 여유가 거의 남지 않은 피바디는 거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재협상에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질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피바디는 지난해 세계 최대 코킹석탄 생산지인 퀸즐랜드 보우엔 분지(Bowen Basin)에 위치한 해당 광산들을 매입해 열탄(발전용 석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코킹석탄(제철용 석탄)※ 생산자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 코킹석탄이란? 제철 공정에서 철광석을 녹여 고로용 코크스를 만들 때 사용되는 특수 석탄으로, 일반 발전용 석탄보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원가 비중이 높다.
그러나 지난 3월 모란바 노스(Moranbah North) 광산에서 메탄가스 농도 급증으로 작업이 전면 중단되자, 피바디는 매매계약서에 명시된 ‘중대한 부정적 사건(Material Adverse Event)’ 조항을 발동해 계약 파기 또는 재협상을 요구했다. 해당 조항에 따라 90일 간의 협의 기간이 부여됐으나, 8월 3일 만료일까지 새로운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
재협상 무산 시 국제중재 가능성↑
피바디는 2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8월 19일자로 향후 계획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며, 제프리스(Jefferies) 증권은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기본 시나리오는 국제중재(Arbitration)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는 모란바 노스 광산이 9월 1일부터 3개월 내 완전 가동에 복귀한다는 가정하에, 거래 가치가 3억 1,600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앵글로 아메리칸은 “피해액과 가동 중단 기간이 제한적이어서 ‘중대한 사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던컨 완블래드(Duncan Wanblad) CEO는 “공은 이미 피바디 측으로 넘어갔다”고 언급했다.
관전 포인트는 퀸즐랜드 주(州) 광산안전규제 당국이 안전성 평가를 마치고 언제 재가동을 승인하느냐에 달려 있다. 규제 당국은 로이터 통신 질의에 “작업자 안전을 최우선하며 단계적(〈em〉staged approach〈/em〉)으로 복귀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피바디·앵글로, 이해관계 대비
앵글로 입장에서는 중재가 현실화되면, 광산 포트폴리오 재편 일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광산 운영 관리 능력’과 ‘매각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또한 기존 인수 희망자들의 관심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어, 회사 측은 ‘절차를 새로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반대로 피바디는 계약을 철회할 경우 11월 말부터 상환이 시작되는 20억 달러 규모 브리지론 부담을 덜 수 있다. 피바디는 2분기에 석탄 가격 하락(전년 대비 33%↓)으로 적자 전환했다는 점도 변수다.
기자의 시각 — 중재로 향할 경우 거래 종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철강 업황이 둔화되는 가운데 코킹석탄 수요 전망도 불확실해, 피바디가 가격 인하를 주장할 명분은 충분하다. 다만 메탄가스 문제 해결 시점이 빨라지면, 계약 미이행에 따른 기회비용과 신뢰도 훼손을 피바디가 떠안게 될 수도 있다.
핵심 용어 설명※
※브리지론(Bridge Loan)은 대규모 인수·합병(M&A) 자금 조달 과정에서 단기 보전을 위해 은행이 제공하는 일시적 대출이다. 본융자(long-term financing) 확보 전까지 ‘가교(Bridge)’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고 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국제중재는 다국적 기업 간 계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상업회의소(ICC) 등 중재기관에 사건을 회부해 민사 판결과 유사한 구속력 있는 결정을 받아내는 절차다. 통상 6~18개월이 소요되며, 법원 소송 대비 절차가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망 및 시사점
글로벌 석탄 시장은 에너지 전환 기류 속에서도 코킹석탄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피바디가 해당 광산을 확보하면 원재료 가격 하락기에도 제철 업체에 안정 공급이 가능해, 수직계열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앵글로가 새 매각 절차를 시행하는 동안 코킹석탄 공급 우려가 지속될 수 있어 철강·광산 업계 전반에 단기적 혼선이 예상된다.
결국 8월 19일 발표는 단순 투자 이벤트를 넘어, 광산업계 인수·합병 트렌드와 탄소중립 기조 속 전통 에너지 기업의 생존 전략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